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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책들]책 읽기에 대한 몇 가지 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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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에 대한 몇 가지 잡소리
정훈소 (시인)

 나가 방구석에만 죽치고 앉아있거나 하루종일 무슨 주간지 나부랭이나 붙들고 있응께 나으 사랑하는 가족덜이나 나가턴 사람더러 이런 글을 써달라 부탁한 사람이나 나가 알거나 나라는 사람을 아는 사람덜은 나라는 사람이 책을 많이 읽어 나라는 사람이 유식하고 똑똑한 사람인줄 아는 모양인디 고거슨 나라는 인간을 잘 모르고 혀는 야그여.
 사실 나라는 인간은 고로코롬 책을 많이 읽었거나 유식하거나 똑똑한 인간이 아니여, 나는 책을 많이 보고 싶어도 도저히 그럴 수가 없는 사람이라 그거여. 왜냐, 책이란 것은 다독을 하거나 빨리 읽어 치우자면 우선 시력과 안구의 외전운동이 빨라야 하는디 말이여, 나는 나으 체질상 그렇지 못한 형편이고 나는 놀고먹는 사람이라 주머니 사정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고 보니 고거시 참 나가 마음먹은 대로 되질 않드라고 잉.
 나으 이 맴 같아서는 그저 뭣도 읽고 뭣도 읽고 뭣도 읽고… 할일도 읍는디 하루종일 책 속에 파묻혀 살거나 하루에 수십 권씩 읽어치우고 싶은 맴이 굴뚝 같은디 참말로…
 춘추 열 몇 살에 명심보감인가 통감인가를 떼시고 요좀도 칠십 노구로 사서삼경을 줄줄줄 꿰시는 나으 춘부장께서는 책 속에는 돈도 있고 밥도 있고 나가 놓아하는 술도 있고 며예도 있고 여자도 있고 읍는 것이 읍다고 책을 읽지 말로 책을 아예 먹으라고 말쌈하셨는디 나가 나으 요 아둔한 머리로 껌 씹듯 곰곰 씹어붕께 참말로 옳은 말쌈은 말쌈이여.
 그리고 또 기왕지사 말이 나왔응께 말인디 안창혼가 안중근인가 하는 선상님도 하루라도 책을 안 읽어불믄 입안에 가시가 돋아불고 사람이 사람구실을 못한다고 말쌈하셨다잖혀. 그랑께 사람이 사람구실을 하고 사람들에게 사람대접을 받을려믄 뭐니뭐니 혀도 책을 많이 읽고 먹고 마시고 과음과식에 배탈설사라 묽은 똥 된똥 쫙쫙 아래로 위로 입으로 오바이트하고 난리를 피워야 그래도 사람이 사람으로써 사람대접 받는 사상 아니냐 그거여 나으 말쌈인 즉슨.
 아 그라고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이 뭐여 예수쟁이들이 말하는 영혼이니 뭐니 그랑것은 말짱 헛것에 쌩판 거짓뿌렁이고 짐승과 사람을 구분짓는 가장 결정적이고 가장 올바른 기준내 지는 척도는 사람은 말을 할 수 있고 짐승은 말을 할 수 없다는 그 단순하고 명백한 한 가지 사실 아니것써 (그 단순한 사실 하나 때문에 인간이라는 이 털 빠진 원숭이는 얼마나 우줄대는가. 또 얼마나 불행한 존재인가. 자연으로부터 저주받은 존재, 자연은 그에게 말을 선사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고 그런 의미에서 그런 우주진화의 돌연변이가 아닐까.)
 그랑께 사람은 그저 이빨이 좋아야 되고 불고 그 이빨들을 조화롭게 조직적으로 순서에 따라 배열, 정리, 기록해 둔 것이 책이고 인간으 역사고 인류문명이고 도덕이고 법률이고 종교고 하나님 아버지고 최첨단 과학이고 원자탄이고 거 뭐시냐 스타워즌가 별들으 전장이고 12·12 사태고 아무튼 이빨만 잘 풀믄 시상을 한손으로 들었다 놨다 대한민국으 정계와 재계를 떡 주무르듯 가지고 놀다 얼마전에 구속 수감된 영자 큰누님처럼 천냥빚도 한강물 팔아 갚아불고 굶어죽진 않는다 이거여. 그라니께 나 같이 성인만화나 포르노 같은 주간지만 뒤적거리지들 말고 좋은 책들 좀 많이 보드라고. 이 책 봐서 넘주는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은 재미도 읍고 잠만 쏟아지것지만 아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더라고, 고것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 아니것써.
 그라고 또 나가 명색이 시를 쓴답시고 껍죽거리는 사람이고 또 지면도 메꿀 겸, 이 글을 읽는 나으 사랑하는 독자들한티 나가 이 자리서 시를 한편 써 올릴 생각인디 나으 사랑하는 독자들으 생각은 워떨지…

<책에게>

 너는 반란
 너는 나의 이룰 수 엇었던 첫사랑
 내가 어렸을 적 맨처음 동정을 바치고 싶었던 여자와의
 입술 없는 키스
 말 없는 대화
 육체 없는 긴 포옹
 네가 나에게 안기거나
 내가 너에게 다가가
 은사시나무의 은잎처럼
 떨리는 손으로
 일렬로 살포시 잠겨있는 고동색이거나 감청색 단추를 끄르고
 너를 펼치면
 나는 차라리 눈을 감아 버린다.

너는 쇠망치 내가 나르는 콘크리트 벽을 쌓거나
 나라는 벽 속에 갇혀
 눈이 멀고
 귀가 멀고
 이 세계가 세계의 전부라고 착각하고 있을때
 너는 빛나지 않는 빛으로
 나의 눈을 열어 주었고
 소리 없는 소리로 날카로운 징과도 같이
 나의 갑갑한 귀를 뚫어 주었다.
 돌처럼 굳어버린
 나의 심장을 두드려
 혈관 속의 피를 흐르게 하였다.
 내가 잃어버렸거나
 내가 나라는 것도 모르고
 나를 찾아 미로 같은 어둠을 헤매던 나를
 층층이 쌓아올려진 어둠의 벽을
 산산히 두들겨 부수고
 네가 가진 거울을 통해 빠알갛게 벗은
 나의 나신을 비추어 주었다.

 너는 차갑게 타오르는 불길
 소용돌이 없는 회오리바람
 물 속의 타는 갈증
 타는 갈증 속에서 쏟아지는 폭우
 죽어서야 비로소 무덤을 열고
 일어서는 잡초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한그릇 쌀밥
 아 슬퍼라!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욱 멀어지는 나의 영원한 짝사랑

참고 : 상기으 나으 시를 다 읽어불고 맴에 안 들믄 화장실 갈 적이 북북 찢어 밑씻개로 쓰거나, 만약 그렇지 않고 입에 쩍쩍 달라붙거든 동네 문방구로 달려가 복사를 혀든가 표구를 혀서 베름빡에 떡하니 걸어두고 밤에 잠 안 올 적이 암송하든가 애인들에게 연애편지 쓸 적이 한 구절씩 베껴 먹드라고 잉.

작성자정훈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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