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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몸짓과소리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는 정태준 학생과 어머니 이화영 님의 하루

몸짓과소리의 나눔과 예술교육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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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문화예술교육 합창 단체 사진
 
오늘 하루도 태준이와 함께 새롭고 특별한 동행이 시작된다
오늘은 둘째 주 토요일, 문화예술교육이 있는 날이다. “출발!”. 멀미가 나는 택시 말고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며 부지런히 합창 연습실에 도착했다.
 
첫 번째 시간은 합창 교육이다. 지휘자 선생님을 따라 목을 먼저 풀고 본격적인 연습에 임한다. 아직 초반인지라 노래 한 곡을 멈추지 않고 끝맺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쌓인 연습량 덕분에 지휘자 선생님이 지적하시고 반복해서 연습했던 구간들이 점점 매끄럽고 자연스러워진다. ‘태준이의 그 우렁찬 목소리는 언제나 나올까?’ 기대하며 몇 번이고 태준이 곁에서 반복해서 합창 노래를 함께 배워간다.
 
가장 중요한 점심시간이다. 함께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는 주영이네와 함께 겨우 찾아낸 만두 분식집에서 오랜만에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늘 절반 이상 식사량을 남겼던 주영이네도 깨끗하게 그릇을 비웠다. 
 
↑2023년 문화에술교육 우쿨렐레 연습
 
태준이가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우쿨렐레 시간이다. “아뿔싸!”. 안타깝게도 우쿨렐레를 멘 채 그만 잠들어 버렸다. 간밤에 오늘 외출한다는 말을 듣고 설레었는지 잠 안 자고 밤새 들락거리더니 탈이 나고 말았다.
 
태준이와 주영이가 우쿨렐레 시간에 제일 좋아하는 곡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왔던 곡 <상상>이다. 그래서인지 태준이와 주영이는 상상 악보를 보며 금방 따라 하고 제법 잘 친다. 선생님과 이사님, 그리고 주영이네가 태준이가 치는 모습을 보고 손뼉 치며 동영상을 찍어준 적이 있다. 기분이 좋아졌는지 태준이는 방긋 기쁘게 웃었다. 기세를 몰아 쉬는 시간에도 태준이와 우쿨렐레 주법을 함께 연습해본다. 나도 태준이와 같이(사)몸짓과소리(이하 몸소)에서 우쿨렐레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태준이가 나보다 훨씬 잘 친다.
 
우쿨렐레 연습이 끝났다. 오전부터 합창 노래 부르고 우쿨렐레를 연주했더니 몸이 찌뿌둥하고 배가 고파온다. 오늘의 간식은 소금빵과 두유이다. 율동을 열심히 따라 하기 위해 든든히 먹어 놓는다. 옆에서 주영이와 몸소 선생님과의 대화가 들려온다.
 
“주영이는 몸소에서 문화예술교육 하니까 어때?”
 
“재밌어요. 조금 어렵긴 하지만요. 배울 수 있어서 제일 좋아요.”
 
↑2023년 문화예술교육 율동 연습
 
마지막 율동 시간이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따라 하며 몸을 풀고 <over the rainbow> 음악에 맞추어 율동을 따라 한다. 반짝이는 붉은 치어리더 수술을 들고 빠르고 신나는 곡으로 일명 ‘먼지 털기’ 춤까지 춘다. 태준이는 선생님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느라 애쓰는 모습이었다.
 
문화예술교육의 합창, 우쿨렐레, 율동까지 모든 시간에 참여하고 귀가하면서 들른 공부방 선생님께 오늘 외부 활동을 하는 동안에 있었던 특이사항을 보고해 드렸다. 태준이는 선생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식사 예절을 반복해서 배운 뒤 귀가하였다.
 
이렇게 태준이와의 동행은 날마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겨난다
긍정적인 면은 되살리고, 부정적인 면은 끊임없는 교육과 보육으로 가정 안팎에서 도움을 줌으로 새로워질 때까지 반복하게 된다.
 
”몸짓과 소리”는 고등학교 졸업 후 태준이에게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해주었고, 사회 속에서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새로운 만남의 장을 열어주었다. 
 
가장 고마웠던 기억은 지난여름 캠프 풀장에서 이섭이와 이섭이 조카와 태준이가 함께 튜브를 타고 한참을 놀았던 때와, 지숙이와 몇몇 친구들과 캠핑장 개울에서 서로 물 튀겨가며 물놀이하던 모습, 그리고 저녁식사 후 우리 숙소에 주영이, 선주, 꼬마 숙녀가 방문하여 고구마 과자를 먹으며 한동안 재미있게 웃고 떠들었던 기억이다.
 
↑2019년 A+페스티벌 공연 연습캠프
 
태준이는 언어표현에서 자발어1)가 드물어서, 비록 외마디 소리라 할지라도 그 상황에 맞게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든다는 광경 자체가 정말 고마운 일이다. 고교 시절에, 앞으로 사회 속에 적응하는 방편으로 태준이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받게 했었다. 그때에도 수행되는 언어가 문제였다. 거듭 반복해서 실기시험을 순서대로 해당 내용을 외우면서 연습하며, 바리스타 2급 자격시험을 2학년 때 통과했다.
 
학교 졸업 후 한차례 성장통을 겪을 때도, 태준이가 몸소에 참여하는 그것만큼은 거부하지 않아 빠짐없이 참석할 수 있었다. 몸소에 출석하는 날에는 나보다 더 서둘러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집과 공부방을 오가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몸소는 조금 더 넓은 사회참여를 할 수 있게 해주고, 무엇보다 “음악"을 목소리로, 악기로, 몸짓으로 표현하고 누릴 수 있게 해주니 너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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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발어는 상대방에게 방금 들었던 말이나 문장 또는 과거에 들었던 낱말이나 문장을 특별한 의도나 의미 없이 반복하는 반향어와 상반된 개념으로서, 아동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말한다. <네이버 상담학 사전>
 
↑여름캠프 물놀이 모습
 
 
무엇보다도, 문화예술교육의 결과물로서 본무대의 공연에 참여하는 체험은 참으로 귀중한 산교육이다
공연 순간순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동행자의 마음에 아랑곳없이 태준이가 음악의 흥에 겨워 우쿨렐레를 멘 채 깡충 뛰기를 할 때면 눈앞이 하얘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주어진 순서대로 공연을 마치는 모습은 그동안의 노고를 눈이 녹듯이 사라지게 한다.
 
“해냈구나!”
 
새롭게 주어진 오늘 하루의 동행을 마치고 웃음을 머금고 편안한 휴식에 들어간다.
 
“잘자!”
 
몸짓과소리의 문화예술교육은 태준이가 가진 잠재력을 한 뼘 펼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되어 주고 있다. 매년 5월부터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고 발표회 직전 리허설을 통해 긴장감을 경험하고 나면 12월에 열리는 발표회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8개월간의 대장정 끝에 발표회를 하고 나면 말로 다 할 수 없는 뿌듯함이 찾아온다. 태준이는 매년 이 발표회를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발표회 경험은 우리 모두 같이 사는 사회에서 한 사람도 낙오됨 없이 작은 구성원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태준이와 우리 가족이 몸짓과소리를 통해 이러한 역할과 삶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더 경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가진다. 
 
↑환한 미소의 정태준 학생
 
이화영 님은 정태준 학생의 어머니이다. 몸짓과소리와 2018년 4월부터 함께하고 있다. 정태준 학생은 올해 24세이며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 컴퓨터를 사용한 그림 그리기와 음악 감상이 취미이다. 평일에는 공부방에서 학습을 이어 나가고 있으며, 주말에는 어머니와 함께 교회 예배에 참여하고 있다.
•2018년 12월 (사)몸짓과소리 「제9회 꿈을 꾸는 아이들 겨울작은음악회」 참여 / •2019년 4월 제12회 세계 자폐인의 날 기념공연 참여 / •2019년 10월 A+ 페스티벌 물빛 무대 참여 / •2019년 12월 (사)몸짓과소리 「제10회 꿈을 꾸는 아이들의 겨울작은음악회」 참여 / •2021년 9월 “스며들다” 장애인 문화예술 온라인 축제 「파주 다빈치 방송국」 참여 / •2022년 12월 「제11회 꿈을 꾸는 아이들의 겨울작은음악회」 참여
 
작성자글과 사진. 이화영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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