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권의 팔레트, UCC와 포스터<br> 세상에 희망의 푸르른 빛을 던지다 > 문화


장애인 인권의 팔레트, UCC와 포스터<br> 세상에 희망의 푸르른 빛을 던지다

장애인 인권 UCC·포스터 공모전 심사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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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은 ‘거세개탁(擧世皆濁)’의 시대, 장애인 문제를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가?

 

UCC는 사용자제작 컨텐츠의 줄임말로 인터넷 이용자들이 스스로 생산하고 소비하기 위해 전문가와 아마추어로 구성된 다수의 이용자들이 정보를 생산·유통·공유함으로써 특정분야에 엄청난 양의 지식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인 공모전에서는 대중적인 비전문가들이 창작하는 동영상을 뜻한다. 그러나 UCC의 기원은 과거에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여러 창작물이 인터넷 기술과 기계의 발전으로 일반 대중들도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 등을 창착물로 만들어 그것을 알리고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UCC는 전통적인 창작물인 포스터와 더불어 대중들에게 ‘표현의 접근성’을 보장해 주는 유용한 도구이자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소비의 접근성을 보장해 주는 도구로서 많은 장애인 단체에서 자신들의 생각과 사상, 이념과 가치관을 널리 선전하고 공감을 얻기 위해 오래전부터 크고 작은 공모전을 실시해 왔다.

이번에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의 ‘장애인 인권 UCC, 포스터가 세상을 바꾼다’ 공모전 역시 이런 취지로 해마다 실시해 온 주요사업이었고 필자는 이 공모전에 작년에 이어 심시위원으로 참여했다. 필자가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가장 큰 이유는 짐작컨대, 장애인 당사자의 감수성으로 작품을 들여다 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두 번의 심사과정에서 필자는 우리 대중들이 출품한 작품을 통해서 장애인 인권을 개선시키고 변화시키려는 의지보다는 창작하려는 대중들이 장애인 문제나 인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더 자세히 더 많이 본 듯 하다.

특히나 밀알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열린 이번 공모전에는 ▲장애인의 편의시설 및 접근성 문제 ▲장애를 이유로 한 노동력 착취 ▲학교 내 폭력문제 ▲차이, 차별, 다양성 등 연구소가 이미 밝힌 작품의 주제들이 있었다. 이미 그렇게 작품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출품된 작품 총 80편(UCC 42편, 포스터 28편)중에는 공모전 주제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심스러운 작품들이 많았다.

장애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기보다는 기본적인 사실과 상식조차 조사를 하지 않고 잘못되고 왜곡되어 있으며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정보들로 표현한 작품들은 아마추어리즘이라고 눈감아 주기에는 너무 비인권적인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대중적인 공모전 최대의 단점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주제를 이해하고 질 높은 완벽한 작품을 원했다면 공모전이 아니라 전문가에게 작품을 의뢰했을 테니까. 그래서 어쩌면 이번에 입상한 소수의 작품보다 그 안에 들지 못한 대다수의 작품에 대하여 우리는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 떨어진 작품들이 장애인 인권을 존중한다는 대다수 시민들의 인권 수준이고 인식 수준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고민해야 하고 무엇을 창작해야 하며 무엇을 공유하고 공감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나침반들이다.

그래서 이번 시상식 행사도 기관이 공모한 사람들에게 상만 주고 격려하는 조촐한 행사가 아니라 수상작 상영 및 전시, 관객과의 대화 등 참여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준비하려 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입상하지 못한 사람을 위한 시상식을 따로 열고 싶었다. 올해의 최악의 영화에게 주는 골든 래즈베리상처럼)

 

심사진의 독립성 보장과 콘텐츠의 기술 향상은 진보의 한걸음을 걸었다.

필자 개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심사 방식은 작년에 비해 좀더 진보했다. 작년에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교사나 공모전을 실시하는 사람들이 직접 심사에 참여했다면 이번에는 콘텐츠를 주로 생산하는 사람들, 감독이나 영화제 활동가들이 심사 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발전이지 않을까? 그리고 공모전을 실시한 기관으로부터 심사 위원들이 어느 정도 그 독립성을 보장받은 것도 이번 공모전의 권위를 한뼘 정도는 올려 주지 않았을까?

비록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인지, 편견을 증식시키는 것인지 알 듯 모를 듯한 작품들이 많았지만 과거에 비해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많아졌다는 점에서 UCC와 포스터가 가진 기본 성격인 쉬운 창작과 공유를 통한 무한의 혁신과 창조 정신은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다. 인권이란 거대 담론을 장애인의 소소한 일상으로 재미있게 그리면서 구체적인 고민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번에 입상한 작품의 도드라지는 특징이다. 이것은 일상적인 삶에서 보편타당한 인권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실천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작품이 나왔다는 뜻이다.

또한 모든 작품 속에서 출품자들의 작금의 시대, 장애인 문제의 ‘거세개탁(擧世皆濁)’에 분노하며 고민하는 열정을 발견할 수 있어서 장애인 당사자로서 큰 희망과 격려, 자부심을 받을 수 있었다. 세상이 온통 흐리고 더럽다는 거세개탁의 시대에 장애인들의 삶과 인권의 문제는 과거에 비해 나아지기는 거녕 오히려 더욱더 암울하기만 하다.

그런 시대에 출품자의 작품속에서 장애인과 함께 동시대를 같이 아파하고 이를 보듬고 개선하려는 실천적 의지가 엿보였다. 과거 어느 공모 작품보다 작가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창작 동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포스터의 경우에는 기술적으로 형식적으로 모두 화보집으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높은 질의 작품들에서 창작자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과 노력들이 기본적인 UCC와 포스터 공모라는 성격에서 볼 때 인권적인 감수성을 자극하고 고민할 수 있는 보다 창의적인 작품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에는 안타까움을 넘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계몽과 홍보라는 출품 작품이 가진 본래의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출품작 대부분이 과거의 동정적이고 시혜적이며 비장애인 중심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기존의 다른 기관에서 했던 공모전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하기도 했다. 이것은 공모전의 성격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거나 시대에 따른 인권 감수성을 스스로 고민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또한 장애나 장애인에 대한 정확한 사전조사나 사실 확인 인터뷰를 통한 검증도 부실한 작품이 많았다.

‘장애인도 같은 사람이다’ 또는 ‘장애인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도 다르지 않습니다’의 구호와 이미지는 그 전까지는 장애인도 같은 사람이 아니었고 할 수 없었고 달랐다는 편견과 선입견을 뒤집어 오히려 강화하여 전달할 뿐이다.

우리가 여성인권 작품을 만들 때 여성도 인간이다. 여성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 않듯이. 누가 누구를 이해해 줘야 한다는 것도 무시와 차별의 또 다른 얼굴, 또 다른 폭력일 수 있다. 어쩌면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의 이해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존중을 원하는 것이고 비장애인 사이에 ‘끼워’ 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협동하고 함께 하는 것을 진정 바라는 것일 것이다. 이런 편견과 선입견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장애를 극복과 배려의 대상이 아닌 진정한 차이를 인정하는 개별적인 다른 존재로 인식하게 도와 주는 작품이 부족했다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몇 해전 애니메이션계에서 큰 울림과 반전을 주었던 ‘슈렉’같은 작품이 내년에는 부디 등장하였으면 좋겠다. 장애인 당사자가 작품을 공유했을 때 장애인에게 장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는 창작물, 장애인을 고용하고 싶게 만드는 작품들, 장애인과 소개팅을 하고 연애하고 싶게 만드는 콘텐츠, 장애인 관련 기관을 지역에서 유치하고 싶게 만드는 동영상, 포스터가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작품을 만들어 다양한 장애인에게 물어보기만 해도 된다. 굳이 같이 만들지 않아도 창작자들이 사전에 장애인 당사자에게 작품의 감수성을 ‘감수’만 받아도 위에 언급한 위험들은 많이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장애인 고용과 직장인의 출근길을 같이 한다는 의미에서 단순히 홍보와 계몽에 그치지 않고 버스 정류장에서, 지하철 승강장에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같이 출근해야 할 것’ 같은 실천의 의지를 복돋는 탁월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 자체는 화이트 칼라의 계층을 너무 부각시킬 여지가 있고 ‘출근할 능력’이 되는 사람들의 문제만 드러내는 약점은 큰 아쉬움이다.

목발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반갑고 창의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알려주려는 장애인 인권문제는 시의 적절하고 작품의 느낌 역시 감정에만 호소하지 않는 것은 다른 창작자가 주요하게 참고할 만하다. 하지만 목발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장애인에게 목발이 어떤 의미인지 신중하고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이 작품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누구나 누구를 반대하고 싫어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차별할 수는 없다. 이 작품은 그런 힘을 가득 뿜어내고 있다. 다 같은 사람이니까 차별해서는 안되는게 아니라 차별 자체가 범죄라는 사실까지 콕콕 알려주면 더 좋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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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 네트워크 사무국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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