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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저 갯벌을 죽였다!

새만금에서 흘려야 할 참회의 눈물

본문

   
2006년 5월16일, 새만금갯벌내에서 죽은 동죽들. ⓒ 주용기
4월21일이라는 날짜를 기억하는가.
이 날은 새만금 뭇생명에 사형이 집행된 날이다

지난 4월21일로서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지 만 2년이 지났다.
발전이라는 온갖 장밋빛 언어들 속에서 방조제는 막혔다.
새만금갯벌의 수많은 생명들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다.
백합, 동죽, 바지락, 모시조게, 칠게, 길게, 집게, 농게, 방게, 밤게, 짱뚱어, 망둥어, 숭어, 전어, 주꾸미, 꽃게, 뱀장어, 도요새, 물떼새…. 수없이 많은 생명들이 날마다 숨을 거두고 있다.

이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온 주민들도 생존의 터전을 잃었다.
바다로 가는 배는 묶였고 갯벌은 막혔다.
푸른 바다 검은 갯벌 위에서 그토록 건강하고 그토록 당당한 삶을 살아온 어부들.
그들은 이제 때론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때론 풀베기 작업장으로, 때론 감자 캐는 농장으로 불려다니며 일당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2006년 6월11일, 새만금갯벌내 부안 계화도앞 갯벌에서 죽은 백합들. ⓒ 주용기
   
2008년 5월10일, 새만금갯벌에 죽어 있는 민물도요 한 마리. ⓒ 주용기
갯벌은 이제 사막처럼 변했다.
뭇 생명을 보듬던 갯벌은 황사바람을 일으키며 주변에 피해를 주는 애물단지가 되어 가고 있다.
바닷물이 항상 잠겨 있는 지역도 늘어가고 있다.
속도가 느려진 바닷물의 흐름으로 인해 검은 죽뻘이 쌓여가고 조개껍질조차 검게 변하고 있다.
수질은 어떤가. 곳곳의 바닷물이 적갈색으로 변하거나 썩어가면서 시궁창 냄새가 날 정도다.

방조제 바깥도 마찬가지다.
조류 흐름이 바뀌고 느려지면서 몇몇 모래사장의 모래가 깎여나가고 있다.
곳곳엔 죽뻘이 너무 많이 쌓이고 있다.
바다 생태계의 암담한 변화가 동시에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

만경강과 동진강의 기수역을 포함한 하구갯벌의 기능을 가진 새만금갯벌.
새만금갯벌은 오랜 세월 수많은 생명들을 잉태하고 길러왔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새 생명을 잉태하지 못하는 시궁창이 되어가고 있다.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진 갯벌엔 시시각각 죽음의 행렬이 늘어간다.

   
2008년 5월10일, 새만금갯벌에서 떼죽음을 당해 널부러져 있는 물고기들. ⓒ 주용기
새카맣게 변해버린 갯벌을 본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갯벌을 본다
생명의 텃밭인 지구의 자궁을 틀어막고 어찌 수많은 생명들이 다시 태어나길 기대하는가.
자연정화조인 지구의 거대한 콩팥을 시멘트로 발라버리고서 어찌 수질개선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인가.
엄청나게 큰 규모의 이산화탄소 제거기인 지구의 허파를 없애버리면서 어떻게 기후변화를 예방하겠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과연 죽음을 담보로 한 발전이란 것이 있을 수 있는 것인가.

두 강물과 바닷물이 자유롭게 만나지 못하는 새만금 방조제.
그것은 29.7㎞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두대다.

단두대로 갯벌과 바다를 갈라놓은 자들은 그들의 천인공노할 행위를 거짓 망상으로 가리고 있다.

   
2008년 5월5일, 새만금갯벌에 꽂힌 채 죽어 있는 가리막조개. ⓒ 주용기
   
2008년 4월25일, 사막으로 변한 계화도갯벌에서 바람에 날리는 모래들. ⓒ 주용기
이명박 정부와 전북 정치권, 전북 기득권 세력들은 새만금개발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지정을 내세우며 두바이식 개발이니, 카지노와 골프장 건설이니 온갖 장밋빛 계획들을 내놓고 있다.
그 실상은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자는 데 있음을, 오랫동안 이 바다의 평화롭고 당당한 일꾼이었던 이들을 푼돈으로 옭아매 치열한 경쟁장으로 내몰겠다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새만금갯벌에 가 보라. 우리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두 눈으로 보라.
마지막 생명줄을 내어놓고 죽어가고 있는 갯벌 앞에 엎드려 사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참회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008월 4월18일, 해창갯벌에서 참회의 절을 올리고 있는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 주용기
오랫동안 갯벌은 우리를 보듬고 우리를 먹이고 우리를 길러왔다.
허나 우리는 ‘어머니 갯벌’을 지키지 못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죽어간 새만금 뭇생명들 앞에서 사죄하는 길은 포기하지 않고 새 희망을 일구는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새만금 방조제를 다시 터야 한다.
해수유통을 확대해 수많은 생명들이 다시 태어나고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곳에 깃들어 살던 주민들이 다시 바다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우리가 오늘 새만금갯벌에서 흘리는 눈물은 죽음을 애도하는 눈물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온 생명이 온전히 함께 살아가는 생명평화세상을 염원하고 실천하겠다는 다짐의 눈물이어야만 한다.
작성자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  webmaster@jeonlad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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