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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이야기] 고궁은 겨울이다 & 지하철의 사람들

본문

[사진이 있는 이야기]

 

고궁(古宮)은 겨울이다

 

고궁은 늘 겨울이다.
찬바람이 부는 곳이다.
나를 거부하는 곳은
어느 곳이나 겨울이다.
휠체어를 타고 나선
나를 거부하는 고궁의 계단은
한겨울 깎아지른 빙벽이다.
먼 옛날 고궁은 따뜻한 봄이었다.
조상들의 등에 업혀,
혹은 가마에 태워져
나는 고궁에 들어갔다.
지금 고궁에는 업어주는
사람이 없다.
가마에 태워주는 사람도 없다.
찬바람이 부는 고궁에는
계단만 있다.
계단이 나를 꽁꽁 얼리고
언 나는 추워서, 가슴이 시려서
심하게 몸을 떤다.
고궁은 겨울이다.

 


지하철의 사람들

 

땅 속 깊은 지하 열차가 사람들을 싣고 달리다
멈추는 곳 지하철역 플렛홈에는
반평이 채 안되는 작은 가판대가 앉아 있죠.
가판대 안에는 마술상자처럼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어요.
우리는 가판대에 앉아서 세상 소식을
사람들에게 나눠준답니다.
삼백원, 오백원, 이천오백원짜리 신문과
주간지를 팔면서 슬픈 일보다는 기쁜 일들이,
아파하는 사람들보다는 웃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게 해달라고 기원하죠.
우리의 작은 소망이 이뤄질 수 있다면
우리가 불편한 몸으로 천근만근 신문 덩어리를
메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우리는 꿈을 파는 사람들
그 꿈 한 자락을 팔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지하철로 향한답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신문사업부에 소속된 장애우들이 서울 충청로 역에서 신문을 배급받아 운반하고 있다.)

 

글/ 이하진   

사진/ 김상준 (자유기고가)

 

 

작성자이하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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