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쳐먹는 사람, 그게 접니다 > 박기자의 함께걸음


장애인 등쳐먹는 사람, 그게 접니다

소소한 사회통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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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부부
‘라면 하나만 끓여 주소’
퇴근길에 불쑥 쳐들어가 정중하게(?) 수어로 부탁을 합니다. 반가워서 웃는 건지 어이가 없어 웃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운 미소를 지으며 냄비에 불을 올립니다. 살다 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청각장애인 가정에 도와줘도 시원찮을 판에 밥 내놔라, 라면 끓여라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니 모르긴 몰라도 ‘상놈도 저런 상놈이 다 있나’ 싶을 겁니다.
 
#일자리 소개시켜 준 제자
“야야~ 니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매월 단 돈 3만원씩만 후원해라. 기부금 영수증은 제때 끊어 줄텐께 걱정하지 말고. 알긋나?”
“예? 아~ 쌤, 한 달에 3만원예?”
“와? 너무 작나?”
“어 어데예... 딱 좋네예. 사 삼만원씩만 하면 되지예?”
“와 말을 더듬고 그라노? 너무 작아서 기가 차나?”
구직활동 중이던 (뇌병변장애가 있는) 제자를 지인 회사에 소개시켜 주고 ‘고맙다, 은혜갚고 싶다’ 뭐 이런 말 할까 싶어 먼저 선수를 쳤습니다. 은혜 갚을 생각 하지 말고 열심히 벌어서 월 3만원씩만 협회에 기부하라고. 아~~ 그 똥 X은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만 맘 바뀔까 싶어 월급날에 맞춰 바로 CMS로 연결시켜 버렸습니다. ‘칼만 안 들었지 완전 날강도’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미혼의 농인과 수어로 주고받은 대화.
“핸드폰 약정 끝났담서요?”
“어떻게 알았는교?”
“그 폰 내가 신청해 줬다 아이요. 당연히 약정 기간 알고 있지요.”
“아~ 맞네.”
“폰 새로 바꿨네요?”
“빠떼리가 다 돼서 충전도 잘 안 되고 통화도 길게 못하고 해서 바꿨지요.”
“쓰던 폰은 우짤낀데요?
“뭐, 싸게 팔든가 아니면 뭔 일 생길 때 대비해서 놔 둘라고요.”
“내 주소”
“와요?”
“어허~ 쓸 때가 있은께 고마 내 주소”
“...”
“와 말이 없소? 너무 좋아서 그라요? 내 주소.”
“가(지고) 가소”
아~ 그 썩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보조일자리 참가자들과 함께.
“야들아~ 느그들 사람이 은혜를 이자삐고 살면 안 된다. 알제?” (다같이) “네, 잘 압니다.”
“그래, 협회 선생님들이 느그들 일 열심히 하라고 가끔 기관에 방문도 하고, 근무일지 받아가 시청에 보고도 하고 얼마나 고생이 많노? 알제?”
“예, 알지요.”
“안다고? 그라면 내가 고기가 먹고 싶어 그러는 게 아니고, 느그들한테 사회생활은 이렇게 하는기다 가르칠라고 그러는 거니까... 내 맘 알제? 뭔 소린지?”
“아니예, 모르겠는데예.”
“확~마. 느그들 내일이 월급날이제?”
“예~”
“선생님들이 이리 고생을 하는데 느그들이 은혜를 알면 밥 한끼 사야 되긋나? 아니면쌩 까야 되긋나?”
“아~~ 밥 한 끼 사야지예.”
“그자? 내가 다시 말하지만 내가 절대로 고기가 먹고 싶어서 그러는게 아이다. 알긋제? 느그들한테 사회생활은 이렇게 하는기다 이걸 가르쳐 줄라고 그러는기라.”
“예, 감사합니다.”
“그라모 3만원씩 걷어라. 요 앞에 대패삼겹살 먹으러 가자. 대충 꾸버서 후딱 넘기게. 알긋제? 다 참석하는 걸로 알고 예약한다이~”
코로나 전에 1차로 얻어먹었으니 코로나 잠잠해지면 2차도 얻어먹으려고 계획 중입니다.
 
#장애인스포츠계의 살짝 지고 있는 별, 용석이
“지부장님~”
“어~ 용석이 왔나? 요새 우찌 지내노?”
“일하고 열심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그래, 니 올해도 장애인체육연금 받나?”
“네, 한 달에 50만 원 정도 받습니다.” “우와~ 니는 직장에서 월급도 받고 체육연금도 받고 나보다 돈 마이 버네?”
“뭐, 그렇지요. 하하하~ 커피 한 잔 사 드릴까요?”
“밥 사도.”
“예?”
“어?”
“예?” “밥 사달라고.”
“아, 예...”
“와?” “예?”
“와?” “아 아닙니다. 가입시더.”
“어~”
 
빙산의 일각입니다.
모든 걸 다 기록하려면 지면이 부족한 건 둘째 치고라도 현재도 진행형이라 실시간으로 써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장애인들과 함께하면서 늘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아~오해가 있을까 싶어 말씀드리는데 절대 일방적으로 얻어먹지는 않았습니다. 두세 번정도 얻어먹으면 한 번은 대접하고 그랬지요. 하하하. 아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 같습니다. 귀를 틀어막고 액션만 보면 영락없이 장애인 등쳐먹는 전형적인 사기꾼의 모습입니다만, 귀를 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러면서도 절대로 깨어지지 않는 신뢰와 관계의 상호작용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실 것입니다.
사람 사이에 일방통행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은 무조건적인 수혜자고 비장애인 특히 사회복지사나 사회복지기관은 전형적인 시혜자고. 이런 일방적인 관계가 형성되면 더 이상 깊은 만남의 자리로는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얻어먹을 궁리를 하고 어떻게 하면 티 안 나게 잘 얻어먹을 수 있을지를 연구합니다. 제게 있어 사회복지사란 직업은 이렇게 황홀함과 놀라움, 즐거움을 안겨다 주는 것입니다.
그나저나 내일은 또 누구에게 연락을 해 볼까요? 로테이션으로 돌리니 다시 맨 앞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 
작성자글. 제지훈/사회복지사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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