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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문의 영화 읽기]영화 ‘우리에게 교황은 있다(2011년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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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모두는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충격의 여파는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사고 원인 규명과 구조과정, 그리고 사후 대책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곳도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한 번 국가 위기 시스템 관리능력과 지도자의 책임감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이런 시대 상황에서 영화를 선정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결국 제가 선택한 것은 인간의 탐욕과 양심, 그리고 진정한 지도자의 덕목을 생각하는 영화였습니다. 교황 선출과정이라는 소재만으로도 화제가 된 ‘우리에게 교황은 있다(2011년 이탈리아)’입니다. 잠시 영화를 보겠습니다.

영혼과 무의식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인지요? 정신분석이 다루는 사람의 마음은 무의식의 탐험을 의미합니다. 종교가 궁극적으로 구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영혼입니다. 전 세계 108명의 추기경들이 새로운 교황 선출을 위해 바티칸에 모여듭니다. 제목이 상징하는 것과 달리 새로운 교황을 뽑는 과정에서 모두가 교황이 되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교황으로 선출된 멜빌 추기경(미셸 피콜리 분)은 교황으로서 신도들 앞에 서야 할 상황에서 갑작스런 비명을 지릅니다. ‘나는 못해. 사람들이 내 눈앞에 사라지기 시작해. 내가 알던 사람들이 갑자기 없어져 버려.’ 교황이 되기를 거부하는 멜빌 앞에 최고의 정신분석가(난니 모레티 분)가 인터뷰를 위해 불려오게 됩니다. 교황의 감정 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루지 못한 욕망이나 무의식을 캐묻는 것은 금기시됩니다. 모두들 교황의 상태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던 중, 그는 교황청을 벗어나 일반인들의 삶 속에 숨어 들어갑니다. 마음은 여전히 무겁고 스스로 교황의 자격이 있는지를 하나님에게 묻습니다.

갓 구운 빵도 먹고 호텔에서 잠도 자면서 평범한 삶의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연극단원들을 만나게 되고 잃어버렸던 어릴 적 꿈을 기억해냅니다. 그는 연극배우가 되기 위해 오디션도 보았지만 종교인이 된 것이었지요. 다시 바티칸으로 돌아온 멜빌은 이제 교황으로서 전 세계 10억 신도들을 향한 연설을 행합니다. 과연 그는 교황직을 수락할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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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난니 모레티 감독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단순히 가톨릭의 권위의식에 대한 비판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108명 추기경들은 개구쟁이 소년들처럼 장난기가 가득하지만,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평화와 자애로움이 느껴집니다. 가장 비종교적이면서도 가톨릭의 엄숙주의가 거부감없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이 영화가 예견한 것과도 같이, 2013년 2월 11일 아침,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 추기경 회의에서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라틴어로 쓴 짤막한 발표문을 읽어 내려갑니다.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주 앞에서 나의 양심을 반복해 되돌아본 결과, 저는 고령으로 인해 더 이상 교황직을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확신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교황직을 2월 28일 오후 8시에 내려놓겠다는 것을 완전한 자유의지로 선언합니다.’

이 영화는 2011년에 제작되었지만 묘하게도 2013년 2월 베네딕트 교황이 자진 사임하고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게 되었지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전무후무한 교황직 사임 이후, 바로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하게 된 가톨릭계의 핫 이슈 이전에 만들어진 완전한 상상물입니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묻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가치에 대한 성찰입니다. 모두가 권력을 가지려고 하면서도 무한한 책임감 앞에서는 뒷걸음을 칩니다. 그러나 영화 속 멜빌은 그러하지 않은 인간상을 보여줍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주께서 저를 선택하신 것을 압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용기와 자각을 주신 것이 아니라 저를 혼란 속에 가두셨습니다. 교회는 위대한 변화를 지속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책임질 지도자를 필요로 합니다. 어떤 순간에도 사랑과 소통으로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 속에서 우리는 책임을 전가하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을 봅니다. 헛된 권위의식으로 국민들에게 군림하는 정치인들이 대다수지만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습니다. 진실보다는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으로 우리 사회가 전락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자격이 되지 않아 권력을 내려놓는 이를 보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불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무분별한 가짜들이 판을 칩니다. 우리 사회 어느 영역을 막론하고 무책임하고 뻔뻔스런 인간들이 출몰하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종교, 예술, 언론, 방송, 학계, 의료계, 교육계 모두 총체적인 부실 덩어리입니다. 이제라도 새롭게 시작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강력히 희망합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다시금 빕니다.

 

작성자이영문 국립공주병원 원장  aery727@cowal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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