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부모는 그들을 감당할 수 없다 > 지난 칼럼


늙은 부모는 그들을 감당할 수 없다

[편집장 칼럼]

본문

 사람들이 미처 관심을 갖지 않고 외면하는 사이 지금 어딘가에서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건 실제 상황이고, 세상에서 목격할 수 있는 가장 큰 비극이며, 더해 말 그대로 한 편의 지옥도라고 부를 만하다. 

  비극적인 실제 상황은 성인이 된 지적 자폐성 장애우들이 세상을 향해 행동으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상태로 계속 자신들을 방치하면, 외면하면, 사회가 자신들을 끌어안지 않으면, 어떤 비극이 벌어질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라며 울부짖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에서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집에 보관 중이던 흉기로 아들이 늙은 아버지를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에 체포된 그 아들은 지적장애 1급의 장애우였다. 3월에는 경북 경산시에서 핀잔을 준다는 이유로 아들이 늙은 어머니를 살해하고 그 시체를 불에 태워 훼손하는 엽기적인 사건까지 벌어졌다. 그 아들 역시 지적장애우였다. 또 얼마 전 전북 익산시에서도 지적장애우 아들이 늙은 아버지를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잇따른 지적 장애우들의 존속 살해에 대해 한 범죄 심리 전문가는 “지적장애우들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 불편한 것을 피하고 싶기 때문에 부모가 화를 내거나 꾸중을 하면 분노를 바로 표출해 버린다. 이들을 돌봐 주는 것은 부모이고 화를 낼 수 있는 대상도 부모가 되기 때문에 존속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5월 9일 문화일보 보도)

  다시 강조하면, 지금 지적 자폐성 장애우들은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 자신들 문제에 대한 가슴 속 분노를 애꿎은 가족들을 대상으로 터트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하나, 지적 자폐성 장애우들의 분노 표출 대상이 늙은 부모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진 것이 없는 늙은 부모들은 더 이상 성인이 된 지적 자폐성 장애우들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데, 즉 부모가 장애우 자식을 감당하기는커녕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다는 건데, 정부와 사회는 장애우들을 늙은 부모들에게 떠넘기고 나 몰라라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존속 살해라는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목격한 실태는, 지금 지적 자폐성 장애우 가정에서 어떤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지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어느 할머니는 외출할 때 지적장애우 아들을 끈으로 묶어 질질 끌고 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한시도 아들을 혼자 놔둘 수 없고, 거리에서 아들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아들을 끈으로 묶어 개처럼 끌고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게 그 노모의 말이었다.

  또 어느 할아버지는 장성한 아들에게 일상적으로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가난하고 힘없는 늙은 아버지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이 먹을 것을 사주지 않으면 떼를 쓰는데, 그런 아들에게 과자라도 사서 입에 물려주지 않으면 아들이 시도 때도 없이 주먹으로 자신을 때린다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비단 이런 예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적지 않은 수의 부모들이 성인이 된 지적 자폐성 장애우 자식들을 감당할 수 없어 스스로 세상을 버리고 있다는 게 부모 단체 관계자들이 전하고 있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해답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성인이 된 지적 자폐성 장애우들을 모두 수용시설에 보내버리든지 아니면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이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 부모가 자식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어 숨지는 비극적인 상황은 막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인이 된 지적 자폐성 장애우들을 모두 수용시설에 보낼 수는 없다. 이 방법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 되는 또 하나의 비극적인 상황이다.

  결국 우리 사회가 성인이 된 지적장애우 자폐성 장애우들을 끌어안는 방법 밖에 없다. 늙은 부모들이 그들을 도무지 감당할 수 없다는 게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는 만큼 소규모 작업장 마련 등을 통해 최소한 장애우들이 낮 시간 동안만이라도 가 있을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줘야 한다.

  지적 자폐성 장애우들은 무서운 존재인가? 그렇지 않다. 정말 그렇지 않다. 그들은 순수해서 본능에 따라 행동한 죄밖에 없다. 존속 살해라는 비극에 가슴을 쳐야 될 사람은 바로 우리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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