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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연대하는 것, 그리고 확장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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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로망을 가지고 살았다. 드넓은 사바나와 얼룩말, 사자, 악어... TV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아프리카의 모습은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방금 이야기했듯 파괴되지 않은,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 다른 하나는 배만 뽈록 나온 어린아이가 빈 밥그릇을 들고 슬픈 눈망울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

그러나 나이가 들고 점차 현실을 알게 되면서, 아프리카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고, 선입견과는 달리 발전된 곳도 많다는 사실, 그리고 원시 부족 공동체를 이루고 주요 부위만 겨우 가린 옷을 입고 살아가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며 나와 같이 막연한 로망을 갖고 여행을 꿈꾸는 사람을 위해 연출된 장면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인권활동을 하면서는 눈물을 자아내 동정을 유도하는 소위 ‘빈곤 포르노’가 아프리카에 대해 무지하게 만들고, 왜곡된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음과 값싼 동정에 이은 경솔한 원조가 현지 문화와 공동체를 파괴하고 현지인들이 스스로 자립하기가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 등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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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장애인 인권 현실을 보다

아프리카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처음 접한 것 역시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였다. 막연한 생각으로는 저개발과 빈곤을 겪는 곳이니 우리나라의 옛 모습과 같이 장애인에게 인권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겠거니 싶었고 교육, 이동, 사회참여, 고용 등의 이슈 이전에 생존 자체가 위협받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처음 접했던 아프리카 장애인의 인권 소식은 생각보다 더 처참했다.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인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말라위 등의 일부 국가에서는 흑인임에도 흰 피부를 가진 백색증(알비니즘)이 있는 사람들이 심각한 공격의 대상이 되는데, 이는 그들의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주술적 의식을 행하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미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백색증을 가진 아이들을 심지어 친지들이 납치/살해하거나 신체의 일부를 절단해 주술사에게 팔아넘긴다고 하며, 법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그러한 일들이 자행된다고 했다. 유엔에서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고 탄자니아 대통령도 법을 만들어 알비노 살해를 근절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형적인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문제, 그리고 장애인 학대 문제였기에 해당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러한 일들이 남의 나라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아프리카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지도 못하게 찾아왔다. 가까운 친척이 아프리카 우간다를 방문할 일이 생겼고, 아프리카 장애인 인권현실과 장애인단체 활동이 궁금하던 차에 겸사겸사 알고 지내고 있는 우간다 출신의 장애인 활동가도 만나보고 장애인단체들도 방문해 보고 싶어 즉흥적으로 우간다 행을 결심했다.

우간다는 영국의 전 수상 윈스턴 처칠이 이곳을 방문하고 ‘아프리카의 진주’라고 칭할 만큼 아름답고 비옥한 곳이며 적도가 통과하는 열대지방이기는 하지만 해발고도가 높기 때문에 날씨가 매우 쾌적했다. 계절은 건기와 우기로 나누어지며 우기에도 새벽녘에 강한 소나기가 내리고 오전에는 맑게 개어 낮 동안은 쾌청한 날씨가 지속된다고 한다. 아침저녁으로는 다소 쌀쌀하고 낮에는 햇빛은 뜨겁지만 불쾌지수는 높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없이 맑아서 한국에서 지병으로 달고 살던 안구건조증과 알러지성 결막염이 며칠만에 깨끗하게 나았다. 다만 낡은 자동차가 많고 교통이 혼잡한 수도 캄팔라는 매연 때문에 눈과 목이 따가웠다.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의 일정은 장애인 활동가 미리암이 일하고 있는 LAPD(Legal Action for Persons with Disabilities Uganda)를 방문하는데서 시작했다. LAPD는 공익 변호사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권상담을 받고 법률적 옹호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 우간다의 장애인 관련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운동과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홍보와 협약의 국내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도 수행하고 있었다.

미리암의 소개로 방문한 NUDIPU(National Union of Disabled Persons of Uganda)는 장애인단체들의 연합단체로서 정부의 사업파트너였다. NUDIPU 관계자에 따르면, 우간다는 국회의원 중 일정 비율을 장애인으로 선출하도록 법률에 규정하고 있고, 그 장애인 국회의원이 대부분 NUDIPU 출신이거나 관계된 사람이라고 하니 우간다를 대표하는 영향력 있는 장애인 단체라고 할 수 있다. NUDIPU의 활동은 매우 다양했는데 사실 한국의 장애인단체들이 수행하는 활동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역마다 장애를 가진 일종의 모니터링 요원들을 선정해 그들이 각 지역별 장애인 인권 관련 이슈들을 NUDIPU로 알려 주면 NUDIPU가 이들을 도와 법과 제도를 개선하거나 사건을 해결하는 권리옹호활동을 수행하고 있었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소득보장이나 각종 문화·체육 활동, 법·제도 개선, 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 모니터링, 국제협력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그 밖에 캄팔라에서 조금 떨어진 무코노(Mukono) 지역에서 한인이 운영하고 있는 장애선교회인 ‘JOY UGANDA’를 방문했다. JOY UGANDA는 한국에서 각각 체육교육과 특수체육, 교육학과 특수교육학을 전공한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통합 학교를 짓고 도서관을 세워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장애아동들을 모아 교육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좀 더 적나라한 우간다의 인권 현실을 들을 수 있었는데, 역시 ‘인권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과거 우리나라의 모습과 다름없었다. 한때 전 국민의 절반 가까이 에이즈 보균자였고, 지금도 어린 나이에 성 경험을 하거나 불특정 다수와 성관계를 맺는 등 성 인식이 낮은 가운데 소녀들이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되면 영아를 학교 화장실에 빠뜨려 유기하거나 수풀이나 습지 등지에 버리고 오는 일이 많다고 했다. 빈곤 때문에 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고 아직까지 건기에는 아사하는 일도 발생 하는 등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중증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학교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집안에서만 갇혀 지낸다고 했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았고, 처음 학교를 열고 인근의 장애아동을 모집한다고 홍보를 하자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부모들이 구름 같이 몰려들어 ‘이 아이들이 다 어디에 숨어 있었나!’ 하고 놀라셨다고 했다.

한국이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시설 위주의 장애인 정책을 펴고 있지는 않은지 물어보았는데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시설을 폐쇄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의외의 대답에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아동들을 인신매매단에 팔아넘기는 문제 때문에 외국인들이 들어와 설립한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시설들을 다 없애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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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아닌 자립 시급한 우간다

앞서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 했지만, 또 지나친 문화상대주의 관점에서의 안일한 생각을 갖는 것도 주의해야 할 것 같다. 혹자는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가난하기는 해도 한국보다 행복지수가 높을 것이라거나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행복한 삶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온 우간다는 분명 신음하고 있었다. 그것이 열강의 침탈과 식민지배의 후유증이든, 오랜 폭정과 독재의 결과이든(우간다는 전설적인 폭군 ‘이디아민’이 장기간 독재를 했었고, 현재의 대통령도 1986년부터 집권 중이다) 시스템은 낙후되어 있고 관료는 부패해 있었다. 질서는 어지럽고 치안은 불안했다. 많은 선진국들이 수많은 자원을 쏟아 부었지만, 밑 빠진 독처럼 하나도 남지 않고 다 새어 나갔으며, 사람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세워가기 보다는 선진국에서 무언가를 받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만의 문제나 잘못이라기보다는, 단지 이들은 그 땅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절망하고 변화를 이야기 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웠다.

최근의 국제개발협력의 모델이 MDGs(새천년 개발목표)에서 SDGs(지속가능개발목표)로 전환되면서, 일방적인 원조 보다는 현지 역량강화를 통한 지속가능성과 자립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장애인복지의 패러다임 역시 시혜와 동정에서 동등한 인간이자 동료로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자립생활이 강조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이웃이자 동료이다. 인권은 보편적인 것이고, 서로 연대하는 것이며, 불가분의 것이고 또 확장해 가는 것이다. ‘우리 살기도 힘든데’라며 내 앞 가림 하기 급급해 하는 데서 벗어나, 보는 눈을 넓히고 마음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해 가는 길이요, 그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사는 길이다. 많은 상념에 잠긴 채, ‘아프리카의 진주’를 뒤로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작성자글과 사진. 김강원/장애우권익문제연구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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