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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그림 이야기>, 다르지 않은 삶

장애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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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분야의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

장애인식개선 관련 문학 작품 중 비장애인 작가의 작품이 장애인 작가의 것보다 훨씬 많았다. 작가가 장애를 갖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작품에 나타난 장애인의 삶이 왜곡되거나, 장애를 치료와 재활의 관점으로만 표현된 것은 아닌지 또는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대상으로 장애인이 인식되는 것은 아닌지가 중요하다.

의료적 관점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은 문화적 맥락 안에서 더 뚜렷이 나타난다. 문화 예술이 장애인에게 수혜 차원의 서비스로만 인식되다 보니, 치료와 재활에 중점을 두고 당사자의 창작 활동을 보는 것이 현실이다. 또 장애인의 주체성은 비장애인 중심의 평가 구조로 인해 객관적으로 평가받기 힘들다. 문화 예술 측면의 가치가 장애의 문제로 한정지어져 평가 절하된다.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은 문화 예술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돼 차별로 이어진다. 이와 반대로 뛰어난 재능이 있는 장애인이 사회에서 성공한 경우 이를 영웅화시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자 한다. 성공하지 못한 장애인은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는 등 대부분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위와 같은 관점으로 출판된 책에서는 장애인과 인터뷰하고 쓰인 글이라도 비장애인 작가의 주관적 해석이 반영돼, 오랫동안 재생산된 부정적인 장애인 이미지가 반복돼 나타났다.

장애인은 수동적인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근래 들어 장애를 사실 그대로 기술하거나 장애인을 평범한 한 개인으로 표현하려는 모습이 보이지만 한계가 있다.

 

낙인에 가려진 개개인의 이야기

2018년 출간한 <별난 그림 이야기>는 열정만으로 도전한 작품이었다. 출판 관련 전문가가 단 한명도 없지만 장애인 작가가 온전히 하고 싶은 이야기 즉, 장애인의 삶이 비장애인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표현했다. 장애인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 삶을 그렸다.

장애인 작가 열 명의 열두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에는, 작가들의 소소한 일상 등 평범한 삶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삽화와 함께 기록돼 있다. 작가들은 그림을 그려본 적도, 글을 제대로 써 본 적도 없는 20~50대 여성들로, 지적 장애, 뇌전증 장애, 호흡기 장애, 뇌병변 장애, 척수 장애 등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다. 그들은 처음 도전하는 일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용기 내 자기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림과 글로 표현했다. 어려움에 직면하면 함께 길을 찾았고, 포기하고 싶을 땐 서로를 지지하며 책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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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지극히 평범하다. 지적장애인 김지원 작가는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이야기한다.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고, 함께 밥을 먹고, TV 채널을 갖고 싸운다. 혼자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여행을 다녀온 뒤 남편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을 전하고, 마지막 생은 지팡이를 짚을 때까지 함께 늙어가고 싶다고 밝힌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인 자신에게 대부분 “야”라고 부른다며 “사람들이 나를 ‘지원 씨’라고 불렀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장애가 아닌 재능과 열정을 보라

작가들의 교육을 담당했던 심소현 선생님은 비장애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들의 장애 유형과 책을 쓴 배경을 나타내야 한다고 권유했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작가들의 장애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책이 출판되기를 바랐다. 책의 내용보다 장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작가들의 재능과 열정이 가려질까 두려웠다.

출판 이후 내용을 다소 이해 못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묻는 이가 많았다. 또 작가마다 그림 콘셉트는 누가 잡았는지, 그림을 그리며 손의 재활은 얼마나 이뤄졌는지, 그릴 때 얼마나 도와줬는지 궁금해했다. 물론 궁금할 수 있다. 그러나 <별난 그림 이야기>로 알리고 싶었던 건 교육 기회가 제공된다면 누구든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고, 글 쓰는 연습을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별난 그림 이야기>가 문화 예술 분야에 작은 발자국 하나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문화 예술의 스펙트럼은 넓고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문화 예술 영역은 사회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사회통합을 이루는 촉매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문화 예술에서도 장애인이 잠재력을 인정받고, 장애 문화가 하위문화가 아닌 보편적 문화 영역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작성자이혜선/대구대 장애학 석사과정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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