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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보내온 시나리오]사랑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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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서
이하진 (지체장애우)

나오는 사람들
명희 - 25세, 소아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활달한 성격.
철준 - 28세, 적극적인 성격.
상호 - 25세, 편마비 장애인, 명희와는 재활원에서부터 같이 자랐다.
명희 모 - 52세.
혜숙 - 25세, 명희 친구
철준 모 - 55세.
그 밖에 철준 부, 철준 이모, 특수학교 교사, 장애인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 외 여러 사람.

s# 1 은행
 마감시간이 지나 고객들은 찾아볼 수 없고 한산한 가운데 행원들의 돈을 세고 기록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창구 뒤 컴퓨터 놓여 있고 그 옆에 목발 세워져 있다.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며 일에 열중인 명희, 명희로부터 3미터정도 떨어진 뒷자리에 철준 앉아있다.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 명희를 쳐다보다 뭔가를 결심한 듯 메모지를 꺼내 펜을 놀리는 철준, 이윽고 메모지를 접어 명희에게 다가간다. 천준 아무 말 없이 메모지를 명희 책상 위에 올려놓고 돌아서 자기 자리로 걸어가고, 당황한 표정으로 명희는 철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떨리는 손으로 메모지를 펴드는 명희. 메모지에는 "늘 만나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어. 네가 올 때까지 밤새 기다릴 테니까 도망갈 생각은 하지마"라는 단어가 씌어 있다. 뚫어져라 메모지를 응시하다 후-한숨을 내쉬는 명희. 고개를 돌려 철준의 자리를 바라본다. 이미 철준은 그곳에 없다.

S# 2 음악이 흐르는 레스토랑 실내
 철준, 구석진 자리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잠시 후 명희, 목발에 의지한 채 문을 밀고 들어서고 카운터에 앉아 있던 여주인 박색하며 일어선다.
여주인: 어서 와요 명희씨, 정말 오랜만이네, 그 동안 왜 그렇게 뜸했어. 내가 명희씨 얼마나 많이 보고 싶어 했다구.
명희:…….
여주인: (당황한 표정으로) 이런 내 정신 봐라. 철준씨가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네. 저기야 저기…. (명희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여주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손짓하는 철준, 명희가 걷는 뒷모습을 보며 여주인 안됐다는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찬다. 명희 철준의 앞자리에 앉는다. 고개를 숙이는 명희, 철준도 아무 말이 없다. 잠시 침묵 후 똑같이 고개를 드는 두 사람.)
철준: 뭐 마실래 아니면 저녁 ?
명희: (단호한 표정으로) 왜 이러는 거예요, 철준씨. 제가 알아듣게 말씀 드렸잖아요. 저는 철준씨한테 어울리는 않는다고요. 얼마나 더 제가 비참해져야 철준씨가 저를 그냥 놔두실 건가요?
철준: 왜 이래 명희, 내 마음을 잘 알잖아, 제발 어린애처럼 그렇게 투정 좀 부리지마.
명희: 투정이 아니에요. 저는 정말 힘들다구요. 철준씨가 그렇게 억지를 부리면 저는 설 곳이 없어져요. 어떻게 얻은 직장인데…
철준: 명희야말로 억지 부리지 마. 내가 명희를 좋아하는 것과 작장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명희: 철준씨는 몰라서 그래요.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얼마나 저를 비참하게 만드는지 제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다른 게 아닌 바로 내 뒤에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다시 그 악몽이 되풀이되려고 해요. 아시겠어요? 저는 철준씨와의 관계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은 죽기보다 싫다고요.
철준: 그러니까 나와 결혼하면 되잖아.
명희: 바보군요, 철준씨는 바보예요. 안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 왜 자꾸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저번에 철준씨 어머니를 만났을 때 어머니가 저를 바라보는 눈길을 보고 저는 이미 철준씨와의 결혼을 포기했어요.
철준: 부모님은 부모님이고 나는 나야. 부모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은 아니잖아. 명희도 마찬가지야. 사랑만 있으면 우리는 결혼해서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구. 네가 장애를 의식해서 머뭇거리는 심정은 충분히 알지만, 제발 명희야 용기를 가져. (명희, 철준을 빤히 쳐다본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리는 명희,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다.)

S# 3 가로등이 켜 있는 골목길
 명희와 철준 걸어온다.
철준: (침울한 목소리로)네가 속상해 하는 심정은 충분히 알아 이런 말을 하면 네가 화낼지 모르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나도 힘들어. 하지만 그렇다고 너를 포기할 수는 없어. 알겠니? (명희 앞을 가로막으며)솔직히 말해 너를 잊으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어. 그런데 되지 않았어. 왜 그랬겠어?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결코 너에 대한 동정으로 이러는 게 아냐. 난 다만 인간 김명희가 좋다구. 너를 사랑해. 알겠니. (다시 걸으며)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기억하니? 야유회를 갔을 때 개울을 건너야 했지. 내가 업어준다고 하자 너는 거절했어. 그때 너의 당황해 하던 표정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해. 그래 그랬을 거야 나는 너의 때 묻지 않은 표정을 좋아했을 거야.  그 후로 네 모습이 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거든. 푸- 모르겠어 그게 사랑이었는지는. 아무튼 내 마음이 너에게 끌리는 거는 억제할 수 없었어. 그리고 그건 나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지. 명희야, 나는 진심으로 원해. 너를 내 곁에 붙들어 두고 싶어.
명희: 하지만 철준씨 저는…
철준: (명희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말 안 해도 알아. 장애는 우리의 사랑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나는 너의 장애까지도 사랑해. 나를 믿어. 나는 너를 결코 놓치지 않을 거야.
명희: 철준씨…
철준: 나 갈게. 용기를 가져 알겠지. (철준 돌아서서 골목길을 내려간다. 저만치서 손을 흔드는 철준, 명희 철준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는다.)

S# 4 명희 집 대문
명희 모: 명희니?
명희: 응 엄마, 나야.
명희 모: (문을 열어주며) 늦었구나. 일찍 일찍 좀 다니지 않고.
S# 5 명희네가 세들어 사는 셋방
 세간과 책상 놓여 있고 아랫목에는 명희 동생 명수. 잠들어 있다. 방에 들어와 앉아서 자켓을 벗는 명희
명희 모: (부엌에서) 밥 안 먹었지, 얼른 차려 줄 테니까 한술 뜨고 자거라.
명희: 밥 먹었어. (두 다리를 뻗고 벽에 기댄다)
명희 모: (방안으로 들어와 명희가 벗어 논 자켓을 옷걸이에 걸며) 그래, (명희의 침울해 하는 모습을 보고) 왜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명희: …….
명희 모: (명희를 마주보고 앉으며)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게로구나. (한숨을 내쉬며) 에이구, 다 내 죄지.
명희: 그게 아냐 엄마. (명희 어머니, 옷소매로 눈물을 찍는다)
명희: (침묵 후 독백하듯) 엄마 나 시집갈까?
명희 모: 뭐러구? (놀란 표정으로 명희 앞으로 다가앉으며) 너 지금 뭐라고 그랬니?
명희: 시집 간다구, 왜 내가 못 할 말 했수.
명희 모: 어느 총각인데? 얘, 속 시원히 얘기 좀 해 봐, 뭐하는 총각이고 몇 살인지? 이런 이런 고마울 때가, 너를 데려가겠다는 총각이 다 있다니. 정말이지. 너 애미한테 농담 하는 건 아니지.
명희: 아냐 엄마. 엄마한테는 말 안 했지만 사귀는 사람이 있었어. 은행에서 같이 근무하는 사람이야.
명희 모: 그래, 참 잘됐구나. 은행에 다닌다면 직장도 괜찮고, 그 총각이 너한테 결혼하자구 하든? 그래 언제 결혼가재?
명희: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그런데 엄마, 사실은 나 그 남자와 결혼할 수 없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흐느끼며) 난 자신이 없어. 틀림없이 그 사람 마음만 아프게 하고 말 거야. 그 사람은 괜찮다고 하지만… 내 몸이 이런데… 엄마 난 어떡하면 좋아 (어머니 품에 안긴다.)
명희 모: (명희 등을 토닥거리며, 역시 눈물을 훔치며)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얘야 너 한테는 면목이 없구나. (흐느껴 우는 모녀)

S# 6 불 꺼진 방안
 명희 자리에 누워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고 명희 어머니 돌아누워 역시 생각에 잠겨 있다. 간간히 내쉬는 한숨, 명희의 회상 이어진다.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S# 7 재활원 마당
 주변에 장애 어린이들 있고 어린 명희 보모 품에 안겨 울면서 칭얼대고 있다. 젊은 명희 어머니, 명희를 달랜다.
명희 모: 알겠지 명희야, 엄마가 돈 많이 벌면 꼭 데리러 올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밥 잘 먹고 공부 잘 하고 있어 알겠지.
명희: 싫어 싫어, 나 엄마랑 같이 집에 갈 거야.
명희 모: 너 엄마 말 안 들을래? 학교 가서 공부해야지. 여기는 공부도 할 수 있고 명희가 아픈 것도 고쳐 주는 좋은 곳이야. 그렇죠, 선생님.
보모: 그래 명희야. 선생님이랑 살면 아픈 것도 고칠 수 있어.
명희: 싫어 나 아픈거 안 고쳐도 돼. 엄마랑 같이 살거야.
명희 모: 글쎄 엄마 말 들어. 그럼 나 간다. 선생님 명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인사하고 돌아서서 종종걸음을 치는 명희 어머니. 명희는 엄마 엄마 부르며 발버둥치고, 명희 어머니 대문가를 돌아서서 눈물을 훔친다.)

S# 8 명희의 재활원 생활
 재활원 내 특수학교에서 공부하는 명희 모습, 물리치료실에서 걷는 연습을 하는 명희 모습, 마침내 목발을 짚고 걸었을 때 환호하는 명희와 명희 어머니 모습, 기숙사 동료들과 빨래하며 재잘거리는 명희 모습, 재활원 대문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면서 오고 가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ㄴ길로 쳐다보는 명희 모습, 재활원 마당에서 친구들과 장난치는 명희 모습, 다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명희 모습, 어느덧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돼 졸업식장에서 상장을 받는 명희 모습, 주마등처럼 펼쳐지며 어머니와 함께 짐을 싸들고 동료들의 환송을 받으며 재활원을 나오는 명희.

S# 9 재활원 부속 특수학교 교무실
 명희 문을 밀고 들어선다. 오선생 손을 들어 명희를 맞는다. 오선생 책상 앞자리에 앉는 명희
오선생: 반갑다. 어때 잘 지내고 있지, 오늘 내가 너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네가 취직할 수 있는 곳이 생겼어. 어때 취직하지 않을래?
명희: (감격해 하며)정말이에요, 선생님?
오선생: 그럼 정말이고 말고, 조그만 전자회산데 하는 일은 간단해. 앉아서 부품을 조립하는 거야, 다행히 내가 사장을 잘 알아서 네 이야기를 하며 취직을 부탁했지. 월급은 얼마 안 돼지만 열심히 하기만 하면 괜찮을 거야.
명희: 전자회사요? (침울해 하며) 단순작업을 하는 거겠군요.
오선생: 왜 맘에 안 드니? 그렇지만 명희야, 이 사실을 잘 알아야 돼. 너도 알겠지만 너 같은 장애인을 고용하려고 하는 회사는 없어. 봐라, 네 선배들도 취직을 못해서 그냥 놀고 있잖아. 나도 맘 같아서는 좀 더 괜찮은 직장에 너희들을 취직시켜 주고 싶지만 아무도 너희들을 안 쓴다니 나로서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거야.
명희: 그래도 선생님 저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어요.
오선생: 왜 그래 명희야, 내가 알아듣게 설명했잖아, 네가 하루속히 취직해야 할 형편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하는 얘기야. 단순작업을 하는 전자회사면 어떠니. 누구나 다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물론 네 심정은 알아. 하지만 이 사회가 장애인을 배척하는데 어떡하니 참고 견뎌야지. 아무 말 말고 내일 나랑 같이 가보는 거야. 알았지.
명희: 싫어요. 선생님, 선생님 뜻은 고맙지만 저는 전자공장에는 가지 않겠어요.
오선생: 이런, 이런, 그럼 어떡할래. 대학에 진학할 형편도 안 되고, 기술을 가진 것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마냥 놀 수도 없잖아.
명희: 죄송해요, 선생님. (자리에서 일어서서 교무실을 나온다. 딱한 듯 혀를 차는 오선생.)

S# 10 거리
 벤치에 앉아서 신문 구인난을 골똘히 바라보는 명희, 마침내 결심을 선 듯 일어서서 그래 나는 할 수 있어. 중얼거리며 공중전화 부스로 다가간다. 신문을 펼쳐들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구인의사를 타진하는 명희.

S# 11 직장을 구하러 다니는 명희
 낑낑대고 계단을 올라가 사무실 간판을 바라보며 옷매무새를 바로 잡는 명희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주식회사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선다.
명희: 저 조금 전에 전화를 드렸던 사람인데요, 경리를 구한다고 해서… (사무실 직원들 일제히 명희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침묵이 흐른 후)
사내 1: (앞으로 나서며, 어색해 하며) 어떡하죠, 방금 경리를 구했는데, 조금 늦었군요.
명희: (당황해 하며) 그래요…
사내 2: 일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몸이 너무 심하군요. 그래가지고 어디 은행 심부름 할 수 있겠어요?
명희: (역시 당황해 하며) 죄송합니다. (돌아서 나오는 명희)
 대여섯 차례 계속 비슷한 장면, 탈진해서 비틀거린다.

S# 12 장애인 복지회관 강당
 명희와 상호 심각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상호: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지.
명희: 나는 괜찮아, 하지만 엄마가 실망하셔서 정말 마음이 아파. 이제 나도 단순 작업하는 데나 취직해야 할 것 같아. 별 수 없잖아.
상호: 포기하지마 명희야. 이런 말 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너의 아픔은 너 개인의 아픔이 아냐. 이 땅에 사는 우리 4백만 장애인 형제들 모두가 겪는 아픔이지. 내 말은 너의 취직이 네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라는 거지, 우리 같이 노력하기로 해, 우리가 힘을 합치면 틀림없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야.
명희: …….
상호: 이러면 어떨까? 내가 알아본 정보가 있는데 컴퓨터 전산직이 앞으로 유망하대. 우선 전산을 배우도록 해, 그런 다음 취직 문제는 우리가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가는 거야, 어때 괜찮은 생각이지, 그래서 말인데 내일 이곳에서 우리 모임이 있어. 난 네가 참석했으면 하는데 별 일 없으면 오지 않을래?
명희: 알았어. 그리고 생각해 줘서 정말 고마워.
상호: 별소리를. 자, 가자. 가서 밥 먹어야지.

S# 13 장애인 복지회관 강당
 정면에 "장애인 생존권 확보를 위한 청년모임" 이라고 쓴 플랭카드가 걸려 있고 장애인들 강당을 메우고 앉아 있다. 뒤쪽에 앉아서 마이크를 잡고 열변을 토하고 있는 상호를 바라보는 명희.
상호: 장애형제 여러분, 그 동안 이 사회에서 우리 장애인들은 기생적 소비계층으로 전략해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살아야 했습니다. 그것은 이 사회가 지나치게 능률위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 장애인들은 설 곳이 없었던 것입니다. 보십시오. 여러분, 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우리 형제들을. 이게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입니까? 국만의 복지를 책임져야 할 정부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습니까? 우리 장애인들을 철저히 무시하고만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요구해야 합니다. 우리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말입니다.
장애인 1: 옳소!
장애인 2: 옳소!
상호: 우리의 빼앗긴 권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그것은 말뿐인 심신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는 것과 일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장애인고용촉진법을 제정하는 것입니다. 이 두 법안을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관철시켜야 합니다.
장애인 3: 맞습니다. 관철시켜야 합니다.
장애인 4: 우리 힘으로 두 법안을 제정 시킵시다.
 이어지는 박수, 박수, 계속 열변을 토하는 상호, 그 모습을 바라보는 명희, 상기돼 있다.

S# 14 장애인 복지회관 강당
 "장애 관련 양 법안 쟁취"라는 플랭카드를 걸어 놓고 피켓을 만드는 등 시위 준비 작업에 여념이 없는 명희와, 상호 그리고 장애인들, 비장한 모습이다.

S# 15   당 당사, 밤
 명희와 상호를 비롯한 장애인들 머리띠를 두르고 지친 표정으로 농성을 하고 있다. 벽에는 "장애관련 양 법안 쟁취를 위한 단식투쟁"이라고 쓴 플랭카드가 걸려 있다.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상호에게 다가가는 명희.
명희: 힘들지?
상호: (자세를 고쳐 앉으며) 괜찮아, 힘들지 않아. 너야말로 힘들지 않니?
명희: 나야 뭐 한 게 있어야지, 그건 그렇고 우리가 이렇게 농성을 한다고 저들이 들어 줄까? 나는 솔직히 불안해.
상호: 명희야, 믿어야 돼, 그리고 이건 무척이나 자랑스런 행동이야. 이런 식으로 우리들의 문제를 우리가 풀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장애인들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거야.
명희: 알아. 하지만 나는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우리들의 현실이 너무 슬퍼.
상호: 바보같이. 명희야 마음을 굳세게 먹어야 해. 자 우리 내일의 투쟁을 위해서 그만 눈 좀 붙이자.
명희: 응 알았어. (벽에 기대어 앉아 눈을 붙인다.)

S# 17 국회 앞
 장애 관련 양 법안 쟁취를 위한 장애인들의 시위, 다시 이어지는 전경들과의 몸싸움

S# 18 복지관 잔디밭
 신문에 활자화된 장애인고용촉진법과 장애인복지법 국회통과 소식, 신문을 보며 기뻐하는 명희와 상호

S# 19 전산원
 명희 수업을 받고 있다. 그리고 늦게까지 남아 컴퓨터에 매달려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는 명희 모습에 "시중 은행 장애인고용촉진법에 의해 장애인 고용 계획"이라는 신문기사가 오버랩된다.

S# 20 명희네 셋방
 어머니의 불안한 눈길을 받으며 전화를 거는 명희.
명희: 금강은행 인사과죠, 수험번호 320번인데요, 합격여부를 알려고 전화했는데요. (잠시 침묵 후) 네? 합격했다구요? 정말 입니까? 엄마, 나 합격했대요. (전화기를 붙잡고 우는 명희.)
명희: (눈시울을 붉히며) 그래 장하다, 정말 장해(부둥켜 안고 기쁨의 눈물을 쏟아내는 모녀.)

S# 21 명희네 셋방
 회상 끝에 눈물을 흘리는 명희, 어느새 철준 얼굴이 오버랩된다. 그러자 고개를 짓는 명희.

S# 22 철준 집, 밤
 철준과 철준 어머니, 아버지 쇼파에 앉아 있다. 침울해 하는 철준
철준 모: 회사 생활은 어떠니?
철준: …….
철준 모: (다그치듯) 너 아직도 명희란 아가씨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철준: (어머니를 쳐다보며) 저 먼저 들어가 자겠습니다.
철준 모: 아니, 얘가…
철준 부: 철준아, 이리 와서 좀 앉거라.
철준: (돌아서며) 모두들 그러시는 게 아니에요.
철준 부(약간 목소리를 높이며) 이리 와서 앉으라니까.
철준: (단호하게) 저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무리 반대해도 저는 명희와 반드시 결혼 할 겁니다. 그렇게 아세요. (철준 방으로 들어간다.)
철준 모: 아니 쟤가…

S# 23 은행
 정오경, 고객들로 붐비는 창구. 바쁘게 일하는 명희. 직원 한사람이 다가와서 명희와 어깨를 친다. 고개를 돌리는 명희. 직원 손짓으로 창구너머를 가리킨다. 상호 손을 들며 환하게 웃는다. 명희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S# 식당 안
 명희와 상호 마주 앉아 있다.
상호: 바쁘지? 객장에서 보니까 열심히 일하는 네 모습이 보기 좋더라.
명희: (웃으며) 아직 서투른 게 많아. 근데 연락도 없이 웬일이야?
상호: 네가 보고 싶어서 왔지.
명희: 농담 그만하고, 요즘 어떻게 지내?
상호: 나야 뭐 매일 하는 일 열심히 하고 있어.
명희: 장애인 운동?
상호: (고개를 끄떡이며) 사실은 이번 주 토요일 집회가 있는데 너도 오면 좋을 것 같아서 왔어.
명희: 무슨 집횐데?
상호: (비감해 하며) 박승학씨라고 노점상을 하던 장애인 한명이 자살했어. 노점단속이 심해지면서 생계를 잇지 못하게 되자 생활고를 비환해서 자살한 거지. 언제까지 이런 일이 계속되어야 하는지…… 약속이 있는데. 시간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
상호: 무슨 말이야.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어. 한 사람이라도 더 참석해서 제2, 제3의 박승학씨가 나오는 것을 막아야지.
명희: 알아. 하지만 직장일이라는 게 워낙 시간이 빠듯해서… 알았어. 가능하면 시간을 내도록 할게. 여러 가지 준비하느라 바쁠 텐데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지갑을 열어 돈을 꺼내며) 이게 약간의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어.

S# 25 복지관 앞마당
 "박승학씨 추모 및 장애인 생존권 결의대회" 플랭카드 걸려 있고 장애인들 모여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상호 명희를 찾느라 두리번거린다. 안타까워하는 상호.

S# 공원
 철준과 명희 벤치에 앉아 있다. 명희는 시계를 보며 안절부절한다.
철준: 왜, 무슨 약속 있어?
명희: 실은 오늘 복지관에서 얼마전에 자살한 박승학씨 추모 집회가 있어요. 가야 할 것 가아요. (일어선다)
철준: (명희 손을 잡아 앉히며) 무슨 소리야? 뭐하는 집횐지 모르지만 네가 왜 그런데 가야 하는 거지? (짜증난듯) 모처럼만에 같이 보내는 주말인데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있다고 그래.
명희: 철준씨는 몰라서 그래요. 철준씨가 우리 장애인의 아픔을 알아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에요.
철준: (당황해 하며) 그렇게 들렸다면 정말 미안해. 하지만 내 얘기는 우리 문제도 그 만큼 중요하다는 거야, 역설적인 말이지만 우리 결혼 문제가 해결되면 장애인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는 거라고 나는 믿어.
명희: 그건 철준씨 생각일 뿐예요.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철준: 그만두자. 우리가 말싸움 하려고 만난건 아니잖아, 이제 우리들 얘기를 했으면 해. 참 먼저 물어볼 말이 있는데 그저께 은행으로 찾아온 남자 명희랑 어떤 사이야. 친구니?
명희: 재활원에서 같이 자란 친구예요.
철준: 그래. 굉장히 가까워 보이던데 질투가 날 정도로 말이야.
명희: 우리는 순수한 사이에요.
철준: 그래? 난 너를 빼앗기지나 않을까 염려했지. (웃으며) 우리 심각한 얘기 그만하고 기분전환이나 하러 가자. (하늘을 올려다보며) 야 날씨 한번 좋은데.
명희: 하지만 저는…
철준: 암말 말고 따라와. (목발을 건네주며 손을 잡아끈다.) <계속>

작성자이하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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