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의 몇 가지 단상 > 지난 칼럼


여름휴가의 몇 가지 단상

[최명숙의 소중한 삶을 사는 벗들을 위한 단상]

본문

  올해 휴가는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울산의 통도사에서 하루 묵고, 서산마애삼존불과 보원사지 유적을 하루 여행으로 다녀왔으며, 연례행사처럼 방학이면 12일 여행을 함께 갔던 조카들에게 올해는 함께 가주지 못하고 영화만 보여주었다.

  그리고 개인시집을 낼 계획으로 작품정리, 출판사, 책 제목 등을 결정하고, 뇌성마비 부자가 주인공인 영화시나리오 초안도 볼 기회가 있었다. 그야말로 바쁘다면 바쁜 일주일이었지만 다른 여름휴가보다 의미 있는 주였다.

  12일 통도사 여행은 울산의 몇 군데를 돌아보고 산사에서의 하루를 묵는 여유를 누리고자 하는 여유이기도 하다. 햇살이 비치는 날보다 비가 오는 날이 많았던 여름 날씨여서 서울을 떠나면서 혹시 비가 오면 어떨까 걱정을 했지만 여행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구름이 이내 햇살에 하늘을 내주기가 아쉬웠는지 소나기가 5분마다 몇 차례 지나가고 더위도 한풀 꺾였다.

  사찰도 몇 년 전과는 달라 장애인에 대한 편의 시설이 갖추어지고 휠체어 비치, 안내를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배려도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오래된 사찰들은 전각마다 국보로부터 지방유형문화재까지 다양한 문화재로 지정된 것들이 많아 편의시설 설치가 미흡한 곳도 있긴 했다. 문화재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는 문화재 보호와 편의시설 설치가 상충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편의시설 연구가 좀 더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인 듯하다.

  두 번째 휴가 일정이었던 조카와의 극장나들이에서 있었던 일이다. 영화의 시작을 기다리며 4학년짜리 조카가 물었다. 말하는 조카의 태도로 보아 그 물음을 하기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망설인 모양이었다. 이제야 나의 뇌성마비 장애가 보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이모, 이모도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면 기분이 나쁘지요? 나는 사람들이 이모를 쳐다보면 속상해요.”

  “아 그랬구나, 윤희가 이모 때문에 속상했구나. 이모도 사람들이 쳐다보면 기분이 좋진 않지만, 이모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이유는 여러 가지일 거야. 장애를 가지고 살기가 어렵겠다고 측은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윤희와 무슨 사이일까 궁금해하기도 하고 혹은 TV에서 본 상식으로 이모의 직업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아마도 이모가 장애인이라고 해서 무시하는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야.”

  “.”

  “윤희가 학교에서 특수학급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 한마음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그럴 거야.”

  조카는 극장에서 나눈 나와의 대화를 일기장에 길게 썼다고 한다. 조카가 자연스럽게 이모의 장애를 이해해가듯이 우리 사회도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가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요사이도 더러는 가슴이 아픈 것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제도적으로나, 장애 특성상으로 개선되지 않는 일들이나, 장애 간의 편견 격차 등등 고쳐지지 않은 일들로 가슴이 아프다. 조카는 우리 이모 아프지 말고 언제나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적었다고 하던데……. 사람들의 마음이 편견이 가득한 사람보다는 조카의 마음과 같은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선을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삶은 감사하다. 시인으로,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일상은 보람이기도 하다.

  9월이면 한국뇌성마비복지회에서 근무 한 지 만 20년이 된다. 20년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기쁜 일과 슬픈 일, 기억에 남는 사연들이 많다. 그 속에서 얼굴에 주름이 늘고 성숙해진 것이다. 갖가지 사연들로 나를 성숙시킨 사람들에게 참 감사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선물할 작은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 휴가기간에 여행지로 가는 기차 안에서 작품을 살피고 출판사를 정하고 책 제목을 정하는 과정은 큰 즐거움이었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9월이 깊어갈 무렵 이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시집 한권 선물로 드리는 꿈을 미리 꾸어본다.

 

작성자최명숙 (시인, 뇌성마비복지회 기획홍보팀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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