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은 내 친구 > 박기자의 함께걸음


원장님은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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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름, 한국장애인개발원 주최로 ‘장애청년의 고소한 토크 콘서트’가 열린 적이 있었죠.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청년들이 모여서 각자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하는 자리였지요. 저도 ‘시청각장애’를 주제로 발언을 할 기회를 받아 그 자리에 함께 했었습니다.

‘박기자의 함께걸음’ 네 번째 이야기에서 소개하려고 하는 분, 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님을 그 토크 콘서트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날의 인연으로 원장님과 저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의 친구는 물론, 직장이 같은 건물이기에 출근 전 이룸센터 옆 카페에서 모닝커피 한 잔 마시며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는 ‘친구’도 되지요. 원장님과의 인연은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지금 돌아보니 20년은 알고 지낸 것처럼 이젠 너무나 편한, 그러니까 진짜 ‘친구’가 된 것 같아요.

 

직접 소통해주시는 원장님

토크 콘서트에서 인연을 맺게 된 뒤, 원장님은 제가 쓰는 글과 저의 활동을 꾸준히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셨어요. 만날 때마다 제가 하는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시고, 시청각장애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제가 무엇보다도 원장님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통역을 해줄 분과 동행해도 통역을 통하지 않고 원장님이 ‘직접’ 저와 소통을 해주신다는 겁니다. 하고싶으신 말씀을 제 손에 적어주십니다. 어쩌면 별로 어려운 게 아니라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동안의 제 경험에 비춰본다면 결코 모든 사람들이 다 원장님처럼 해주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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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어떤 행사에 취재를 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동행했던 분이 한 방향을 가리키며 그곳에 원장님이 계신다고 전해주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다가가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 방향에서 원장님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힘들었지요. 그래서 그냥 지나가려고 하는데 문득, 누가 제 어깨를 툭 칩니다. 뒤돌아보니 원장님이 사람들을 해치고 저에게 오신 거죠. 정말 반갑게 인사했어요.

2019년 5월 1일은 아마도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하루로 기억될 것 같아요. 바로 ‘어울림예술단’에서 처음으로 단원들과 함께 연주를 했던 날이거든요. 그동안 혼자서만 첼로 연주를 했었는데, 발달장애인 단원들과 처음으로 합주를 했던 거죠. ‘어울림예술단’ 조명민 단장님 표현해 의하면, 발달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의 합주는 그날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시도였다고 합니다.

사실 그날 제가 얼마나 긴장을 많이 했는지 몰라요. <함께걸음> 기자가 되기 위해 채용 면접을 볼 때보다 훨씬 더 긴장을 많이 했지요. 그도 그럴 것이 혼자 연주하는 게 아니라 합주를 하는데, 저는 소리를 듣지 못하니까 얼마나 긴장이 되고 걱정이 되었겠어요. 다른 단원들과 박자를 잘 맞춰야 할텐데, 연습한대로 잘 해야 할텐데...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었지요.

비로 그 공연에 원장님이 오셨습니다. 제가 따로 초대를 한 게 아니라, SNS에서 공연이 있다는 것을 보시고 응원하러 와주셨던 거죠. 그런데 너무 죄송하게도, 원장님이 오실 거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저는, 원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한참이 지나도록 저랑 인사를 나누었던 분이 원장님인 줄 못 알아봤어요. 제 시력이 이렇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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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울림에술단’ 공연을 응원하러 와주셨던 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님(왼쪽에서 두 번째)과 지인들.

‘어울림예술단’의 공연은 가장 마지막 순서였기 때문에, 객석에서 앞 순서 공연을 관람하며 기다려야 했어요. 그때 저는 원장님과 같이 앉아서 관람했는데, 원장님께서 ‘통역’을 자처해주셨어요. 지금 어떤 팀이 공연을 하는지, 무슨 곡을 연주하는지, 어떤 악기로 구성되어있는지 등 성심성의껏 통역해주셨지요. 솔직히 그때 너무 긴장하고 있었기에 원장님이 해주시는 통역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지만, 저를 생각해주시는 원장님께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원장님 만날 때 입는 옷

하루는 원장님과 모닝커피를 마시는데, 제가 입은 옷이 너무 예쁘다고 하십니다. 원장님이 좋아하는 색이라고 하시면서요. 솔직히 저는 무슨 색인지 정확하게 개념으로 정의하지 못하겠지만, 그 뒤 이 옷은 ‘원장님 만날 때 입는 옷’이 되었습니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 원장님을 만나는 날에는 웬만하면 이 옷을 입고 있죠. 그래서 덕분에(?) 원장님도 계속 옷이 예쁘다고 해주시네요. 사실 이 옷은 패션감각 하나만큼은 우주최강이라고 자부하는 우리 엄마가 골라주신 겁니다. 니트라서 여름에는 못 입을 텐데, 더 더워지기 전에 원장님 만나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자주 입어둬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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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감사합니다 원장님

하루는 여의도공원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원장님이 제 손바닥에 적어주십니다. 지금 외국인이 아들한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고요. 우리로부터 50m도 되지 않는 가까이에 있었지만, 제 눈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다 문득 눈 앞에서 뭔가가 굴러가는 것을 보고서야 아! 어떤 어린이가 자전거를 몰고 지나갑니다. 그제야 보였던 저는 작은 탄성을 내질렀지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듣는 것을 저도 조금이라도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는 원장님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자주 함께하진 못하지만, 원장님과 함께 모닝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인 것 같아요. 허심탄회하게 하고싶은 이야기도 마음껏 하고, 음성인식 어플을 이용하기에 원장님도 편하게 말씀하실 수 있어서 아침부터 활발한 수다가 이어집니다. 모닝커피를 마신 후 원장님과 함께 이룸센터로 들어설 때는, 괜히 제 어깨에 힘이 조금 들어가기도 해요. 저는 원장님과 친구니까요.

<함께걸음> 2020년 3월호를 창간 32주년 기념호로 제작하면서, 원장님도 축하의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원장님과 저희 연구소 이사장님, 그리고 많은 분들의 창간 32주년 축하를 받으면서, <함께걸음>이 참 의미있는 잡지라는 생각을 했고, 제가 이만큼 역사가 있는 잡지의 기자라는 사실에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원장님도 그러셨지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열심히 활동하라고요.

원장님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글을 쓰니까, 얼른 원장님과 다음 모닝커피 마실 날을 잡고 싶어지네요.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늘 기대가 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항상 응원해주시고 함께해주시는 원장님께 감사와 존경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이 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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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글과 사진.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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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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