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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산책] 청와대에 음악의 꽃이 필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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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TV에서 신년 음악회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다. 이 신년 음악회라는 것이 연주회장에서 하는 음악회가 아니고 청와대에서의 음악회였기 때문에 꽤 흥미가 있었다. 연주는 서울 시립 교향악단이었고 주요 부처의 요인들과 외교 사절들이 다수 참석했는데 대통령은 맨 앞자리의 특별석에서 연주를 관람하고 있었다.
전에도 이런 연주회를 TV를 통해 방영된 기억이 있는데 미국의 백악관 연주회와는 퍽 대조적이었다. 백악관 연주회는 교향악단이 아닌 한 두 사람에 의한 독주나 실내악 연주이고 또 대통령을 위한 특별석도 마련되지 않았다. 단지 맨 앞자리가 대통령의 자리일 뿐이다. 음악 문화와 민주주의가 우리 보다 앞서 있는 그곳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레이건이나 카터 같은 대통령들은 음악을 즐겨 자주 이런 연주회를 마련한다고 하고, 또 닉슨 전 대통령은 백악관 내에 음악 감상실을 마련하고 약 2000매의 레코드를 소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음악을 즐기는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실제 음악 연주 실력이 대단한 정치가들도 있다. 현재 서독의 수상은 헬무트 콜인데 그의 전임자인 헬무트 쉬미트 전 수상은 뛰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어느 해, 쉬미트 수상은 국제 회담에 참석했는데, 회담이 끝나자 수상이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런던으로 가서 명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크리스토프 에센 바하 (Christoph Escenbach)와 함께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녹음했던 것이다. 물론 수상 자신이 피아노 독주를 담당했다. 국내에서는 발매되지 않았지만 이 음반은 현직 수상이 바쁜 정치 일정중에서 내 놓은 것이라 화제를 일으켰는데 그의 피아노 솜씨는 전문 연주가에 못지 않는다는 평도 들었다.

영국 수상 중에도 이런 음악가가 있다. 74년도에 수상에서 물러난 네드워드 히드 전 수상은 후륭한 오르가니스트이자 합창 지휘자였다. 그는 매년 성탄절이면 자신의 고향 마을에서 합창단을 지휘하곤 했는데 그의 포부는 직업 교향악단을 지휘해 보는 것이었다. 이것을 알게된 당시 런던 교향악단의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 (Ander Previn, 우리나라에도 두 번 다녀갔다.) 이 그를 초청, 히드전 수상은 지휘도 하고, 또 이를 레코드로도 제작해서 수상의 지휘로 런던 교향악단이 연주한 레코드가 발매되기도 했다. (그는 소원을 성취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수상에서 물러난 뒤 1978년 우리나라를 방문했는데 당시 개관을 앞두고 있던 세종문화회관에 막 설치한 파이프 오르간을 시범 연주해 보고는 훌륭한 오르간이라고 칭찬했던 적도 있다.

대통령이 음악을 즐기고, 수상이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는가 하면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수상도 있다. 확실히 우리에게는 먼 일 처럼 느껴진다. 정치 지도자가 음악을 애호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나라가 좋다든지 앞서가는 나라라고 할 수는 없다. 히틀러 같은 인물은 베토벤과 바그너의 신봉자였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들이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그 나라의 국민이 음악을 애호한다는 말이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문화에 대한 소양을 갖고 보호, 육성할 때 그 사회가 보다 바람직하게 나아감은 어렵지 않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음악, 미술과목은 입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학교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푸대접을 받게 되고, 그러다 보니 학교를 졸업하면 문화적인 면에는 문외한이 되는 경우가 보편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고쳐지려면 우선 교육을 맡은 사람들의 의식이 전환되어야겠고, 결국에는 정치를 담당하는 이들의 문화에 대한 소양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미래의 청와대 연주회를 상상해 본다. 교향악단이 한 곡을 끝낸다. 이어서 피아니스트가 등장한다. 그 피아니스트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피아노 독주, 그리고 그 연주는 TV를 통해 전 국민이 본다. 아마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해 존경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이런 날이 올 때, 아마도 우리나라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 그때가 언제쯤일까?

작성자강승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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