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20년 전과 다름없는 현실 > 현재 칼럼


학교폭력, 20년 전과 다름없는 현실

박 기자의 함께걸음-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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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어요. 지인의 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한 겁니다. 초등학교 3학년, 그러니까 10살인 학생들이 저지른 일이라고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더욱 기가 막힌 건, 이러한 사건에 대한 학교측의 미온적이다못해 제대로조차 하지 않고 있는 후속조치입니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분리조치는 물론, 심각할 경우 가해학생의 출석정지, 전학 등의 징계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그냥 너희들이 엄마들한테까지 이야기가 들어가게 했다고, 일을 크게 만들었다고 했으며, 반성문을 쓰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교실 내에서 떨어져 앉게 했다는데, 그게 전부입니다. 이런 조치가 피해를 입은 학생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10살인 학생에게 감당하기 힘든 상처와 아픔이 주어졌을 텐데도, 선생님은 계속 가해학생과 같은 공간에 있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여전히 이런 모습인 것 같아서 너무너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20년도 훨씬 이전에 장애학생으로서 학교폭력을 당해본 경험이 있는 저이기에, 시간이 많이 흐른 현재에도 여전히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비장애인이었지만 시청각장애를 가지게 되고, 특히 장애의 정도가 점점 심해지기 시작하던 초등학교 5학년부터 학교폭력을 당하기 시작했어요.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꺼내고 싶지도 않은 기억들이지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록을 통해 학교폭력의 문제점과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당시 우리반에서 실과시간에 떡볶이 만드는 시간을 가졌어요. 조를 정하고 조원들이 고추장, 마요네즈, 떡, 프라이팬, 젓가락 등 준비물을 나눠서 가져왔어요. 그리고 떡볶이를 만들었는데, 초등 5학년생들에게는 직접 재료를 이용해서 떡볶이를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으면서도 뜨거운 불을 이용해야 하니까 위험하기도 하겠죠?
 
당시 제가 있던 조는 우리반에서 소위 ‘일진’인 애가 있었어요. 당연히 그 녀석이 떡볶이 만드는 걸 주도했는데 재료를 다 넣고 떡볶이를 비벼야 할 때 ‘폼’을 내기 시작했어요.
 
자기 의자에 앉지 않고 의자의 등받이 부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어요. 그러니까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 앉은거죠. 그렇게 앉은 녀석은 뜨겁게 끓여지고 있는 떡볶이를 비비고 젓기 시작했어요.
 
하필 제가 그 녀석의 바로 맞은편에 앉아 있었는데, 녀석이 젓다가 프라이팬 안에 있던 떡 하나가 제 얼굴로 날아왔어요.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뜨거운 떡이 제 오른쪽 눈 바로 밑을 ‘때리고’ 교실 바닥에 떨어졌어요.
 
“악!”
 
얼마나 뜨거웠을까요? 얼굴을 감싸고 괴로워하고 있는데, 그 녀석은 저를 수돗가로 데려가서 화상입은 얼굴을 씻기려고 했어요. 수돗가까지 이끌려가긴 했지만 그곳에 물을 묻혀 씻는다고 해도 화상이 나아지지는 않았어요. 꽤 큰 상처였거든요.
 
녀석은 저를 다시 교실로 데려왔고, 제가 화상입은 걸 다른 학생이 이야기를 해놨는지 선생님도 그때 알게 되었어요. 얼른 병원에 데려가셨고 병원으로 엄마가 오고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었지요. 오른쪽 눈 밑에 화상을 입어서 오른쪽 볼 부분을 붕대로 장식해야 했는데, 너무 보기 흉했어요. 무엇보다도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보다 눈 밑 부분을 뜨거운 게 데였으니까 너무 아팠던 게 더 괴로웠죠.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선생님이 제가 물어보시는데 뭐라는지 아세요? “OO(가해학생) 말로는 관찬이가 프라이팬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서 불에 데인 거라는데, 맞니?” 라는 거예요. 참나. 누가 프라이팬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갈까요? 자살하고 싶지 않은 이상 그렇게 할 사람은 없습니다.
 
또 치료를 받고 선생님, 엄마와 함께 학교로 돌아왔는데 와. 제 책상에 쓰레기가 한가득 있는 거예요. 우리 조에서 떡볶이를 만들고 남은 재료며 쓰레기들을 몽땅 제 자리에 둔 겁니다. 사실 당시 저는 눈이 잘 안 보이니까 그 상황을 좀 늦게 인지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엄마가 많이 속상했을 것 같아요.
 
그 뒤 몇 달 간 저는 얼굴에 미이라처럼 붕대를 하고 다녔어요. 화상에 햇빛을 쬐이면 위험하대서 항상 모자를 쓰고 학교에 다녔고요. 한번은 학교에 녀석의 엄마가 왔었는데, 제 얼굴을 보고 웃으시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전혀 미안해하지도, 안타까워하지도 않았어요. 전혀 잘못 없다고, 자기 아들 잘못 없다고 반성할 거 없다는 당당한 얼굴이었습니다. 그 자식에 그 부모 같았어요.
 
이 ‘떡볶이 사건’을 학교폭력이라고 단정짓기에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이건 그냥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이에요. 그 녀석은 안 풀리는 일이 있으면 괜히 저한테 와서 화를 냈고, 체육시간에 피구를 하는데 자기가 공에 맞으면 저한테 공을 던져버리기도 했습니다. 진짜 5학년 내내 그 녀석의 눈치를 보며 학교를 다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6학년 때 그 녀석과 또 같은 반이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원더>에서 ‘어기’의 얼굴이 괴물같다고 놀리고 따돌리는 친구를 학교에서는 어떻게 했을까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전학 또는 퇴학 조치였어요. 그 가해학생의 부모가 자기들은 돈이 많고 유명한 변호사를 잘 안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교장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학교는 누구보다도 학생이 즐겁게 다니며 사회의 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니까요.
 
학교폭력이나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학교에서 빠르게 대처하는 적극성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담임선생님은 교장선생님에게 보고하고, 학교 자체에서도 조사를 진행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되겠죠. 무엇보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분리 조치가 우선이고요. 피해학생이 겪는 상처와 아픔이 얼마나 오랫동안 갈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에게 강력히 분발을 촉구하고 싶습니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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