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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그리고 프러포즈

[최명숙의 소중한 삶을 사는 벗들을 위한 단상]

본문

  나는 항상 짝사랑을 하며 산다. 수시로 프러포즈를 하기도 한다.

  그 짝사랑과 프러포즈의 대상은 한두 명이 아니고 참으로 많다.

  또한 지위의 높고 낮음, 멀고 가까움의 경계를 그을 수 없는 사랑이다.

  서비스를 기다리는 뇌성마비인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눔으로 실천하는 자원봉사원들과 후원회원들, 서로 몸 부딪치며 일하는 동료, 보도자료를 들고 만나는 언론사 기자들 등 만나는 사람 모두가 짝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홍보담당자로서 겪어야 하는 짝사랑의 가슴앓이는 더욱 커서 프러포즈를 하고 난 후, 돌아오는 반응에 따라 커다란 만족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상처가 되고 오점이 되는 때도 있다.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고, 같은 꽃이라도 작년에 피웠던 꽃과 올해 핀 꽃이 다르듯이 대상들도 늘 바뀌기에 항상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기자나 방송작가 중 어느 매체 누구에게 우리 뇌성마비인 들이 이런 뜻깊고 좋은 일을 하니 관심을 둬 달라고 프러포즈해야 하는지를 놓고 하는 고민은 그때마다 새롭게 하게 된다. 사업에 따라 어느 언론 어느 부서의 누구에게 눈빛을 보내야 할지를 결정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눈빛을 맞추었더라도 얼마나 다가와 줄지는 미지수, 그래서 가슴앓이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가슴앓이를 앓고 난 후, 좋은 만남으로 인연을 맺게 되면 그 관계는 오래갈 수 있다. 기관의 사업을 직접 취재하여 기사화하지 않더라도 알게 모르게 후원회원이 되어 주거나 입소문으로 후배 기자나 아는 이에게 좋은 단체로 소개를 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만남에는 맡은 일에 자신이 있어야 하고 겸손하고 진실한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보도자료 내용이 아주 하찮은 기삿거리라도 진실과 겸손으로 전달한다면 많은 기자 중에 꼭 한 명쯤은 마음을 열어주는 이가 있다. 만약 그렇게 열어주는 이가 나타난다면 언론매체의 인지도를 떠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자들과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그들에게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깨닫고 배우는 일도 있다.

  언젠가 H 신문 기자와 온라인상에서 인생에서 가장 긴 여행에 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기자가 인생에서 가장 긴 여행이 어떤 것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어오기에 나의 마음과 의지를 찾아가는 길인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세상에 정답이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고집스럽고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합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게 인생에서 가장 긴 여행이라고 하더군요. 냉철한 머리(이성)에서 따뜻한 가슴(감성 혹은 감정)까지 가기가 그리도 어려워 보이긴 합니다. 추기경께서 언젠가 하신 말씀이지요. 많은 이들은 머리에서 어깨나 목 정도까지 가고 인생을 멈추는 경우가 흔할 것 같아요라고 다시 대답이 왔다.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따뜻한 가슴에 제일 가까이 다다르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돌아온 대답은 내 가슴 속에서 잔잔한 감동으로 변해서 긍정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였고 나의 프러포즈에 대한 기분 좋은 응대를 받은 것 같아 오후 내내 즐거웠다.

 

또 한 번은 이미 나가버린 기사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면서 업무에 임하는 자세를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던 일이 있다.

  유행가 중에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찍으면 도로 남이라고 하는 노랫말이 있다.

  이 노랫말은 남녀의 이별을 노래한 것이지만 기사를 쓰는 기자에게, 보도자료를 작성해야 하는 홍보담당자에게 글자 한 자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회장실이 화장실로, 철도청이 절도청으로, 신분이 신문으로, 세계화가 체계화로 되는 경우처럼 점 하나가 엄청난 뜻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기사나 보도자료를 작성하면서 점하나를 잘못 찍거나 좌판 하나를 잘못 치는 작은 실수가 큰 사건을 불러올 수 있고, 한 기관의 이미지에도 심한 손상을 줄 수 있는 일이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 실제 있었던 신문기사 이야기다.

  그 시절은 문선공이 납 활자를 일일이 뽑아 조판작업을 하던 시절이었다. 어떤 일간지에서 대통령(大統領)을 견통령(犬統領)으로 인쇄하는 바람에 편집간부들이 줄줄이 혼쭐이 나고 급기야는 사장까지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그 뒤로는 ○○○ 大統領여섯 활자를 아예 묶어놓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 비화는 기자들뿐만 아니라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기관의 소식지를 만드는 사람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고, 꼭 명심해야 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전체적인 숲을 바라보면서 숲을 이루는 개개의 나무를 바라보는 세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 기관의 홍보담당자로서 너무 큰 것을 바라지 말고, 너무 큰 것을 얻으려 신의와 도리를 저버려서도 아니 됨을 꼭 기억하여야 할 것이다.

 

작성자최명숙 (시인, 뇌성마비복지회 기획홍보팀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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