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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있는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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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춥다는 날씨예보가 왜 이리 쌀쌀하게 들려오는지, 경기도 썰렁, 기온도 썰렁, 마음도 썰렁하게 느껴지는 한겨울이네요.

어젯밤에도 잠시 현관 밖에 나가보니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에 다시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차가운 공기에 맑게 씻겨진 밤하늘 속 깊고 검푸른 하늘에 달빛이 참 환하고 크더라고요. 그 여린 달빛을 향해 손을 내밀자 그 빛은 은은하게 다가와 저를 쓰다듬어 주듯, 그리고 나도 이 끝없는 우주에 같이 사는 존재라는 작은 감동을 느끼게 해 줬어요.

나가보자, 나가보자, 밖으로 나가 직접 부딪혀보고 맞아보자! 그렇게 새해의 마음가짐을 다지도록 해 주더라고요. 하지만 밖으로 나가는 길목을 막고 있는 것은 매섭고 찬바람만이 아닌 것 같아요.

1월 14일 아침, 도쿄 근처 도시 사이타마의 한 전철역에서 안내견과 함께 전철을 타려고 하던 시각장애인 남성(63세)이 플랫폼에서 낙하, 전철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큰 뉴스가 됐습니다. 경찰은 남성이 발을 헛디뎌 떨어진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는데, 역에는 점자블록은 설치돼 있지만 낙하를 방지하는 안전문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요.

전철역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하니 아슬아슬한 위치에 서 있던 시각장애인이 낙하하면서 쥐고 있던 안내견의 목줄을 놓고 혼자만 떨어졌고 안내견은 사고를 면했다고 합니다.

당시 그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 역은 하루에 보통 12만 명이 이용하는 역이지만 마침 14일은 휴일이어서 개찰구에 역무원 한 사람만 있었고, 플랫폼에는 역무원이 없었다고요. 전철회사에서는 ‘가슴 아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죄하며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지만 그야말로 사후약방문!

일본의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시각장애인이 플랫폼에서 떨어져 전철에 치이는 등의 사고가 무려 481건에나 이르렀다고 하고, 특히 지난 8월에는 도쿄에서, 10월에는 오사카의 전철역에서 낙하해 사망하는 사고가 잇달았기에 국토교통부에서 안전대책 검토 회의를 설치, 하루에 1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역에는 2020년까지 안전문을 설치하도록 지난 12월 대책을 세운 직후였는데 또 이번 사고가 이어진거죠. 일본에서 하루 1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JR 철도역은 현재 251군데지만 안전문이 설치된 곳은 77군데로 30%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라네요.

일본에 처음으로 역이 만들어진 것은 1872년, 그 이후 철도망이 지역 곳곳에 거미줄처럼 발달돼 현재 전국에 있는 JR 철도공사의 역 수만도 4,586개, 기타 사철이라 불리는 전철회사가 아주 많은데다가 대도시의 지하철도 있어 전체 선로의 역 수는 엄청나고, 각각의 회사마다 차량의 형태나 종류가 가지각색이라 안전문을 설치하는 데 곤란이 많다고는 하더라고요. 사고방지를 위해 가장 효과가 있는 것이 안전문이지만 비용 면에서 한 역에 설치하는 데만도 수십억 원이 들고, 역에 따라 정차하는 차량의 종류가 다양하니까 설치가 복잡해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래요.

그런 가운데 문의 수나 크기가 다른 차량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문이 2015년 일본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용화됐다고 합니다. 오사카에 인접해 있는 고베 로코미치역인데, 스테인리스로 만든 로프선이 설치된 안전문으로 열차가 들어오면 그 로프선이 위로 올라가고 열차가 출발하면 그 로프선이 내려오는 거라고요. 로프선의 길이는 8.5미터로 다양한 차량, 승차구의 문의 크기나 위치가 달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지만, 실용화가 되기 위해서는 전철이 발차할 때 차장이 그 로프선이 내려지는 플랫폼의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지 여부가 실용화의 관건이 된다는데요,

2016년 9월 현재 2군데 역에 설치돼 있대요. 비용적인 부분도 고려된 안전문의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안전문이 하루 빨리 실용화될 수 있다면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낙하의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비장애인 이용자의 낙하를 방지할 수 있으므로 설치의 속도를 높여야 할 텐데 말이에요.

시각장애인의 보다 나은 역 이용을 위해서는 역 내에 설치된 점자블록을 확인하면서 안전히 걸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야 하는데, 현재의 플랫폼은 폭이 좁아서 열차와의 거리가 가까워 자칫 치일 위험성이 높으니까 점자블록의 설치 장소에 대한 점검도 요청되는 문제입니다. 그밖에도 설비나 시설의 보다 기본적인 역무원의 안내와 유도의 필요성, 일반 승객들의 적극적인 배려, 승하차의 안전을 위한 시간적 배려 등 의식이나 서비스 면에서의 고려돼야 할 점이 빠져서는 안 되겠지요. 일본 국토교통부의 검토회의에서도 역무원들의 유도안내를 강화하도록 해 시각장애인의 요청이 있으면 승차까지 안내를 실시하고 시각장애인으로부터 직접적인 요청이 없더라도 역무원이 먼저 안내를 해 드리겠다고 청하거나, 당사자가 희망하지 않는 경우라도 가능한 안전하게 승차할 수 있도록 지켜보게 하는 지시를 내렸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최근에는 역무원이 없는 역이 많이 늘고 있어 기계와 설비 설치에만 맡겨져 버리지 않을까 우려가 되네요.

안전문 설치를 앞당겨야 하는 것은 철도회사의 책무이지만 그것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역무원이나 일반 이용자들의 배려가 바탕이 되는 것이겠죠. 이어지는 불행을 외면하지 않고 하루 빨리 시각장애인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역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합니다.

강심장을 가진 시각장애인 투사만이 아니라 흰 지팡이를 짚은 그 누구라도 안심하고 밖으로 나가 생활할 수 있는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실현되고 있다는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말이에요

 

작성자글. 변미양/지체장애인. 오사카에 거주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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