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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의 변신술

[사진이 사람에게] 아흔두 번째

본문

   
   

아버님,

당신의 분노를 조금을 알듯합니다.

당신의 노고를 짐작합니다.

  

전쟁이,

얼마나 지긋지긋한 것인지 당신은 알고 있고,

거기서 살아남았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신의 몸은 기억할 테고,

이 땅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불살랐던 푸르고 잔인한 청춘을 당신은,

얼마간 아까워할 것이고, 얼마간 뿌듯해 하겠지요.

  

용서치 말아야 한다는 당신의 격노, 전쟁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는 당신의 결의, 내부의 적부터 쓸어버려야 한다는 당신의 결단, 군인이 아니면서도 군인이고자 하는 당신의 정신무장과 의상무장, 당신의 결연한 자태에 나는 무장해제 당합니다.

  

하지만 아버님,

저 위에도 당신의 자식 또래 젊은이들은 있을 것이고, 할아부지! 할아부지!를 부르며 재잘대는 아이들이 있을 텐데요. 당신은 전쟁에서 살아남았다지만, 다시 벌어지는 전쟁에서는 당신도, 딸 아들도, 참새 같은 손주녀석들도 살아남을 행운을 누리기는 힘들 텐데요. 전쟁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당신께서 잘 아시잖아요.

  

집에서 당신은 자상한 아버지이자 할아버지,

밖에서 당신은 조국의 수호자, 빨갱이 사냥꾼, 그게 결국 누굴 죽이는지도 모르는.

작성자노순택(사진가)  tournf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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