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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사랑방6-연극마을에서] 아름다운 거리를 찾아 나서게 하는 4월의 모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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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마을에서]


『아름다운 거리』를 찾아 나서게 하는 4월의 모퉁이

 

  4월이다. 일년 사계절 열두달 가운데 사랑하기 좋지 않은 시간이 있을까마는 이 4월은 가장 사랑하기 좋은 때다.

  사랑하기 시작한 이들은 봄에 서로 탐색을 시작하고, 여름에는 서로 밀고 당기는 사랑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늦가을에는 진짜 사랑에 빠지고, 그 다음 겨울에는 안락과 포근함을 즐기게 된다.

  사랑에 가장 빠지기 좋다는 이 계절, 대학로에 가면 사랑에 빠진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다. 그중 한 남자인 천하제일의 호인 안광남, 몇 번의 사업실패와 이혼으로 비록 돈도 없고 아내도 잃었지만 아직도 주량과 목소리만은 어디서도 기죽지 않는 사나이.

  민두상, 안광남의 둘도 없는 친구. 안광남의 빚보증을 서줬다가 직장도 잃고 가족도 잃은, 세상에 남은 거라곤 안광남밖에 없는 다소 고리타분한 남자. 연극 "아름다운 거리"는 따르릉 울리는 자명종 시계의 요란한 진동과 함께 바로 이 두 남자의 아침에서 시작된다. 안광남의 이혼한 부인의 도움으로 차린 사진관 야전 침대에서 아침을 여는 이 두 사내의 인연은 고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에서 주먹 꽤나 쓰기로 유명했던 안광남. 어느 날 그는 샌님 같은 민두상과 학교 뒷산에서 싸움을 벌이게 된다. 싸움은 보나마나 뻔한 민두상의 승리가 예상된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로 안광남의 승리로 끝이 난다.

  그리고 또 하나 의외의 사실은 그 싸움이 40여 년 간 비밀로 지켜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두 사람의 인연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가고, 궁색한 동거생활에서 거금이 든 손가방을 얻기까지 그들의 삶의 바퀴는 한 체인 안에 묶여 있다. 말 그대로 동거동락하며, 장년에 이르기까지 인간적인 신뢰와 우정을 지켜간 이 두 사나이. 그들은 말한다. "인생에서 여자에 실패하면 인생의 반은 실패한 거다. 남은 건 사내들만의 우정이다. 그래야 남은 반의 인생이 성공한다."라고.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분명 인생의 반은 성공한 사내들이고, 그래서 행복한 사람들이다.

  이 작품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 그리고 인간의 감정을 최고조에 달아오르게 하는 큰 긴장과 스릴도 없다. 그러나 우연히 주은 돈가방을 결국 경찰서에 돌려주고 그들의 인생을 일상 속으로 되돌려 놓았을 때 관객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고, 그들의 그 궁색한 일상에 따뜻한 박수를 보내게 된다.

  다만 극의 말미에서 자신들의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교훈적인 설명을 계속하고 관객에게 감정을 주입시키는 직접적인 대사들은 관객의 고유한 권한 - 이해력과 상상력을 갖고 극을 읽어나갈 -을 침해당하는 것 같아 맥이 풀렸다.

  굳이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아도 어차피 알 사람은 알고 모를 사람은 영원히 모른다는 그 평범한 진리를 작가 이민희는 잠깐 잊어버린 것일까?

  그러나 작가는 또 이렇게도 말한다. 아름다운 거리 - 그것은 곧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아름다운 간격을 뜻하는 거라고. 여기 이 두 사람 안광남, 민두상은, 요즘처럼 꽃가루 날리는 환절기에 분명 아름다운 거리를 가진, 사랑에 빠진 사나이들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우리 또한 자신의 아름다운 거리를 지닌 이들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글/ 김정은 (방송작가)

 

작성자김정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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