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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의 주인공은 짧은 팔 수영 선수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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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https://www.daiwahouse.com/ad/cm/

주말 저녁 골든 타임, 인기 연예오락 방송을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이 막 궁금해지는 내용이 나오기 직전이면 광고가 나오는 거예요. 일본에서는 프로그램을 방송 중에 몇 번이나 광고가 들어가니까, 어쩔 수 없이 광고도 보게 되죠. 그때 흘러나온 광고 영상은 파아란 물빛 기포를 뿜으며 힘차게 헤엄쳐 오는 오른팔이 아주 짧은 여성 수영선수였어요. 30초 동안 흘러나오는 광고에서는 아주 짧은 오른팔을 열심히 휘저으면서 물을 헤쳐 나가는 그 수영선수의 모습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어요. 저는 그 선수의 모습에 눈길을 떼지 못하며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나에게는 오른손이 없었다. 다른 친구들과 같이 수영을 할 수도 없었다. 팔이 짧은 것은 나의 개성이다. 나는 수영을 하면서 세상의 편견을 없애고 싶다.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2016년 패럴림픽 출전 선수였다는 그의 꾸밈없는 진정함이 느껴지는 힘찬 울림이었어요. 이 광고를 만든 ‘다이와하우스’라는 회사는 건축회사 안에서는 손꼽히는 회사이고, 여러 광고를 통해서 자주 들어보는 이름이거든요. 2020년 도쿄올리픽, 패럴림픽을 1년 앞두고 도쿄도와 일본 정부 측에서 장려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시청률이 아주 높은 주말 방송 시간에 장애인 선수의 모습을 전면으로 담은 광고를 만들어 방영하는 그 회사의 의도가 가슴에 딱 와 꽂히는 것 같았어요.

장애를 떠올리지 않는 연예오락 방송을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의 그 어디에서나 더불어 열심히 살고 있는 장애인의 모습을 감추거나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인식시키는 의도가 느껴졌고, 공익광고가 아닌 이미지홍보 광고에 장애라는 테마를 담아 시청률이 높은 방송시간에 방영되도록 비싼 비용을 투자하는 기업 의식에 주목하고 싶었 어요.

일부러 찾아본 것 아니지만, 장애를 테마로 한 광고를 또 봤어요. ‘시미즈건설’에서 만든 광고로, ‘다이와하우스’ 못지않게 인지도가 있는 회사라서 경쟁적으로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이 광고의 첫 장면에는 학교 강당에서 십여 명의 초등학생들의 휠체어를 타고 있고, 한편에서는 뇌성마비 중증장애인들이 많이 출전한다는 ‘보치아’라는 구기종목 경기를 함께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나와요. 최근 학교 교육과정 안에 장애에 대한 이해 교육시간이 있다고 하는데 그 수업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영상을 배경으로 “보치아는 유럽에서 생긴 스포츠라는데 보기보다 어려운 경기다. 하지만 다 같이 하다 보니까 재미있는 것 같다”라는 장애인 스포츠 종목을 처음 접해보는 아이의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2020년 도쿄, 패럴림픽 스포츠를 함께 해봐요!”라는 아주 평범하고 그리 부담주지 않는 해설로 마무리 돼요.

뭔가 일본의 광고 선전만 열심히 한 것 같네요.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하루 종일 흘러나오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무의식적으로 귀에 베이고 떠올려지는 광고의 한 조각에 있는 그대로의 장애인의 모습이, 또 한 조각에 장애를 가지고 도전하는 모습이, 다른 한 조각에 장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스포츠를 알리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면 그야말로 광고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게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년 이맘때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던 평창 동계올림픽, 패럴림픽을 떠올리면서 말이에요.

작성자글. 변미양/지체장애인. 오사카 거주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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