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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에 하는 장애인식개선교육

박 기자의 함께걸음-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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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코로나 팬데믹에서 장애인식개선교육도 대면보다는 비대면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죠.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 갑작스럽게 학사일정 변경으로 강의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요.
 
하지만 저는 너무나 감사하게도 이번 주에만 두 번의 대면 교육을 다녀왔어요. 월요일(9/6)에는 초등학교, 목요일(9/9)에는 중학교에 다녀왔는데요. 그중에서 중학교에 장애인식개선교육 다녀온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요즘은 학교에서 강의를 요청할 때, 어떤 내용의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그림책과 함께하는 장애인식개선교육’과 같이 강의에 그림책을 활용해달라는 거죠. 그럼 강사는 최대한 거기에 맞춰서 강의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중학교는 그냥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신청했는데요. 그래서 저는 예전에 강사로 활발히 활동할 당시 정말 많이 활용하던 ‘관찬만의 강의법’으로 강의를 진행했어요.
 
장애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장애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그리고 장애인을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티켓) 등이 주요 내용인데요. 사실 이 내용들은 이론적인 거니까 인터넷에 찾아보면 다 있기 때문에 굳이 이런 내용으로 강의를 구성할 필요가 있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강사가 하는 ‘관찬만의 강의법’은 이런 이론적인 내용이라도 강사 ‘혼자’ 하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다른 강사들의 강의와 차별화되는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할 때, ppt 화면에 수어 그림을 보여주고 그걸 학생들에게 맞춰보게 하거든요. 지금 화면에 나온 수어는 무슨 뜻인지 맞추게 하는 건데, 답을 말하는 학생의 말을 제가 듣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이 ‘수어 맞추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학생들 중에 ‘글씨 잘 쓰는’ 사람을 한 명 앞으로 나와달라고 해서 저의 전담 ‘통역’을 요청합니다.
 
 
화면에 나온 수어를 저와 함께 해본 뒤, 무슨 뜻인지 아는 학생은 손을 들고 답을 말해달라고 합니다. 그럼 학생들이 답을 이야기하는데, 제 옆에 있는 학생이 통역을 해줍니다. 학생들이 무슨 답을 이야기해줬는지 저의 손바닥에 글로 적어주는 겁니다. ‘손바닥필담’ 통역을 하는 거죠.
 
아마 학생들에게는 손바닥 필담 자체도 처음 해보는 경험이겠지만,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통역을 해주는 경험도 처음이었을 거예요. 그냥 이론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이렇게 실제로 체험해보는 것만큼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이번 강의는 무척 뿌듯했던 시간이었어요. 강의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강의 마지막에 연주했던 첼로를 케이스에 넣고 정리를 하고 있었거든요.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다음 수업을 들으러 모두 강의실을 나가고 있는데, 제일 앞자리에서 열심히 제 강의를 들었던 한 학생이 앞으로 나와서 제가 하는 정리를 도와주는 겁니다.
 
첼로를 케이스에 넣고, 케이스의 단추 하나하나 닫는 것까지 다 도와준 그 학생에게 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고마워요.” 그러자 그 학생은 제가 강의에서 가르쳐줬던 ‘인사’를 수어로 하는 거예요. 가르쳐준 걸 바로 이렇게 적용한 것도 너무 기뻤지만, 열심히 강의를 듣고 이렇게 함께 해주는 마인드가 강의를 한 제 입장에서는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단 한 시간의 강의로 듣는 사람의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적어도 강의를 통해 장애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고, 또 학생들에게는 앞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더불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맛에 강의하는 게 아닐까요? ^^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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