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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적 고립

위드코로나 그리고 장애인

본문

 
일상이 재난, 그리고 고립
“저는 약간은 들을 수 있어서 혹시나 하는 희망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봐요. 제가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고 답변을 손에 써달라고 하는데 그것도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을 때 얘기지 지금처럼 2미터 거리두기 할 때는 가까이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으니까.”
 
“(현재 위치를 묻거나 방향을 물어봐야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보통 소리나 느낌으로 지나가는걸 알 수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다들 멀찌감치 지나가니까 저는 멍하니 서서 지나가는 사람 기다리다가 없으면 실망하고 (저를 도와줄) 또 다른 사람 찾고..”
 
위의 이야기는 시각과 청각에 동시에 장애를 가진 시청각장애인 두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진, 해일, 폭풍, 화재, 산사태 등의 특별한 상황을 재난으로 여기지만 시각과 청각에 동시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시청각장애인은 매일 지나다니던 보행로를 공사해 도로의 지형이 변경되었을 때, 지역 행사로 인해서 매일 같은 시간 탑승하던 버스의 노선이 일시적으로 변경되어 정차 구간이 늘어나거나 줄어들었을 때, 낮에 지나다니던 익숙한 길을 해가 진 후 깜깜해진 저녁에 가서 길을 찾기 어려울 때 등 일상의 소소한 변화가 재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약 2년간 우리의 삶은 그동안 살아왔던 삶과는 완전 다른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변해가고 있습니다. 2019년 12월 이후 전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지침을 마련하였고, 그에 따른 개인들의 일상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온라인을 통한 물품구매가 급속도로 증가했으며, 직장인들은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장애당사자들도 매일 이용하던 지역사회 복지기관을 방문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대신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고, 특수학교에 등교하던 학생들도 온라인으로 수업에 참여해야 했으며, 생활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시설 내 확진자 발생시 코호트 격리를 경험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은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하는 생소한 단어를 수어로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 의사소통할 방법이 없었고, 연일 쏟아지는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지침과 감염병 브리핑에 수어통역이나 화면해설이 지원되지 않아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확진자가 입원을 통해 치료를 받을 때는 병원 내 장애인 편의시설이 미흡했고, 간호인력외 장애당사자의 활동을 지원할 생활지원인력에 대한 지원이 없었습니다. 혹여라도 활동지원사가 확진 또는 밀접 접촉자가 되면 장애당사자도 자가격리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씻고,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갈 때 공동격리하면서 지원해줄 지원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장애당사자들은 정보접근과 병원 건물의 접근 등 일상에서의 고립을 경험해야만 했습니다. 2021년 11월, 대한민국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하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위드코로나’ 정책을 도입해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장애인은 세심하게 고려되고 있으며,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른 정책은 수립되고 있는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재난상황에서 장애인의 취약성
먼저 재난상황에서 장애인의 취약성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재난(Disaster)이라는 말의 어원은 Dia 와 Aster의 합성어로 Dia의 어원은 분리・파괴・불일치를 뜻하며, Aster는 라틴어로 Star라는 의미를 지녀 별의 분리 또는 별의 파괴, 행성의 배열이 맞지 않아 생 는 대규모의 갑작스러운 불행이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즉, ‘재난’이라는 것은 갑작스럽게 대규모로 발생해 개인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큰 피해를 주는 자연적・인위적・사회적 요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재난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많은 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재난이 발생하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추려집니다.
 
첫째, 기후변화로 인하여 자연재해를 예측하는 것에 한계가 발생하고, 재난의 강도와 피해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 재난의 일상화・양극화 및 복합화 심화, 둘째, 산업화・도시화 및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유형의 재난 발생 증가, 셋째, 경제・사회・문화의 급속한 변화로 생활 속 다양한 안전사고 발생 증가를 재난 발생의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어떤 재난상황이 발생할 때 특정한 대상만을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재난상황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불평등한 상황이 발생 될 수 있는데(재난발생의 첫 번째 이유로 양극화가 언급되는 맥락과 유사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재난불평등’이라고 합니다. 재난불평등은 재난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구조적 불평등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하는 피해의 차이로 정의됩니다. 재난 불평등은 ‘취약성’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며, 취약성이란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취약성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환경을 형성하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 정치적 및 정서적 요인에 기인하는 특성을 지닙니다.
장애인을 재난 취약자로 정의하며, 장애의 특성과 장애의 정도에 따라 재난취약성에 대한 차이가 발생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으로 장애인 사망자가 발생하였는데 사망의 이유는 장애인의 자력 대피 불가, 대피 도우미 부족, 소방시설(경보 및 피난설비)의 부족이 주된 이유로 지적되었습니다(한국장애인연맹, 2016). 또한, 주변에서 장애인이 살고 있는 것을 모르거나 장애당사자의 피난훈련 부족, 낡은 주택, 문이 밖에서 잠겨있어 대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한국장애인연맹, 2016).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장애인의 경우 개인적인 특성과 재난대응 욕구에 따라 상황적, 잠재적 재난에 대한 취약성으로 인해 비장애인에 비해서 사고 또는 사망에 대한 위험이 높기 때문에 재난 소외계층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입니다. 장애인이 이동 및 의사소통에 제한이 있을 경우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높을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 비해 비상상황에 대한 위기대처능력이 낮아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장애인의 재난 취약성은 장애인 개인이 가진 신체적 손상 또는 기능의 제한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장애인이 살고 있는 물리적인 환경, 사회적 환경이 재난상황에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없는 상황(24시간 활동지원사가 필요함에도 지원되지 않아서, 주택이 너무 낡아서)이었기 때문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요? 장애당사자가 거주하는 환경을 비롯하여 사회를 구성하는 물리적인 환경이 안전하게 설계되어 있고, 응급상황 발생시 관계기관 및 이웃에게 알릴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며, 응급상황에 신속히 밖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장비나 설비가 갖추어진 환경이 없기 때문에 재난 취약자로 구분・분류되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이 깊어집니다.
 
 
감염병 상황에서 장애인에 대한 고려
최근에는 장애인의 재난관리 지원을 제공해야하는 의무가 국가에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하였고, 그 일환으로 2020년 6월 보건복지부에서는 ‘장애인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였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정보접근성과 관련해서 청각장애인이 뉴스나 감염병 관련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도록 수어통역 및 자막 해설을 지원할 것, 시각장애인에게 감염병 관련 인쇄물 제공 시 음성변환 또는 문자인식이 가능한 형식으로 제공할 것, 발달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에게 감염병 관련 정보를 그림판 등을 활용하여 알기 쉽게 제공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동 서비스로는 지체, 뇌병변, 시각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휠체어 이용 및 와상장애인 등 자력이동이 어려운 사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되, 신장장애인이 투석을 위해 병원 이동시 지원하는 방안도 담고 있습니다. 내부장애인을 대상으로는 의료지원 및 생활지원 병동과 병원을 확충하여 신장, 심장, 간, 호흡기, 장루・요루장애인 및 중증장애인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였으며, 기존에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등 일상생활 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당사자와 돌봄제공자, 보호자가 격리될 경우 돌봄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하여 인력지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거주시설, 복지관 등 시설이용 장애인을 대상으로 감염예방을 위해 프로그램 인원 적정화, 운영방식 유연화에 대해 명시하고 있고 장애인 생활시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격리 또는 폐쇄를 해야 할 경우 임시시설, 주변 생활치료센터, 병원 등 지역 대응체계를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
어떻게 보면 정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기상황 속에서 장애인을 포함하여 다양한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대응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당 매뉴얼에 따른 정부예산은 수립되지 않았으며, 매뉴얼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구체적인 세부시행계획이 수립된 곳이 없는 현실입니다. 적정한 거리두기와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기를 권하는 ‘위드코로나’ 상황에서 ‘장애인의 취약성’을 개인이 가진 신체적 기능의 손상과 제한으로 인한 것으로 치부할 것인지, K-방역의 위상에 걸맞게 장애 유형과 정도를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안전한 대응이 가능한 정책과 제도를 통해 물리적인 환경과 인식의 변화를 도모해 나갈 것인지 지속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가 안전한 사회가 오는 그 날을 기대해 봅니다.
작성자원영미/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수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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