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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의 의미

[최원대의 감성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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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이메일 계정을 처음 만든 때가 스무 살. 지금의 ‘Daum’이 ‘한메일’로 인지도를 쌓아가던 무렵이었다. 인터넷보다 ‘PC 통신’이 아직은 더 익숙하던 시절. 그조차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친구들이 더 많았다.

  기괴한 연결 음과 함께 전화선을 타고 접속을 하면 사진 한 장만 해도 다운로드에 1분이 넘게 걸렸다. 음악이라도 몇 곡 받을라치면 다음 달 전화 요금부터 걱정되곤 했다.

  흔히 ‘세상 좋아졌다’는 말을 한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한적한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놓고 친구들과 메신저로 잡담을 주고받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와이파이도 뜨지 않는 후진 카페라고 투덜대지만 걱정 없다. 핫스팟 기능은 스마트폰을 모뎀 삼아 인터넷을 사용 가능하게 해주는 기능이다. 엄청난 전화요금에 머리를 쥐어박히던 스무 살의 나는 지금의 이 모습을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정말이지 편리하다 못해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따금 기술의 발전이 꼭 인간의 발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핸드폰을 쓰기 시작하면서 좀처럼 전화번호 외울 일이 없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몇몇 중요한 숫자 외에는 부모님의 전화번호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숫자 망각증은 그렇다고 치자. 지하철을 타면 죄다 고개를 파묻고 겨우 손바닥만 한 액정만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작은 기계 하나가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물론 나 역시 어쩔 도리 없는 그들 중의 한 사람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구식 핸드폰을 쓰다가 마지못해 스마트폰 유저가 됐다. 필요에 의해서라고 하지만 스스로 스마트하지 못하다는 자기 불안감이 아마 더 컸을 것이다. 남들처럼 대세를 따르지 않으면 뭔가 뒤처지는 듯한 그런 불안감.

  그래, 다 좋다. 기술의 발전도 좋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생활의 편리도 좋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각종 기능은 얼마나 편리한가 말이다. 문제는 우리 인간도 그렇게 발전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기계가 발전한다고 해서 인간이 발전한 것은 아니다. 물론, 그것을 직접 만들긴 했지만 그것이 과연 인간의 발전이라 할 수 있을까? ‘발전’은 ‘더 낫고 좋은 상태나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감’을 의미하는데, 우리의 생활은 어찌 점점 더 고립되고, 외롭고, 불안해져만 가지 않나. ‘우리’라는 말조차 작은, 점점 더 작은 ‘나’로 쪼개져만 가는 세태다.

  서로 눈 마주치지 않기 위해 애쓰며 손바닥 위 액정화면만 보며 세상과 소통하는 현대인. 심지어 앞에 누구를 앉혀놓고도 불안해 자꾸 핸드폰에 신경이 가는 스마트한(?) 현대인.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은 점점 여유롭고 편안해져야 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점점 더 바삐 쫓기기만 하는 삶. 그럼에도 이 세상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아니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다들 그렇다고 한다.

  ‘발전’의 의미가 모호해지는 요즘이다.

작성자글/최원대 칼럼니스트, 그림/아티스트 설레다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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