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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를 받아들이는 자세

[최원대의 감성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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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원대  칼럼니스트
그림 아티스트 설레다  네이버 블로그 [설레다의 감성메모]

  아리따운 5월의 신부가 될 예정이던 후배가 애석하게도 파혼 소식을 전해왔다. 이유가 황당하기 그지없다. 사주를 봤는데, 서로 궁합이 안 맞더란다.

  나도 가끔 사주를 본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공짜로 보기도 하고, 친구 손에 끌려 어디 잘 본다는 데를 몇 번 찾아가보기도 했다. 직장을 그만뒀다 하면 꼭 한번씩 생각나는 걸 보면 뭔가 불안하고 답답할 때 흔히 이런 델 찾게 되는 모양이다.

  듣자하니 매번 애매모호한 이야기들 투성이더라만 간혹 신통방통하게 꼭 들어맞는 말도 있다. 한번은 “당신, 나이 먹는 게 소원이었구먼?”하고 평소 내 입버릇을 그대로 얘길 하는데 그만 소름이 쫙- ‘하루라도 빨리 독립하고 싶어 하지 않았냐’는 말까지 듣자 이내 미적지근하던 흥미가 관심으로 변하더니 ‘좀 더… 좀 더 말해봐’라는 눈빛을 쏘게 된 적도 있다.

  그래도 신빙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커피 마시면 공짜라니 재미삼아 들어보는 정도일 뿐 한번도 진지하게 받아들인 적은 없다. 주변에도 사주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일부는 아주 맹신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쩜 난생 처음 본 사람 이야기만 듣고 몇 년을 만나온 사람을 홀랑 저버리다니.

  주변에서도 흔히 정초에 본 사주에서 올해 운이 안 좋다며 크게 낙담하거나 자신감마저 잃는 사람을 발견하기도 한다. 생년월일시만 가지고 성격은 물론 과거와 미래를 그렇게나 소상하게 말할 수 있다니 신기하고 재밌긴 해도, 과연 어디까지 믿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바넘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외향적이고 붙임성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심한 면이 있다. 또한 당신은 냉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이 많아서 누가 부탁하면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 말에 단호히 “No”라고 대답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다시 읽어보면 누구에게나 그럴 법한 성격 묘사에 지나지 않는다.

  혈액형별 성격도 바넘 효과의 대표적인 예다. A형은 다정다감하고, B형은 독창적이라는 둥, O형은 남에게 지기 싫어한다던가? 필자는 A형이지만 다정한 성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독창적이지만 제멋대로라며 B형 아니냐는 소리도 종종 듣는다. 그리고 세상에 지기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

  혈액형별 성격이나 심리테스트, 오늘의 운세에서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성격을 모호하게 풀어 놓는다. 그런 두루뭉술한 묘사일지라도 사람들은 그것이 마치 자신의 특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실례로 심리학자인 포러(Bertram Forer)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각 성격 테스트를 한 뒤, 그 결과와는 무관하게 미리 작성된 결과지를 똑같이 나눠주었다. 그러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단지 신문에 실린 점성술을 편집해 붙인 데 지나지 않는 그 결과물을 두고선 대부분이 자신의 성격과 잘 맞는다고 답하였다.

  사주가 오랜 통계를 근거로 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풀이하는 말 중에는 상당 부분 바넘 효과도 있지 않을까? 애매하면 애매할수록 우리는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되는데, 이를 지칭하는 ‘우물 효과’라는 말도 있다.

  사주도 좋고, 타로점도 좋지만 행여나 안 좋은 괘가 나오더라도 그 말 속에 갇히지 말았으면 한다. 대부분 ‘에이 그런 거 안 믿어’라고 하면서도 내심 신경 쓰는 게 사람 심리 아니던가. 통계는 통계일 뿐이니까 실제 그러한 팔자를 타고 났다고 해도, 또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결국 매 순간순간 선택과 결정은 온전히 내 몫이다. 사주는 그저 인생에 대한 가벼운 조언 정도로만 받아들이면 좋겠다.

  한번은 사주를 보며 이런 말을 들었다. “당신은 타인의 단점을 파악하는 데 기막힌 재주를 타고 났다. 특히 윗사람 단점을 잘 보는데, 그렇지만 절대로 표현하진 마라. 당신만의 생각일 수 있다” 이 말은 지금도 잊지 않는다. 이 얼마나 뼈에 새길만한 조언인가.

※최원대 님과 설레다 님은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함께걸음에 좋은 글과 그림을 보내주시는 분입니다.

작성자글 최원대 칼럼니스트 l 그림 아티스트 설레다  cafe_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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