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폭풍 아래 있지만, 결코 같은 배를 타진 않았다 > 현재 칼럼


우리는 같은 폭풍 아래 있지만, 결코 같은 배를 타진 않았다

이제는 기후재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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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한풀 꺾인 가을이 다가오는 계절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올여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번 여름도 타는 듯한 더위가 연일 이어졌습니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1세기에 사람들의 건강을 가장 위협할 요인은 바로 ‘폭염’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더위는 국제기구가 공인하는, 우리의 삶과 건강을 흔드는 요소가 된 것입니다.
물론 폭염을 비롯하여 기후재난이 미치는 영향은 세계적입니다. 그러나 그 재난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다가오지 않습니다. 폭염의 강도와 빈도는 계속 강해지고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2018년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출처: extinction rebellion 
 
최악의 폭염, 그리고 죽음... 어디서 발생할까?
2018년 여름의 폭염은 더위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드디어 자각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평균보다 훨씬 많은 온열질환자와 그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였고 정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고, 폭염을 재난으로 선포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동안에도 폭염이나 혹한으로 인해 병에 걸리거나 사망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관련 대처가 미비했지만, 그래도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나선다는 것은 고무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각지대는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온열질환자 또는 한랭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작업장과 주거공간, 주거지 주변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이처럼 대부분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주거환경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기후위기, 기후재난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몇 가지 사례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업장’으로 분류되지는 못하지만 농민들의 일터인 논과 밭, 어민들이 밥벌이를 하는 해안이나 강가도 사실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출처: 연합뉴스
 
평등하지 않은 날씨
언급한 사례들처럼 폭염과 혹한은 안전과 인권이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욱 극대화되어 다가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 또한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온열, 한랭질환자의 경우 대부분 발견되면 ‘응급실’로 이송되는데, 이곳에서 집계되는 인원과 통계청에서 발표되는 숫자의 차이가 큽니다. 예컨대 2018년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에서 사망한 숫자가 48명이라고 하지만,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168명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렇게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병원에도 도착해보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간접사인’의 영향도 있습니다. 날씨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당뇨, 암, 심혈관계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기저질환이 악화되어 사망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사망자의 예를 들긴 했지만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다만 보이지 않는 상태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기
이런 불평등을 지구의 신음소리로 다시 듣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더위와 추위는 어떤 이들의 삶을 더 할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세상이 억울해서, 잘못되어서, 자식을 잃고, 직장을 잃고, 먹고 살 길을 잃은 사람들을 내모는 잘 사는 사람들의 왕국은 늘 안전할까요. 울음을 끌어안고 한여름과 한겨울 농성장에 나온 시민들, 폭우와 폭설에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한 장애인과 리어카를 미는 노인, 마스크 한 장으로 ‘K-방역’을 하고 있는 홈리스들의 삶은 어떻게 정의를 찾아볼 수 있을까요.
한편, 정부는 기후위기의 해결책으로 그린뉴딜을 시작했습니다. 그린뉴딜에 포함된 디지털 뉴딜 관련 산업과 기업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친환경’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변신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합니다. 탄소배출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거대기업들의 변화는 매우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기후위기를 만든 기업들에게 기후위기를 해결하라고 모든 돈을 쏟아붓는 것이 맞을까? 하고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표현도 심심치 않게 매체에서 보이는데, 그런 정책 방향이 과연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는지 되묻게 됩니다.
그렇지만 좌절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 위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 더 나은 오늘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재난으로부터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안전하게 보호할 것인가, 우리의 인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의 기준을 고민하는 것으로부터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위험 상황에서 차별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의지가 서로를 더욱 연대할 수 있게 만들 것입니다.
 
한 걸음 나아가기
기후위기와 우리의 주거권·생명권·건강권·이동권 등을 연결 지어 생각할 때, 기후위기에 대한 해결방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에게 ‘평등’이라는 두 글자는 정말로 중요합니다. 지난 호에서 이야기 나눈 것처럼 국제행사를 유치해서 국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 시민들의 생존을 보장하는 모습으로 국가의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전기를 아껴 쓰고,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고... 삶의 실천으로 개인이 책임을 지는 행위를 넘어서 거대한 폭풍을 잠재울 계획들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기후위기는 곧 안보, 외교, 안전, 금융 등 다양한 영역의 위기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계획이며, 거기에 맞는 기후정책입니다. 국제사회의 안전과 지속가능성, 복지를 위해 생명권과 생물권, 안정된 기후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더 이상 기후위기가 내 일이 아닌 것처럼 하는 침묵을 깨고, 불안 정한 기후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야 합니다.
그 길에서 늘 함께 걸으며, 만납시다. 
작성자김혜미/녹색전환청년그룹 활동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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