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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의 망신스러운 인사말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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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8일부터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렸어요. 한국 대통령이 오사카를 방문하는 건 10년 만이기도 하고, 한일 정상 간의 만남이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이 주목되기도 했지만, 찬바람만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어요. 오사카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장소가 오사카성일 텐데요. 6월 28일 정상들의 만찬회가 오사카성 내에 있는 영빈관에서 열렸어요. 만찬에 앞서 ‘일본의 전통과 다양성’으로 문화 공연이 있었고요. 사전에 소개된 출연자들을 보니, 일본 전통문화 공연자,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오페라 가수였어요. 일본에서 처음 열리는 G20 정상회담, 그 세계 정상들 앞에서 일본 문화의 정수를 소개하는 무대에 시각장애인 연주자가 선다는 것이 반갑더라고요.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는 2009년 국제 피아노 콩쿨에서 일본인으로서 처음 우승한 이후 국제적으로 활약하는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로 최근 매스컴에 자주 소개돼 저도 본 적이 있어요. 새삼스럽지는 않아도 일본의 다양성과 공생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 것 같았는데, 공연 직후 만찬회 건배 인사를 한 주최자 아베 총리의 말이 문제였어요.

“오사카성은 16세기에 축성됐으나 현재 모습으로 세워진 것은 17세기 초이고, 그 후 지금부터 약 150년 전인 메이지유신 때 소실됐다가, 90년 전에 ‘천수각’이 처음 세워졌던 16세기의 모습으로 충실히 복원됐습니다. 하지만 복원할 때 한 가지 큰 실수를 범한 것이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해 버렸다는 겁니다.”

이 장면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자마자 비판이 쏟아졌어요. 그야 그럴 수밖에 없죠. 세계 정상들 앞에서 ‘다양성과 더불어 사는 사회’에 역행하는 말을 농담이랍시고 가볍게 던진 아베 총리의 발언은, 장애인에 대한 기본 인식이 결여된 경박함 그 자체였으니까요. 소란을 수습하느라 7월 2일 자민당의 간사장 대행을 통해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불편해도 할 수 없다는 의미로 들렸다면 유감이며, (장애인이나 고령자의) 상황을 경시하고, 배리어프리 사회에 이론을 주장하는 발언은 아니다”라고 변명하기에 바빴어요.

한편 지난 6월 21일 일본 국회에서는 독서 배리어프리를 추진하는 ‘시각장애인 등의 독서환경의 정비 비준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어요. 이 법은 2013년 6월 UN에서 채택된 ‘마라케시 조약(독서 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제한에 관한 국제조약)’에 관련된 것인데, 그간 일본맹인회연합, 약시자문제연구회 등 관련 장애인 단체에서는 일본의 조약 비준과 저작권법 개정, 그리고 ‘독서배리어프리법’의 제정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여왔고, 2015년부터는 일본정부에서도 조약 체결을 위한 관련 법제 정비를 위해 문화청에서 저작권법에 대한 개정 심의가 시작됐어요. 이 조약은 전맹 등 시각장애인과 그 밖의 인쇄물 판독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촉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지금까지의 저작권법에는 시각장애인이나 문자를 읽거나 쓰기 어려운 발달장애인만이 저작권 제한 대상이었지만 여기에 독서가 곤란한 신체장애인도 추가돼 시각장애인, 읽고 쓰기가 곤란한 학습 장애인, 전신 마비나 손이 부자유한 신체장애인 등이 장애가 있어도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며, 서적이나 잡지 등 문자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이번 법 제정에 대해 관련 장애인 단체에서는 장애인의 독서 환경 정비에 큰 시금석이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도서관 이용에 관한 체제 정비, 인터넷을 이용한 서비스 제공 체제 강화, 특정 서적 및 전자 서적의 제작 지원, 단말 기기에 관한 정보 지원 등 이념을 추진하고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가기 위한 방안들이 실행돼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어요. 시동이 막 걸린 법이니까 그 효력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르겠어요. 만찬회 때 연주한 시각장애인 쓰지이 씨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악보를 바로 접할 수 있게 되겠지요?

작성자변미양/ 오사카거주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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