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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교육, 조기교육이 필요하다

소소한 사회통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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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걸음’입니다. 지금부터 장애인복지 현장의 생생하고 따끈따끈한 소식들만 모아 전달해 드리
도록 하겠습니다. 첫 꼭지는 장애인권교육입니다. 먼저 취재현장에 나가있는 제지훈 칼럼니스트와 연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지훈 칼럼니스트, 10월 1일부터 11월 3일까지 거제시관 내 초・중・고등학교 학생,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장애인권교육을 실시했지요? 수고 많으셨고요. 관련 소식 전해주시죠.
 
제지훈 네, 여기는 경남 거제시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2021년 11월 3일, 드디어 한 달여 기간 동안 진행된 장애인권교육의 대장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해마다 진행되는 교육이지만 특별히 이번 교육은 장애인권교육의 조기교육 필요성과 통합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진지한 물음과 밀도 있는 과제를 남겨 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함께걸음 진지한 물음과 밀도 있는 과제요? 어떤 내용인지 상세히 말씀해 주세요.
 
제지훈 네, 맞습니다. 교육을 진행하면서 학년적인 편차가 있습니다만 대체로 초등학생들의 장애인권 감수성이 아주 풍부하단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모든 수업은 한 가지 물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선생님은 장애가 있을까? 없을까?”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일제히 여기저기서 “없어요~ 없어요~” 있다고 했다가는 아주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어? 아닌데? 선생님은 안경 벗으면 바로 앞의 사람도 잘 못 알아봐요. 지금도 이렇게 안경을 벗잖아? 그러면 여기 앉은 모든 남학생들이 잘생겨 보이고 여학생들은 다 예뻐 보여. 그러다 다시 안경을 끼잖아? 그러면 음... 음...” 폭소하던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이내 제 의중을 알아차립니다. 다시 물어봅니다. “선생님은 장애가 있을까? 없을까?” “있어요~ 있어요~” 고학년들에겐 신체적인 장애와 더불어 안경을 벗을 경우 사회생활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 장애영역을 살짝 확대시켜주었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졌습니다. “장애가 있으면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운전은? 공부는 어때?” 질문을 받은 학생들의 표정이 묘해집니다. 그 짧은 찰나에 ‘분명 못할 것 같은데 선생님이 물어봤다는 건 뭔가 다른 게 있다는 거 아닐까? 아, 헷갈려~’ 이게 고스란히 얼굴에 묻어납니다. 순진한 녀석들 하하하. 이때 정말 도움이 되는 영상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홍보영상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잘 만든 영상이라 생각됩니다. 시청 이후 다시 동일한 질문을 합니다. “장애가 있으면 육상은? 할 수 있어요. 탁구는? 할 수 있어요. 운전은? 할 수 있어요. 공부는? 할 수 있어요. 거짓말은? 할 수 있... 예? 하하하”
“어? 그러면 얘들아 장애가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 못하는 게 더 많아?”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지요~ 선생님은 그것도 몰라요?” 와~ 정말 스펀지 같습니다. 이후 두 가지 그림을 보여주며 차이점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합니다.
정말 놀라운 사실은 잠깐의 교육을 통해서도 학생들이 정확히 두 그림이 주는 인식의 차이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학교주차장, 화장실, 엘리베이터에 그러져있는 그림들을 바꿔야겠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오~ 이 정도면 뭐 더 이상의 교육이 무의미해 보입니다. 이래서 조기교육이 중요한가 봅니다. 아 참, 두 그림의 차이에 대해 아주 독특한 반응을 보인 친구도 있었습니다.
 
 
함께걸음 독특한 반응요? 뭔지 궁금한데 얼른 말씀해 주시죠.
 
제지훈 네, 두 그림을 보여주자마자 한 친구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꺅~~~”
“왜? 왜그래?”
“서 선생님, 저 저 오른쪽 그림 꺅~~~”
“왜 그러냐고? 얼른 말해 봐.”
“머 머리가 떨어져 있어요?”
“꺅~~” 저도 함께 비명을 질렀습니다. 숱하게 강의하면서 머리가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눈은 참 순수합니다. 하하하. 그나저나 알고 보니 저도 꽤 소름이...
 
함께걸음 그렇군요. 너무 당황하지 마시고요. 교육을 마친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지훈 네, 1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학생들과 신나게 웃으며 교육한 후 마지막 질물을 던져 보았습니다. “얘들아, 장애가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야?” “그거요? 장애는 그냥 장애지요.” “안경 낀 사람 안 낀 사람, 공부 잘하는 사람 조금 못하는 사람, 남자 여자, 장애가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뭐 이런 차이 아닐까요?”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물론 강의자가 얼마나 재밌게 수업했으면 그랬겠어요? 하하하 농담이고요. 마지막으로 “이 반에 장애가 있는 학생 손 들어 보세요.”라고 했더니 몇 명의 친구들이 스스럼없이 손을 듭니다.
 
함께걸음 그랬군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차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차별이 나쁜 것이란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고요. 교직원들은 어땠나요?
 
제지훈 네, 우선 지금부터 말씀드릴 내용은 제가 강의한 학교에 제한된 것이지 모든 학교의 교직원들이 그렇단 얘기는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교직원 교육을 통해 얻은 교훈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교직원들이 장애인권 감수성이 높을 것이란 기대는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교육에 앞서 교직원들이니 장애인에 대한 이해나 인권에 대한 인식이 일반 시민들에 비해 조금은 높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니, 장애인 마크를 왜 바꿔요? 저거 바꾼다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변화할 것 같진 않습니다.”라고 말씀하셨던 부장선생님. “나는 진짜 이해를 못하겠어요. TV에서 누가 봐도 심각한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자기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어 도움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데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아니 도움이 필요하면 받아야지 왜 필요 없다고 말해요?”라고 말씀하셨던 교장선생님. 단적인 예지만 이분들의 말씀을 통해 ‘교육현장에 있다고 해서 인권 혹은 장애감수성이 반드시 높다고 할 수는 없겠다.’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저의 강의 내용이나 형태도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고요. 다음 번 교직원 강의 땐 사전검사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적정한 눈높이에서의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함께걸음 그랬군요. 교직원 강의하면서 마음이 참 그랬겠습니다. 두 번째 교훈은 뭔가요?
 
제지훈 네, 교직원 교육을 통해 배운 두 번째 교훈은 바로 통합교육의 중요성입니다.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교직원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장애인은 어디서 살아야 할까요?” “당연히 지역사회에서 살아야죠.” 오~ 어디서 교육을 들은 모양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살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여러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시설이 편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자기 집, 혹은 지역사회에서 사는 게 편할 수도 있죠. 하지만 선생님들께서 지역사회에 살아야 한다고 대답을 하셨으니 다시 질문해 보겠습니다. 그럼 내 집 옆에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저 선생님 집 옆에 살아야 할까요?”
순간 자신 있게 “지역사회에서 살아야죠.”라고 답하셨던 분의 표정을 보았습니다. 세상 난감한 표정으로 “어... 그게... 그러니까... 뭐 저 선생님 옆집에 살면 좋고 안 되면 우리 집 옆... 아~~ 일단 남편한테 물어보고 말씀드릴게요.” 하하하 뭘 그런 것까지 물어보실라고. 물론 20년 가까이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일해 온 제게도 쉽지 않은 답입니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느낀 점은 그래도 노출된 공간에서 장애학생들과 함께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학교의 교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곳의 교직원들보다 장애인들이 살아가야 할 지역사회의 범주에 내 집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더 많더라는 것입니다. 결국 통합교육은 특수교육의 대상자뿐 아니라 교직원들의 인식개선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함께걸음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소식 듣도록 하고요. 끝으로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제지훈 아, 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도 한 학급에 한두 명씩은 꼭 그런 친구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으로 말하면 특수교육대상자인 셈이죠. 그러나 그 당시엔 그런 말이 없었어요. 물론 특수 교사도 없었고요. 그냥 한 반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지냈어요. 같은 반 친구니까. 그런데 요즘은 과거에 비해 교육수준도 높아지고 교육과정도 첨단화되었음에도 보통이라 생각하는 범주에서 약간의 오차만 있어도 특수교육으로 내모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지적, 자폐성 장애는 물론 분노조절, 과잉행동장애, 학습장애 등. 물론 다수의 학생들의 학습권도 존중해야지요. 그런데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장애학생 때문에 학교 다니기 싫은지 자신을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는 친구 때문에 학교 다니기 싫은지. 100이면 100 후자를 택할 겁니다. 그러면 착하고 학업에 충실한 학생들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을 특수반, 특별반을 만들어 관리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새해엔 좀 더 깊은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 해 동안 칼럼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새해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상 제지훈 칼럼니스트였습니다.
작성자제지훈/사회복지사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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