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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내가 경험한 여행지

함께 가는 나와 당신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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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체어로도 다니기 편했던 푸른수목원
 
장애인에게 당일치기 여행이 꼭 필요한 이유
지난 호에 “당신의 장애가 여행을 주저하게 되는 이유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라며 친구와 함께한 강원도나 홍콩 여행에 대해 써 내려갔지만, 실은 글을 연재할 때마다 계속해서 마음 한구석이 찔렸다. 많은 장애인에게 친구와 함께하는 1박 이상의 여행은 완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내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1박 여행보다 당일치기에 참석하는 학생들이 훨씬 더 많았다는 점에서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학생은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모든 여행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지만, 항상 밤에 자기 전 부모님 차를 타고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만큼 하루 이상의 여행이 어떤 장애인에게는 정말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루가 넘어가는 여행은 모두를 위한 여행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번 호에서는 당일치기로 내가 겪은 곳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 푸른수목원의 풍경
 
1) ‘푸른수목원’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바다보다 산이 더 좋았다. 나무들의 푸릇푸릇한 잎사귀가 좋았고 푸른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추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이 절로 평안해지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장애를 얻기 전, 동네 뒷산에 매일 올랐고 주말이나 공휴일엔 북한산이나 수락산처럼 이름있는 산에 올랐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이지만 그때 내 취미활동을 즐기며 내가 느꼈던 행복감과 함께한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내가 느낀 살가움과 그들에 대한 고마움은 아직도 내게 생생하다. 그래서일까? 장애를 얻고 나서 현실적으로 산행을 이전만큼 자주 할 수 없게 된 후에도 나는 바다보다는 산이 더 좋아서 여행지를 고를때에 특별한 목적이 따로 없다면 꼭 나무를 볼 수 있는 장소로 선택한다.
 
그래서 어느 무료한 토요일 오후, 전에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무장애 여행지로 소개되어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었던 ‘푸른수목원’에 가기로 했다. 집에 있던 반려견 ‘원두’도 함께 말이다. 정말 신나는 나들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그날의 외출은 성공적이었다. 원두도 집 밖 공기를 많이 좋아하였고, 나 또한 집 밖 나들이가 반가웠다. 수목원은 옛날에 철길로 썼던 곳에서 시작되었다. 수목원 전체가 평지여서 난 부모님과 다른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무리 없이 수목원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게다가 수목원이 우리 집과 정반대 편에 있어 같은 서울이라도 낯선 곳으로의 나들이 같은 느낌을 주었다.
 
사실 ‘푸른수목원’은 무장애 관광지에 소개된 코스 중 하나였다. 욕심꾸러기인 나는 숙박까지 해서라도 그 일정을 모두 소화해내고 싶었지만, 그 계획은 내 일정 탓에 실천이 어려웠다. 하지만 결론적으론 푸른수목원만 따로 떼어 당일치기로 갔다오길 잘했다. 무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몸이 힘들지 않았고, 일정 전체를 소화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여행을 함께한 동반자들에게도 만족스러운 일정이었다. 게다가 다른 곳에 가지 않아 더 이 장소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내 욕심대로 몇 가지 일정을 모두 소화하려 했다면, 가능은 했겠지만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여행이란 모름지기 나를 위한 것인데, 그 여행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내가 너무 힘들다면, 그 여행은 좋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일의 성공을 위해서는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아야 하나 보다.
 
2) 서울식물원
사실 서울식물원은 애초에 내가 원해서 간 건 아니고 장애인단체를 통해서 갔었다. 장애 친화적인 관광지가 많지 않아 그런 듯한데, 결과적으로 나는 정말 좋았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좋았다. 그건 아마도 내가 나무를 좋아하고, 전체적으로 휠체어 이동이 가능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휠체어로 다니기도 편리하지만, 교통약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서울식물원은 훌륭한 관광지이다.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어 인생샷 건지기가 가능할뿐더러, 식물들뿐만 아니라 각종 체험행사도 열리기에, 식물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대안이 있다. 게다가 서울식물원은 특정 기간에 고궁들처럼 야간개장도 하고 있다. 다만 그 기간이 자주 있진 않으며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교통약자가 돌아다니기에 좋지 않은 불모지에서, 서울식물원은 교통약자에게 정말이지 보석 같은 곳이기에 이곳을 자신 있게 추천한다.
 
↑ 귀여웠던 헤이리마을의 모습
 
3) 파주 헤이리마을
다음으로는 최근 8월에 겪었던, 몇 안 되는 여행에 실패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물론 비 예보 때문에 갑자기 여행을 당일치기로 변경하긴 했다. 하지만 파주 헤이리마을이 휠체어로 다니기 불편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헤이리마을이 파주시에서 운영하는 공식적인 관광지라고 해서 휠체어로 다니기에 당연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헤이리마을은 여러 개인사업자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었고, 마을 곳곳에 턱이 있어 휠체어로 다니기에 편하지도 않았다. 이 마을에 있는 무장애 노을숲길에 갔었다면 불편함이 조금 해결될 수 있었겠지만, 여행 계획이 급했던 만큼, 당시 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여행 전, 헤이리마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은 ‘헤이리마을 배리어프리 현황’이라는 글에 이곳이 휠체어로 이동하기에 완벽하지 않다고 적혀 있었지만 나는 휠체어 사용자가 흔치도 않은데 이런 글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마을이 배리어프리함을 나타낸다고 여겼다.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게다가 내가 타는 전동휠체어 또한 그날 충전이 덜 되어있었다. 갑작스럽게 여행을 계획했던 터라 휠체어충전을 깜빡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나는 충전기를 집에 둔 채, 반밖에 충전되지 않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당일치기 여행을 간 것이고 휠체어가 방전되면 수동으로 휠체어를 바꾸어서 밀면 됐지만 나의 활동지원사에게 내 휠체어가 충전이 덜 되어있다는 사실은 여간 불안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 상태로 나는 점심까지 먹었다. 정오가 되자 야속하게도 내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려됐고, 나는 마을에서 수제버거로 점심을 먹었다.
 
↑ 헤이리마을에서 먹은 수제버거
 
사실, 문제는 더 있었다. 뇌출혈 재발 이후 난 더욱 자주 화장실에 가야 했는데 도착해서 화장실을 가려고 하니, 헤이리마을에서 장애인 화장실은 딱 하나 있다고 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비가 계속 내려 질퍽한 흙길에 있는 징검다리 모양의 돌길을 건너야 했다. 내 전동휠체어는 바퀴가 작은 경량 '전동스쿠터'라 그런 길을 가는 데에 용이하지 않아서 화장실 가기가 아주아주 어려웠다. 결국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인 팬티 기저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자니 정말 죽을 맛이어서 솔직히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디퓨저 만들기 체험을 하고 싶어서 한 건물을 찾았는데, 그 장소의 안내원이 그 건물은 계단이 많아 난 이용할 수 없다며 입구에서부터 날 막아섰다. 그래서 표를 환불받고,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왔다.난 이번 헤이리마을로의 여행은 실패였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여행을 돌아보았을 때 헤이리마을의 예쁜 모습보다는 ‘고생’이라는 두 글자만 기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주저앉아있지는 않겠다. 이번 실패로 얻은 교훈을 가지고, 다른 여행을 계획해본다.
 
우리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두, 당일치기 여행을 한다. 나 역시 이 글에 다 적지는 못했지만 이제껏 많은 곳을 당일로 방문했다. 당일치기 여행은 그렇지 않은 여행에 비해 절대 더 가치 없지 않다. 물론 숙박하는 여행과 비교하여 이동 시간이 두 배로 발생한다는 단점은 있다. 또, 당일치기 여행의 경우, 여행지가 집과 좀 더 가까워야 한다.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는 당일치기 여행도, 여느 여행과 다를 것 없다. 당일치기 여행도 여행을 계획할 때 여행지를 조사해야 하고 주변의 먹거리를 알아봐야 한다. 숙박할 곳을 신경 쓰느라 돈과 에너지를 허비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러니 당일치기 여행, 완전히 환영이다! 계획만 잘 세운다면 말이다.
 
작성자글과 사진. 원소연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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