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건… 후울쩍 커가는 아들을 보며 > 지난 칼럼


엄마라는 건… 후울쩍 커가는 아들을 보며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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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8일 일요일, 중2 큰아들이 선배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간다면서 집을 나서더군요. 아직 중2밖에 안 된 아이가 점심을 밖에서 먹겠다고 외출한다는 말에 참 세상 많이 바뀌었구나 싶더라구요.

  친구와 만나서 놀 때 간식을 사먹는 정도는 몰라도 휴일에 일부러 밥을 사먹으러 나간다니 참 제멋대로다, 싶었어요. 특히 오늘은 일본의 ‘어머니의 날’인데(제가 너무 보수적인가요?) 말이죠.

  한국은 5월 8일이 어버이날이지만, 일본은 날짜는 지정되어 있지 않고, 5월의 2번째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 6월의 3번째 일요일을 ‘아버지의 날’로 하고 있어요. 올해는 같은 날짜였네요.

  제가 그 나이일 때도 제멋대로였던 것 같기는 하지만 엄마가 되어 보니 서운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식구들이 나간 후 혼자서 무료하게 집을 보다가 오후 4시가 넘으니 또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되네요.

  냉장고에는 아무 것도 없고 주부의 사명감에 어쩔 수 없이 시장을 보러 나갔어요. 아, 재미없다.

  40분 정도 걸렸을까, 집으로 돌아와 보니 큰아들이 문 잠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열쇠가 없어 못 들어갔구나, 많이 기다렸니?”

  “응, 2시간은 기다렸어요.”

  아이구, 거짓말.

  “자, 열쇠 여기있다. 어서 가져가.”

  그런데 아이는 싱글 웃으면서 작은 봉투를 하나 내미는 거예요.

  “뭐야?”

  “자아.”

  “어머, 케이크네. 엄마한테 주는 선물이야?”

  “가장 맛없는 걸로 샀어요.”

  “고마워, 정말 감동이다. 점심은 먹었니?”

  “네, 스파게티 먹고 왔어요.”

  아이는 전동휠체어에 실려 있던 슈퍼봉지를 묵묵히 집어 들더니 집으로 들어가더라구요. 엄마가 삐쳤던 거 알고 있었구나. 그래도 조금은 철이 들어가나 보네.

  참 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쥐뿔만하고 간사하지요? 헛 키웠다고 한숨만 나오던 아이가 작은 케이크 한쪽에 왜 이리 듬직하게 보이던지.

  제가 다니는 장애인단체 ‘파티파티’에 제 또래의 휠체어를 타는 뇌성마비 장애 여성이 있어요. 중2인 아들과 둘이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장애가 아주 심한 편이에요.

  몇 년 전 집에 가본 적이 있지만 장애인단체에 나와 있는 시간 이외에는 전부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지요. 생활 전반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은 말을 꺼낼 것도 없겠지만, 최근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아이에 관한 거라고 하네요.

  저도 사춘기 아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학교생활이나 친구 관계에 대하여 얼마만큼 잔소리를 해야 하는지 참으로 곤란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많거든요. 그런데 똑같은 나이의 아들을 둔 그 분은 언어장애까지 있고, 따로 살고 있는 아이의 아빠도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이니 그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요.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는 가끔 장애인단체 행사나 벚꽃놀이 때 아이들을 데리고 간 적도 있고 나이가 같은 두 아이가 서로 어울려 노는 장면도 있었습니다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이후에는 좀처럼 엄마 따라 나서는 일이 없으니까 만나는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 아이가 학교를 다니지 않고 집에만 있다는 거예요. 무조건 학교에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 성장기의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을 거부하는 일은 부모로서 정말 고민스러운 문제지요. 학교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아이가 안고 있는 고민이 무엇인지,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덩치도 엄마 이상 크고 기운도 더 센 아이를 말로도 힘으로도 당해내기가 어려우니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이에요. 엄마가 얼마나 고민스럽겠어요. 저도 같은 나이의 아들을 둔 입장으로 남 얘기가 아니더라구요.

  몇 차례 사무국장과 상의하는 내용을 들었는데요. 당장 아이에게 학교를 가라고만 강요할 수는 없으니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도록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더군요. 그리고 집에 혼자서 있는 것은 마음을 더 닫아버리기 쉽고, 엄마하고 부딪치기만 할 뿐이니 아이가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자고요. 그래서 하루 몇 시간씩 센터에 나와 아르바이트를 해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하기로 했답니다.

  작은 심부름이나 정리 등 처음부터 15세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들 속에서 조금씩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가며 작지만 자신의 손으로 용돈을 벌어보는 경험을 해보도록 하자고요.

  저로서는 아이가 그 제안을 받아들일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일주일 후 우연히 앞치마 차림을 하고 계단을 내려오는 아이와 만났답니다. 오래간만이었지만 얼굴을 알고 있었으니까, “안녕!” 인사를 건넸더니 가볍게 고개를 숙이면서 지나가더라구요.

  ‘정말 많이 컸구나, 어렸을 때 모습은 남아 있지만 거리에서 만나면 못 알아보겠네. 몸만큼 마음도 생각도 열심히 어른이 되려고 열심히 싸우고 있구나…. 우리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결혼과 출산이 줄어드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장애인들 중에는 결혼과 출산을 원하는 분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제시할 모범 답안이 있을 리는 없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 인류 역사의 시작과 더불어 누구나 다 겪어왔던 과정이라는 일반론이 아니라, 장애인 엄마, 아빠가 겪어내야 하는 육아의 어려움과 피로를 쏟아내고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개별적인 상황이 다 다르겠지만 참으로 무기력하고 속상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이 있을 텐데요. 장애가 있든 없든,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도 성장을 해간다는 인류불변의 법칙 앞에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많은 분들의 경험과 지혜가 공유되는 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성자변미양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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