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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예술에 의한 장애인들의 문화예술활동의 의미 연구

장애와 문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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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예술은 장애의 경험을 반영한다. 언제나 예술을 하는 장애를 가진 예술가들은 있어왔다. 위대한 예술가 호머, 알렉산더 포프, 존 튼, 베토벤, 반 고흐 등. 그러나 그러한 예술가들은 자신의 장애를 장애물로 여겨왔다. 우리는 자신의 실명을 견뎌내야 하는 짐으로 간주한 튼의 소네트를 장애 예술로 인식하지 않을 것이다. 장애 예술은 장애를 장애물로 간주하지 않고 예술적 작업을 위해 적합하고 풍부한 주제로서 간주한다.”(Sutherland, 2005)

예술의 사회적 포용(social inclusion of the arts)은 사회적 배제를 겪거나, 겪을 위험에 놓인 사람과 그룹을 대상으로 예술을 도구로 하여 사회적 배제와 연관한 문제를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포용적 예술은 장애인의 삶과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애 예술 분야에서는 장애에 대한 정체성 혹은 자기 인식뿐만 아니라 협력적 과정을 통해 비장애 예술인, 관객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포용적 예술은 서로 간 상호 작용이 중시되고, 결과적으로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전제한다. 영화 제작으로 장애인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과 비장애인이 공감하게 된 내용들로 포용적 예술 활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장애인이 편하면 나도 편하다.

경추장애인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는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을 휘청거리며 지나간다. 그러고 나서 도착한 야학교실. 생활하는 데 어려운 부분을 절친과 이야기 나눈다. 생활고에 대한 불안, 다리 역할을 하는 전동휠체어가 고장났을 때에 대한 불안 등. 30년 전과는 많이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는 감사해한다. 하지만 장애인콜택시는 시외를 가지 않고,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주변 경사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위험하게 차도로 돌아가야 하는 어려움들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나오지 못하고 집안에 갇혀 살던 암흑의 시간은 돌아가기 싫은 기억이라고 말하며 대화를 정리한다.

장면이 바뀌어 전동휠체어 사용법을 설명해준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 공원, 커다란 호수가 길을 가로막고 있어 돌아간다. 길을 건너려는데 횡단보도가 아닌 길에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보도블럭이 있다. 하지만 정면에는 턱이 높은 보도블럭이 있다. 그리고 끝난다. “우리는 가까운 거리도 길을 돌아서 가야만 한다.”

 

# 우리 언니 이야기

“결혼, 가족”이라고 적힌 앨범이 펼쳐진다. 연출가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 영화. 자막으로 연출가의 어눌한 말투를 상쇄한다. 언니의 사진을 통해 발달장애인으로 태어난 그녀를 설명한다. 언니는 중증발달장애인으로 그녀를 ‘마법의 성’ 시설에 맡겨놓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언니와 같이 원인불명으로 발달장애인이 되었고, 언니가 시설에서 힘들었던 생활을 했다며 설명을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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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이 바뀌어 ‘420 장애인 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에서 발달장애인권리대회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왜 이러한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지, 자립생활센터에서 왜 열심히 활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다. 다시 언니와 식사하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고, 언니가 좋아하는 고무장갑을 원활하게 제공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끝난다. “그리고 저요? 저는 좀 기다려줬으면 좋겠어요. 눈이 안 보이면 행동이 느려질 수밖에 없거든요.” “참, 그리고 장애인 일자리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돈도 넉넉하게 지원해줬으면 좋겠고요.”

두 편의 단편 영화는 장애인 당사자가 제작했다. 그들은 장애인으로 살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을 영화에 담아냈다. ‘장애인이 편하면 나도 편하다’에서는 이동하기 불편한 모습을 직접 카메라에 담아 관객들이 체험하는 듯한 느낌으로 전달했다. ‘우리 언니 이야기’에서는 중증발달장애인 언니의 모습을 통해 시설에서의 삶이 ‘피똥을 싸고 제대로 먹거리가 제공되지 않았던 시간들’이 현재 시설장애인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들이 가져야 하는 태도를 “좀 기다려줬으면 좋겠어요”라는 말로 표현했다. 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조차 빠른 업무를 요구하는, 빠르고 높은 생산성만을 요구하는 현 사회에 대한 비판일 것이다.

이처럼 이들의 영화는 예술운동 차원에서 장애인을 의존적 복지 수혜 대상자 혹은 돌봄 및 관리 대상자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 생명 존엄성과 사회 참여 등의 권리를 지닌 주체로 받아들이면서, 장애인예술가를 개인의 예술적 역량과 열망을 가진 사람으로 보는 관점으로 변화하게 만든다. 영화의 연출가들은 자신들이 삶에서 겪어왔던 편견과 배제, 어려움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즉, 포용적 예술이 협력적 과정을 중시함에 따라, 그 과정에서 주어지는 비장애 예술인과 관객과의 ‘관계 형성’을 주요 요소로 다루게 되는 것처럼, 관객과 소통하려는 연출가들의 노력은 그들과의 관계 형성 또한 영화 안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두 편의 영화를 ‘포용적 예술’이라는 개념을 접목시켜 바라보면, 좀 더 생각되는 바가 많다. 장애를 주제로 한 작품들은 자칫 그들을 구경거리로, 불쌍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 현실을 탈피해 장애인에 삶 속에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장애인 예술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협업하는 예술작품이 많이 양산돼 더 이상 장애인을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장의 활동가들은 정책에 치우친 사업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들과의 영상매체, 문학작품 등의 여러 가지 형태의 문화예술활동을 진행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재미만을 추구하는 문화예술활동이 아닌 포용적 예술의 개념에서 의미하는 것처럼 장애인 당사자들의 삶을 의미있게 바라보고, 그들의 삶을 함께 그려낼 수 있는 사업이 구상돼야 한다.장애와 관련된 인문학적인 관점에서의 문화예술활동은 앞으로 많은 발전가능성이 있는 영역임에 틀림없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관련 예술인들의 관심영역이 좀 더 이러한 방향으로 넓혀질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작성자이연진/대구대 장애학과 석사과정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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