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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영문의 영화읽기]영화 ‘카모메 식당(200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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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핀란드를 다녀왔습니다. 처음 가본 곳이지만 낯설지 않게 느껴진 것은 블랙 유머의 대가인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의 영화를 통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감 어린 헬싱키 구석구석이 보였으니까요. 또 다른 익숙함이 있었습니다. 주먹밥 하나와 커피, 시나몬 롤을 정성스레 만들어 헬싱키 시민과 소통하는 소울 푸드(Soul Food) 영화 ‘카모메 식당(2007, 일본)’ 때문입니다. 지난번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요시노 이발관’을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영화는 모두 슬로우 무비, 힐링 무비입니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날 것 그대로의 요리에 가깝지요. 굳이 소금을 치지 않아도 원재료의 맛이 살아나는 연어구이와 같은 영화를 그녀는 천천히 그러나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냅니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낯선 땅 북유럽 핀란드의 항구 도시 헬싱키에 조그만 일본 음식점을 내고 살아가는 여성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 분)가 있습니다.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음식점을 그래도 성실하게 운영하는 그녀의 얼굴은 합기도로 단련된 단호함과 여유가 느껴집니다. 또 다른 여자가 카모메 식당에 오게 됩니다. 아무런 목적 없이 헬싱키에 온 미도리(카타기리 하이리 분)는 독수리 오형제의 노래 가사를 알고 있고, 그림을 썩 잘 그립니다. 굳이 갈 곳도 없는 그녀에게 사치에의 식당은 새로움 삶의 시작이 되어갑니다. 영화 전반부를 넘어서서 또 한 명의 여자가 등장합니다. 헬싱키에 도착하면서 짐을 잃어버린 마사코(모타이 마사코 분, 자기 이름으로 나옵니다)입니다. 그녀는 언어 장벽 없이 모든 사람과 소통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점차 시간이 지나가면서 의기투합한 네 명의 여성은 카모메 식당의 좌석을 꽉 메우게 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느닷없는 해피엔딩은 정확히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와 닮았습니다. 왜 식당이 잘 되었는지, 핀란드 할머니들이 왜 몰려다니며 수군거리는지 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각자 사연이 있고 슬픔이 있으며 각자 적당히 위로받고 회복되면서 기적을 함께 누리는 행운을 경험할 뿐입니다.

상징에 대한 지나친 의미부여는 이 영화에서 정중히 배제돼 있습니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나오코 감독은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왜 하필 핀란드까지 가서 그런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그녀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여성들의 캐릭터가 헬싱키 부두의 통통한 핀란드 갈매기와 닮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핀란드 갈매기는 ‘카모메 식당’의 여주인공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 분)의 어린 시절 고양이와 닮아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의 각기 다른 사연이 있는 세 명의 일본 여성과 한 명의 핀란드 여성을 연결하는 고리이기도 합니다. 고양이는 이 영화에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일본인들에게 있어 고양이는 바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영화 속에서도 마사코가 핀란드 노인으로부터 건네받은 고양이는 정확히 그녀의 앞으로의 운명을 상징합니다. 적어도 그녀는 그 고양이가 죽을 때까지 헬싱키에 살아갈 것이라는 암시를 하는 셈이지요.

사람은 모두 변해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갈 수는 없어도,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가르쳐 줍니다. 이번 여행 동안 짧게 둘러본 헬싱키는 이 영화에 그려진 모습을 담고 있었습니다. 일상의 평범함이 진정한 행복임을 느끼게 하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일반 건물과 크게 다를 것이 없이 항구 귀퉁이에 서 있는 대통령 집무실, 왕따 없는 학교를 만들어 가는 교장 선생님 그리고 500만 명의 적은 인구지만 전문가 내부의 거침없는 협력과 화합의 모습들은 영화 속 여유로움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또한, 그 여유로움은 핀란드의 숲에서 온다고 영화는 얘기합니다.

제가 본 것은 호수와 숲 모두였습니다. 특히 한국 대사관이 있는 호숫가 저녁 식사는 못 잊을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적어도 그날의 식사가 저에게는 ‘카모메 식당’ 이상의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박동선 대사님을 비롯한 한국대사관 여러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건강하세요.

작성자이영문 국립공주병원 원장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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