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손을 서로 내미는 것이다. > 대학생 기자단


인문학은 손을 서로 내미는 것이다.

[박한용의 노숙인과 인문학의 만남]

본문

  인문학은 관계이다. 인간과 인간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만나는 관계이다. 양만승선생님의 글에 나오듯 서로를 향해 내미는 손이고 서로의 길을 밝혀주는 손전등 같은 것이다. 더구나 외로운 사람에게 있어 인문학 동반자는 가족과 같은 것이다. 가족이 없기에 가족이 되고 싶고 그러나 가족이 아니기에 가슴이 아픈 것이다. 솔직히 말해 1년간의 인문학 과정으로 어떤 성과나 획기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성과의 기준이나 지표도 제시하기 어렵고 인문학이란 그런 사업실적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되는 것이기도 하다. 양만승 선생님은 마음이 섬약한 스타일이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서로가 상처를 안고 한 곳에 모이면서 무심코 던지는 말이 당사자에게는 커다란 상처로 덧나는 일이었다. 한 곳에 모이기에, 서로 무관심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러한 상처 주고받기는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때로는 면역력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타인에게 올바로 배려하는 태도를 갖게 하는 게기가 되기도 한다. 인문학적 사회화라고나 할까.

  양선생님의 체험을 통해 수련회나 축구팀 창단 같은 것이 뜻밖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교실 안의 수업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각자가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지점도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다양한 계기성의 궁극적 도달점은 나를 돌아보나 타인에게 시선을 확대하는 것이다.

양만승(성프란시스인문학과정 6기 졸업생)

  작년 3월 어느 날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6기 입학과 함께 나의 인문학 생활이 시작 되었다. 그 전에 여러 가지 문제로 우여곡절도 많았던 끝에 인문학을 시작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하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러나 25명이 함께 하는 인문학은 나에겐 결코 쉽지 않았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했고, 이전에 서로 알지 못했던 낮선 사람들과 낮선 분위기 등, 시작부터 벌써 여러 문제들이 생겼다.

  함께 모이다 보니 각자의 생활고 문제들이 얽혀 여러 가지 문제들이 터졌다. 동기들 서로 간의 갈등이 비단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어났다. 서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때로는 그 문제로 인해 강의실에 나오지 않고 그로인해 힘들어 하는 여러 실무진 선생님들 볼 때면 괜히 나 자신이 못나 보이고 고개 숙인 적이 많았다. 1학기 때 우리 성프란시스대학 6기의 출석은 거의 20%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동기들과 여러 자원 활동가 선생님에게 많이 미안하고 죄송할 따름이다.

  그런데 나에게 보약과도 같은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그것은 바로 축구팀을 창단한다는 소식이었다. 비록 운동실력은 보잘 것 없었지만 누구보다 더 열심히 뛰고 달렸다. 그 힘의 원동력은 우리 축구단 모두가 인문학 5, 6, 7기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축구팀은 정말 의지가 남달랐다. 물론 인문학도 그랬지만 첫 경기부터 열심히 깨지고 또 깨졌다. 하지만 우리 인문학과 축구팀은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에겐 생각하기도 싫은 사고가 발생했다. 남들이 보면 웃을 일이지만 나는 정말 아팠다. 자전거 타고 가다가 앞에 툭 튀어 나온 돌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내 몸이 3미터 정도 날랐다.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순간 왼쪽 팔이 짜릿했다. 팔을 들어보니 손목 윗부분이 밑으로 꺾였다가 부러진 것이다.

  지금도 고맙다고 생각나는 게 정아무개군이었다(이름을 밝힐수 없음, 인문학 6기 동기생). 정군이 나와 함께 진료소에 갔고, 나는 간단히 응급 처치를 한 후 병원으로 가서 치료받고 귀가 했다. 함게 가 준 정군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에게 인문학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서로가 서로를 껴안아주고 넘어졌을 때 손 한 번 내밀어 주는 것, 우리 성프란시스대학 사람들은 비록 남들보다 가진 것은 없지만 따듯한 가슴과 뜨거운 열정이 있다.

  난 지난해 여름방학 수련회에서 그것을 확인했다. 나는 그때 왼팔에 깁스를 한 채로 2차 후발대로 3명과 함께 출발해서 밤 11시가 다 되어서 수련회 장소에 도착했다. 모두들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모두가 반가이 맞아준다는 것. 그것이 기뻤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바베큐를 다 먹어버려서 조금은 아쉬웠다(울고 싶었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단양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다. 저는 여전히 팔에 깁스를 한 채로 나름 열심히 뛰었다. 기브스를 한 채 뛰는 모습이란..... 상상을 한번 해보시라.  그날은 비가 많이 내렸다. 다들 맨발로 열심히 찼다. 장마가 막바지일 때 수련회를 갔는데도 단양은 비가 많이 내렸다. 산이 많은 지역이라 그랬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소백산 등정은 비 때문에 취소되어서 아쉬움을 뒤로 한 체 용인 에버랜드로 향했다.

  에버랜드에서 처음 타 본 청룡 열차. 두 번 다시는 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엄청 나게 무서웠음 ㅠㅠ). 그 무서웠던 마음은 사파리 관광에서 싹 씻겨나갔다. 지금까지 텔레비전으로만 보았던 사자, 호랑이, 곰을 실제로 직접 보니 엄청 신기하였다.

  동료들과 웃고 즐기는 사이 어느새 아쉬운 수련회가 끝나고 서울역 옆의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성프란시스대학 강의실 앞에서 헤어지고 나니 교수님과 동료들 그리고 자원 활동가 선생님들께 그동안 너무 죄송했다는 마음만 들었다. 그전에 제대로 수업을 듣지 못하거나 잘못했던 나의 행동이 뉘우쳐졌다.

  6기 인문학이 끝나고 새로 들어오신 7기 인문학 선생님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면, 우리 때 보다 더 열정이 많은 것 같다. 하고자 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 요즘 자주 강의실을 가다 보면 7기 선생님들이 오셔서 책을 보면서 공부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우리 때는 거의 낮시간에는 동기들 보기가 힘들었는데.....그 모습 때문에 요즘 내가 전보다 더 책을 많이 보는 것 같다.
  나는 반성과 각성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두 단어 모두 자기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책을 보니 내가 여태껏 알지 못했던 것, 느끼지 못했던 것,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나 자신도 모르게 변화시켜 주고 있다고 생각케 한다.

  우리 성프란시스 인문학 동문 선생님들, 그리고 축구팀 선생님들 그리고 이 책을 읽으시는 독자분들도 책을 많이 보시길 바란다. 책을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많은 것이 달라져 있다. 요즘 우리 축구팀이 슬럼프를 겪는 것 같다. 이럴 때 책을 보는 것이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꿈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꿈은 바라기만 하는 자에겐 오지 않는 것이다. 용기를 가지고 달리는 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 나는 인문학을 시작하기 전과 그 중간에는 꿈을 꾸지  못했다. 인문학이 끝난 지금에 와서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후회하고 있다.

  또! 동료를 사랑하시길 바란다. 그러면 그 동료들도 나를 사랑할 수 있다.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은 각자 다른 사연과 환경 그리고 성격 등 여러 다양한 요소를 지닌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과의 호흡을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여러 명이 하나의공동체로 형성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나 혼자가 아닌 우리를 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 모든 것들을 난 인문학과정을 졸업하고서야 절실하게 느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도 지나간 인문학 시절을 이번 7기 학생들을 통해서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본다. 지나간 6기 시절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지나간 과거나 추억을 한번쯤은 생각은 해보았으리라. 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보거나 후회도 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때론 나를 이해해 주는 동료에게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내기도 한다.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인문학을 하면서 여러 가지 갈등과 고민, 동료들과의 문제와 성프란시스대학 시절의 추억을 나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앞날을 위한 밑거름으로 생각하고 또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남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간다. 이세상은 절대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태어나는 순간 가장 먼저 엄마와 눈을 맞추게 된다. 엄마도 어쩌면 나와 다른 사람일수도 있다. 물론 같은 피를 물려받았지만. 그렇게 관계는 태어나면서 시작한다.

  인문학을 경험한 나 자신도 때로는 동료를 미워하기도 했다. 지금 와서는 그때 그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고 우리 동료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다른 기수의 우리 동문들도 좋아한다.

  인문학은 나와 다른 사람을 연결해주는 연결고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인연의 고리다. 그 고리가 중간에 끊어지지 않도록 더욱 단단히 걸어야한다. 인문학은 또 희망의 연결고리다.  절망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단단히 뭉친 고리다. 그 희망의 고리를 잘 잡고 놓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인문학은 손전등이다. 어둠에 휩싸인 내 앞을 환하게 밝혀주는 손전등이다. 그 전등을 떨어뜨리지 말아야 한다.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은 가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사실 나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낯설다. 어려서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17살 때 바다에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군 입대하기 전날에 돌아 가셨다. 형과 누나들은 서울에서 직장에 다녀서 나와 부모님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형제들과 함께 한 날들이 손에 꼽을 정도여서 다른 사람들같이 가족들 사이의 정은 없다시피 하다. 그런 면에서 성프란시스대학에서 함께 공부하고 졸업한 학생들은 나에게 가족이고 형제다. 성프란시스대학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각자가 내가 아닌 우리 가족이 되도록 더  큰 뜻을 품고 앞길을 헤쳐 나가는 그런 성프란시스대학인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우린 꿈이 있다.
우리에겐 희망이 있는 것이다.

작성자박한용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역사 담당  phyk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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