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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과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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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119555015@N05/

여성장애인이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나 역시도 가장 가기 싫은 곳 중에 한곳이 산부인과다. 가벼운 증상이 있을 땐 약국에서 처방 없는 먹는 약이나 연고를 사서 쓰곤 했다. 나이가 들면서 약국 약만으로 치료가 안 되는 증상이 있을 시에는 부득이 산부인과를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때는 많이 망설이게 됐다.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나로선 산부인과에서의 과정들이 보통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미루고 미루던 산부인과 진료를 받다

어느 날 어쩔 수 없이 산부인과를 가게 됐다. 개인병원이었다. 접수를 하고 진료를 기다리는 사이 간호사가 몇 가지 증상을 물어보면서 휠체어를 탄 나의 모습에 무척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도 산부인과는 처음이라 어떤 상황에서 진료를 보는 건지 몰라서 긴장을 하고 있는데, 간호사들끼리 수군수군 하는 표정들….

그 말이 들리진 않았지만 “저런 여성장애인은 어떻게 진료를 해야 하지?” 하는 불편함이 읽혔다. 간호사들의 난감하고 불편한 표정을 보니 병원을 그냥 나오고 싶었지만 며칠 동안 고심한 끝에 간 곳이기 때문에 무시하고 진료를 받기로 했다. 여러 가지 증상에 대한 의사의 물음에 답변을 하고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진료실에 들어갔다. 무척 좁았다. 겨우 들어간 진료실에서 탈의를 해야 한다길래 어찌해야 될지 몰라 멍하니 앉아 있었다. 진료실이 비좁아 탈의하기가 너무 힘들어 망설이고 있는데, 간호사는 도와줄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

힘 없는 다리를 대신해 비좁은 공간에서 손으로 움직이면서 속옷을 탈의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온 몸에 땀이 주르륵… 더군다나 보조기까지 차고 있어서 도저히 나 혼자서는 탈의가 힘들 것 같아 그제야 간호사에게 부탁을 했다. 그렇게 겨우 탈의를 하고 의자에 앉았지만 힘 없는 다리들이 문제였다. 다리에 힘이 없는 나로선 의자에 내 몸을 맞춘다는 것이 무척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겨우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얼마나 긴장을 하고 애를 썼는지 온 몸에 힘이 빠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비좁은 진료실, 무척 난감해하는 간호사들의 표정들…. 자주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도저히 아니었다.

 

의사, 간호사의 인식개선이 우선

여성장애인 거점산부인과가 만들어졌다는 방송을 보고 얼마나 기쁘고 반가웠는지 모른다. 앞으로 증상이 있어도 참고 지낼 필요 없이 산부인과를 자주 드나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대가 컸다. 그런데 거점산부인과를 이용해 본 여성장애인들은 하나 같이 실망스러웠다고들 했다. 차라리 일반병원보다 더 못하다고….

산부인과뿐 아니라 어느 병원이든 장애인 편의를 제공하는 곳은 없었다. 한번은 대학병원을 이용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 역시도 불편함 투성이었다. 특히 초음파 진료를 받을 때 기기들이 비장애인의 신체에 맞게 만들어져 있어 장애인인 나로서는 그 기기에 신체를 맞춘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특히 탈의실은 휠체어를 타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기에 창피해도 탈의실 바깥에서 갈아입고 치료를 받곤 했다.

내가 처음 장애인 진단을 받기 위해 병원을 갔을 때는 의사의 태도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갔는데도 일어서서 침대로 올라가라고 하고, 겨우 몸부림을 하면서 침대에 올라 앉았더니 내 상태를 보지도 않고 다리를 들어보라고 하는 의사가 있었다. 휠체어에서 내려서 침대에 올라가고 다리를 들 수 있으면 무엇하러 장애인 진단을 받으러 갔단 말인가.

장애인으로서 어느 시설이나 병원을 이용하기란 여러 가지로 불편하고 힘이 든다. 의사나 간호사들에게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과 여러 유형의 장애인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환자에게 병원이 두렵고 가기 싫은 곳이 아니라, 늘 편안하고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작성자글. 김은영/지체장애인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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