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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구입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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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사진. 채지민 기자)

하루는 점심을 먹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어떤 광경을 보았어요. 사람들이 어느 곳에 길게 줄을 서 있더라고요. 아직 점심시간이니까 어느 맛집이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동행하고 있던 분이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라고 알려 주었어요. 아, 마스크 사려는 사람들.

그 뒤로 취재를 간 곳에도, 퇴근하며 지나는 곳에서도 약국 앞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마스크 구입하셨나요? 이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건물 내로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마스크는 외출 시 필수품이 되었어요. 그래서 마스크가 필요한 국민들이 약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정부에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요.

현재까지 제가 알고 있는 마스크 구입 방법은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정해진 요일에 마스크를 사는 것과 대리구매, 1인 2부 또는 1인 5부 구매 등이 있습니다. 마스크가 꼭 필요한 국민들을 위해 정부에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내놓은 정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정책에 따라 모든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을까요? 특히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는 마스크를 어떻게 구입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걱정이 됩니다. 과연 현 마스크 구입정책에서 안전하게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을까요?

장애인은 장애의 특성상 마스크를 착용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 착용한다고 해도 금방 습기가 차는 경우가 있어 자주 마스크를 교체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장애인은 마스크가 반드시 필요하고, 또 가능한 많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현 정책에서 장애인은 ‘우선’ 구매대상에서 고려되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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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채지민 기자

장애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는 직장인이라 돌봄교사가 마스크를 대리구매하기 위해 장애자녀의 복지카드를 소지하고 약국에 갔지만, 부모가 아니라는 이유로 마스크를 살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약국에 직접 가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대리구매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지만, 정작 얼마나 제대로 된 대리구매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장애인 관련 기관이나 단체, 시설 등에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는 것에 비교해본다면,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개별 장애인들은 마스크가 절실히 필요함에도 불구, 제대로 구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발달장애인은 어떠할까요? 중증인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조차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마스크는 겨울에 착용’이라는 인식 때문에 실내에서 또는 날씨가 따뜻해지는 요즘 마스크를 왜 착용해야 하는지를 납득하기 어려워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약국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이유 역시 납득하기 쉽지 않겠죠.

시각이나 청각, 시청각 등 감각장애인의 경우에도 마스크를 착용함은 물론이거니와 구입을 하는 것에서조차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마스크를 언제 살 수 있는지 안내문자가 오고 있다지만,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약국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는지, 구입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정보는 장애인에게 제대로 제공되고 있지 않죠. 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마스크를 판매하는지 여부보다 턱이 있는지를 먼저 알아봐야 하겠죠.

시국이 시국인만큼, 지금은 모두가 힘이 듭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꼼꼼하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소독하는 등 예방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국에서도 장애인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물론 구입하기조차 어렵다는 것, 코로나19의 심각성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들도 충분히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우선’의 다양한 제도가 있는 것처럼, 재난의 상황에서도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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