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후 맞이하는 ‘원자력 폭탄 투하’날 > 대학생 기자단


동일본 대지진 후 맞이하는 ‘원자력 폭탄 투하’날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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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뉴스를 보니 국지성 폭우로 말미암아 큰 피해를 본 곳도 많고 더위도 심해 하루하루 벌어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진절머리가 쳐지는 날들이었다고 들었어요.

  일본에서도 큰 뉴스로 나올 정도여서 저도 걱정이 많이 되더군요. 몇 달 전 일본에 닥친 대지진과 쓰나미를 걱정해서 전화를 해주던 친구 얼굴을 떠올리며 전화를 걸어보니 다행히 주변 사람들은 별일 없었지만요.

  그런데 이런 기상이변이라고 불리던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것에 대해 우리도 당사자로서의 의식을 새롭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 우리들의 생활 방식과 바로 깊이 관계되고 있을 테니까 말이에요.

  이 여름 일본의 신문에 새롭게 만들어진 코너가 ‘오늘의 전력소비 예상도’라는 거예요.

  3월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부터 벌써 5개월이 지나는 가운데 미야기, 이와테 지방의 지진 피해에 대한 수습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후쿠시마 지방 원자력발전소의 수소폭발 등 방사능 문제에 대한 사고처리는 좀처럼 그 수습 방안이 잡히지 않고 있어 정말 문제가 심각하지요.

  여러분도 충분히 추측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세계에서 원자력발전소의 설치와 운영이 가장 안전하다는 ‘신화’가 예상치 못한 대지진과 쓰나미 때문에 뿌리째 흔들려 버렸으니까요.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사고에 대한 처리 매뉴얼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 정해진 매뉴얼대로 움직이며 대응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일본 사람들이 어쩔 줄을 모르는 거지요.

  그래서 전국의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고, 전력의 30%를 제공하고 있던 원자력발전소가 멈춤으로 인해 그 전력을 기본 전제로 가동해 왔던 공업, 상업 등의 산업구조가 이대로는 유지될 수 없다는 근본적 문제가 제시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 여름의 가장 큰 키워드는 ‘절전’이라는 용어가 되고 말았지요.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문제의 심각함은 생활의 쾌락도를 제한하는 절전만이 아닙니다. 방사선의 오염문제가 피난지역으로 설정된 후쿠시마발전소 반경 30㎞를 벗어난 많은 지역으로까지 그 문제가 미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표시한 선으로 막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에요.

  얼마 전 소량이기는 하지만 방사선에 오염된 목초를 먹인 소고기가 전국적으로 유포되었다는 문제가 밝혀져 생활의 가장 중심이 되는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요.

  사고 발생 당시와 비교하면 방사선의 양은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방사선에 따라 소멸하는 기간이 몇십 년에서 몇백 년이나 걸리는 것도 있고, 그 최후 처리에 대한 방안은 세계 어디에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안이니까 오염 지역의 오염물 제거 방안, 처치 후 방사선 오염물질의 처치 방안 등 앞으로 수십 년을 걸쳐 감당해 나가야 하는 무거운 숙제가 그 엄청난 비용과 더불어 일본을 짓누르고 있는 거지요.

  정말 모른척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저도 이 일본 땅에 사는 한 사람이니까요.

  사실 일본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원자력 폭탄이 투하된 나라잖아요. 우리나라가 일본의 압제 아래 많은 고통을 입고 있던 식민지로부터 해방을 맞이한 8월15일이지만, 1945년8월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유사 이래 찾아볼 수 없는 무시무시한 핵무기가 투하되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시민이 원폭의 피해자가 된 거지요.

  저도 일본에 오기 전에는 잘 몰랐습니다만, 당시 희생된 사람만도 12만 명이 넘고, 원폭에 의해 평생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피해자들의 숫자도 엄청납니다.

  그 피해에 대해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지만, 원폭의 열풍에 의한 화상, 몇 년 후 방사선에 의해 발생한 백혈병과 각종 질병, 엄마가 방사선에 노출됨으로 인해 뱃속의 태아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출생 후 소두증이라는 장애를 갖게 되고, 뇌의 발육이 지연되거나 신체의 발육이 지연되고, 성인이 되기 전에 사망하게 됐다고 해요.

  눈에 보이는 이러한 고통에 더해 피폭자들이 입은 정신적인 고통도 말할 것이 없었지요. 원폭으로 말미암은 PTSD(심적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은 것도 물론이지만, 그 외에도 원폭 수기 등을 통해서 보면 피폭자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살리지 못하고 자기만 살아남았다는 죄의식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또한, 원자력 폭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미 군정에 의한 보도 통제로 원폭, 방사능, 방사선에 대한 정보부족 탓에 일본 국민 사이에 ‘방사선을 전염시키는 존재’라는 잘못된 ‘피폭자 차별’이 생겼으며, 원폭 화상으로 말미암은 외모에 대한 차별, 원폭 지역 출신자라는 것만으로도 차별을 받게 되어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과 출신지를 속이면서 살게 되는 이중삼중의 고통에 시달렸다고 해요.

  이러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인식되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간 수많은 원폭 피해자들은 차별과 고통 속에 놓여 있었으며, 현재에도 피폭자의 1~3%가 PTSD를 갖고 있으며, 부분적인 증상까지 포함하면 4~8%의 사람들이 PTSD에 시달리며 살고 있는데 그 주요인은 방사선에 의한 불안과 차별받았던 건 경험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3월11일, 일본에서 원전사고가 나기 전까지 우리는 현재 우리의 소비중심 생활을 유지해 주는 원자력발전소의 유용한 측면만 보며, 그 사후처리나 책임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 외면해 왔던 부분이 큰 것 같아요.

  하지만 66년이 지난 현재에도 보이지 않는 방사능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피폭자들이 살아 증언하고 있으며, 인간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원자력발전소의 이익을 의심 없이 누리고 있는 현대의 우리에게 원자력의 이용에 대한 책임을 다시 한 번 묻고 있는 것 같아요.

  원전사고로 말미암아 한순간에 삶 터를 잃고 한숨짓고 있는 피난자들과 그 주변 지역 사람들이 악성 루머에 의해 다시 편견과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일 것이며, 현재 눈에 보이는 편리함과 경제적 이익으로만 평가의 잣대를 재지 않도록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겠어요.

  멀리 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일본에서 겪고 있는 경험을 지혜롭게 참고하도록요.

 

작성자변미양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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