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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시인이 쓴 자전적 성장소설

[책꽂이] 하늘까지 75센티미터

본문

   

작고 외로운 유년에 보내는 편지

  작가 안학수는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척추에 장애를 입고 하반신이 마비돼 몇 년간 방 안에서만 지냈다. 가난 때문에 정규 교육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고 남들보다 일찍 홀로 서는 법을 배워야 했다. 또래 아이들은 ‘꼽추 병신’이라고 놀리며 그를 괴롭혔다. 이웃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마치 그를 애물단지 짐 덩어리처럼 생각했다. 세상이 주는 괄시와 자괴감으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았다. 죽음 대신 그는 스스로 단단해지는 길을 택했다. 자신이 가진 상처를 세상에 나가는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삼았다. 직업훈련소를 나온 그는 금은방을 차리고 어릴 적부터 써오던 글을 계속 써갔다. 그리고 어느 날 작가 이문구 선생을 만나게 되고 그것이 기회가 되어 정식으로 등단을 해 시인이 된다. 시인이 된 그는 불행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의 유년에게, 그리고 오늘날의 청소년과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한 통의 편지를 쓴다.


외로움과 장애를 딛고 일어선 키 작은 시인
 
  ‘하늘까지 75센티미터’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긴 여정의 기록이다. 가족, 사랑, 꿈과 같은 것들이 삶이 버팀목이었다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이들에게, 버팀목이던 것들이 오히려 삶을 옥죄어오는 이들에게 쓰는 한 통의 긴 편지이다. 작가는 자신이 겪었던 그 상처의 시간을 통해 사람에 대해 끔찍할 만치 사실적이면서도 가슴 아프게 기록하고 있다. 그것은 복수나 폭력의 기록이 아닌, 이해를 바탕으로 한 희망의 메시지이다.
 
  “아름다움이란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입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 돌아갈 수 없는 그때를 그리는 마음입니다.”

  “겨우내 언 땅에서도 시들지 않고 꾹꾹 짓밟힌 후에 더 여물어지는 보리처럼, 아프고 고단한 우리네 삶의 여정에서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지는 데 이 책의 이야기가 쓸모 있어지길 빌어 봅니다.” - 작가의 말


줄거리

내 작은 하늘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어릴 적 상처는 나를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꺾어진 생선 가시처럼 등이 점점 굽어왔습니다. 마당을 뛰놀던 다리는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가 보니 꼽추가 된다 했습니다. 나보다 놀란 어머니는 죄책감에 휩싸였습니다. 내 다리는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가 많이 오던 날 어머니는 나를 업고 강가로 갔습니다. “수나야, 너랑 나랑 둘이 존디로 갈까?”

언젠가는 나도 조금은 빛나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나는 꼽추가 되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정규 교육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습니다. 굳어 버린 다리를 힘겹게 움직였습니다. 다시 걸을 수 있게 되고부터는 일거리를 찾아 시장통을 헤맸습니다. 전파상, 시계방처럼 몸을 많이 쓰지 않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신출내기인 내게 선뜻 자기 기술을 알려주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들이 가르쳐주지 않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낮에 일하고 밤에는 홀로 기술 연마에 몰두했습니다.

사랑하는 어린이들이 생명을 귀히 여기는 어른이 되기를
  몸이 불편한 나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을 동경했습니다. 한때 불편한 몸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세상은 내게 미움과 괄시, 복수만을 허락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내 곁에는 늘 어머니가 함께했습니다. 헌신적인 사랑과 인내로 나를 아껴 주신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내가 병마와 싸워 일어서는 일도, 글을 쓰는 꿈을 꾸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나는 키 작은 시인, 안학수
  내게는 어릴 적부터 꾸준히 해오던 일이 있습니다. 어느 날 내가 운영하던 ‘만보당’으로 손님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가끔 가게에 드나들던 이문구 선생(소설에서는 이촌민)은 내 낡은 노트를 보고는 그 안의  시를 읽게 됩니다. 찬찬히 읽어 보던 선생이 “시인이네. 동시 이렇게 쓰는 사람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글들이 시가 될 줄 몰랐습니다. 다만 나는 시란 순수한 어린이 마음과 가장 가까운 것이라 생각해 왔을 뿐입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정식 등단 절차를 거쳐 소중한 몇 권의 동시집을 펴냈습니다.

어린이의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키 작은 것들의 세상에는 언제나 앞을 막아선 담장이 있습니다. 키 큰 것들의 그늘 아래 가려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짓밟힐지라도 쉽게 시들거나 말라버리지 않는 것이 키 작은 것들입니다. 막혀도, 가려져도, 밟혀도, 묻혀도, 모두 극복하고 담장을 타오르고 오물을 거름 삼아 꽃 피우고 씨앗을 맺습니다. 천편일률적인 기준에 맞춰 자신의 꿈과 가능성을 재단하는 아이들의 진실한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신해 이 소설을 썼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가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겨우내 언 땅에서도 시들지 않고 꾹꾹 짓밟힌 후에 더 여물어지는 보리처럼, 아프고 고단한 우리네 삶의 여정에서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지는 데 이 이야기가 쓸모 있어지길 빌어 봅니다.

 
지은이 소개

   
  안학수 작가는 충남 공주에서 출생하여 현재는 보령에 살고 있다. 그는 정식으로 등단 절차를 거쳐 시집을 발간하고 시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199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박하사탕 한 봉지』(계몽사), 『낙지네 개흙 잔치』(창비), 『부슬비 내리던 장날』(문학동네)과 같은 동시집을 펴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유년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된다. 동시를 통해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던 그가 이제는 소설을 통해 자신의 유년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하늘까지 75센티미터』라는 이 소설에서 그의 유년과 그토록 원하던 현재의 유년들과 마치 오랜 친구처럼 만난다. 상처를 상처로 보고, 지금의 자신을 인정할 때 그동안의 걸림돌은 힘찬 디딤돌로 변모한다.

작성자박근재 기자  tournf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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