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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1]이영호의 영화이야기 영화평론-정확한 분석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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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정확한 분석을 위하여

 한 영화를 비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영화학을 전공한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지난달에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달부터는 어느 한 영화를 텍스트(text)로 정하여 소위 케이스 스타디(case study)를 하고자 했다 그러나 영화평론에 관하여 비전문가인 독자들에게는 이제까지 영화 학술지가 아닌 잡지 등에 실린 영화평(평론이 아닌)만이 익숙할 것 같아서,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그에 앞서 영화평론의 방법론에 대한 설명을 하고자 한다.
 영화평론은 신문이나 잡지의 영화소개 혹은 단평(review)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유럽과 미국에서조차도 영화학과가 대학에 개설되기 전인 60년 말까지는 본격적인 혹은 학술적인 영화평론이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그저 몇몇 관심 있는 석학들에 의하여 쓰여지는 것이 고작이었고 일반 독자로서는 접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50년대 말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이것을 잘 말해 주고 있다.
 뉴욕의 한 출판업자가 영화비평에 관한 출판제안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이런 책을 보겠소? 영화 같은 것을 보는 사람들이 책을 읽을 리가 없고, 이 책을 이해 할만한 수준의 사람들이 영화를 볼 리 없으니 누가 이런 책을 읽겠소?" 이렇게 영화평론이라는 것이 무용지물로 취급당했던 것이 오래 전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대학에 영화학과가 개설되고 많은 영화학 석·박사가 배출되어 그들이 영화이론의 3세대로 자리잡으면서 본격적인 영화평론이 쓰여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직은 영화학과가 개설되지는 않았지만 대학원에서 쓰여진 석사논문 중 몇몇은 아주 훌륭한 것을 필자도 본 적이 있다. 이렇게 서양에선 짧은 기간동안에 많은 학문적 축적이 이루어졌다. 물론 우리도 조만간 이러한 학문적 축적에 기대할 수 있을 만한 많을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그러면 영화평론이란 무엇인가? 영화평론은 서너 가지의 방법론을 취한다. 첫째로 지금은 그 이론이 빛을 바랜지 이미 오래 되었지만 작가론(auteurism)이란 것이 있다 쉽게 말하면 영화작가들을 그리스 신화 속의 신들처럼 서열을 정하여 분류하는 것이다. 이것은 바쟁(Andre Bazin)의 이론을 미국에 소개한 싸리스(Andrew Sarris)에 의하여 만들어진 이미 사멸한 이론이나, 아직까지 작가연구(diredtorial study)의 맥락에선 무시될 수 없다. 방법론이다. 즉 영화작가의 전기적 연구 및 작품의 시대적 분류, 분석을 통하여 그 영화작가의 작품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는 내러티브(narrative)분석이다. 쉽게 환언하면 줄거리의 구조적 분석을 통한 방법론이다. 이것도 단순한 이야기 구성의 분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집단무의식을, 신화와 민화의 연구를 통하여 얻어진 구조적 특징을 토대로, 영화의 내러티브와 연계하여 설명하는 것이다. 부언하면 우리의 고전인 춘향전, 흥부전, 심청전이나 다른 실화 등을 바탕(sudtext)으로 한 내러티브를 분석하여 그 구조를 밝혀내는 방법론이다.
 셋째는 내러티브의 분석을 통한 이념적 탐색이다. 이것은 영화평론에 있어 필자로선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또 한 가장 조심스럽게 행하여져야 하는 부분이며 영화를 하나의 텍스트로 이해하여야만 그것이 가능한 어려운 부분이다. 왜냐하면 영화는 스크린에 영사되는 순간 영화작가의 손을 벗어난 하나의 생명체,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영상적 의미전달체(imagimary signifier)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즉 영화가 스크린에 영사되는 순간 영화작가는 죽는 것이다.
 넷째는 영화적 장치(cinematic apparatus)에 의한 분석이다. 상술한 세 가지 것들은 다른 예술매체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법론인 반면 이 네 번째의 것은 영화매체의 특성을 철저히 이해하지 못하고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이른바 촬영, 편집, 조명, 연기, 연출, 분장, 음악, 미술, 특수효과, 음향 등 모든 기술적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영화의 몸체에 대한 분석과 그것에 대한 비평을 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영화적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수행 불가능한 힘든 작업인 반면 가장 명확히 분석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미학적 혹은 기호학적 해석에 있어 주관적 오독이 빈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한 영화의 비평이란 많은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작업이며 상당한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직업이다. 필자는 다음 달부터 시작될 개별 작품비평에 앞서 독자들의 올바른 이해를 돕고자 이러한 점을 미리 밝혀둔다.


이영호씨는 52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제 내린 비" "낮은 데로 임하소서" 등의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으며 89년 미국 뉴욕대학에서 영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작성자이영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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