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 체험 잘했어? 그럼 다시 시설로 가!” > 지난 칼럼


“자립생활 체험 잘했어? 그럼 다시 시설로 가!”

[여준민의 탈시설 이야기]

본문

주거복지사업?

2010년부터 시작된 장애인주거복지사업.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이 자립생활을 희망하면 면담을 하고, 선정을 하고, 직접 집을 구해 살아가는 일련의 활동들이 올해 12월이면 계약에 따라 종료된다. 이 주거복지사업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3년 지원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을 포함해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단체들로 구성,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설에서 나와 자립을 희망하는 장애인들을 상담하는 것부터 시작해, 집을 구하고 살림살이를 장만하고, 관계망 형성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지원해왔다.

아직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과 제도가 구축되지 않은 시점이라 이 ‘주거복지사업’은 맨땅에 헤딩하듯, 그야말로 활동가들이 발로 뛰어 만들었다.

실제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오는 과정을 자세히 경험하고 지역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통해 제도적 보완책 등을 생산해내기 위함이다.

시설에서 나와 자립을 희망하는 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을 때 신청을 받고, 신청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정되면 이 주거복지사업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자립생활을 하는 사람은 총 17명이다.

‘에게? 겨우 17명?’ 많지 않은 숫자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국에 흩어져 있는 시설을 찾아가고, 몇 차례에 걸쳐 면담하고, 집을 구하고, 주소지 이전을 하고 기초수급대상자 신청을 하고, 장애재심사를 받아 활동보조인 시간을 배정받고, 학교에 다닐 것인지, 야학을 다닐 것인지, 병원은 어딜 다닐 것인지, 하루 일상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것인지, 그 모든 관계망 형성과 일상이 이 주거복지사업의 일들이다. 그러니 17명이 적으면 적다 할 수 있지만, 적은 예산과 활동가 몇 명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했을 때, 이 사업은 실험적이고 풍성하며, 집중도가 높고 짬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일을 동반한다. 그 이유는 바로 사람살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거복지사업은 어떻게?

시설에 계신 분들을 상담할 때는 시설 측에서 반대하거나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며, 탈시설을 희망하는 거주인에게 협박(?)과 회유를 일삼기도 한다. 상담하는 활동가들에게 “걔네가 뭘 알겠어요?” “자립이요? 그게 가능해요?” “어휴~ 해볼 수 있으면 해봐요” “사회는 너무 위험해요. 여기가 안전한 곳이죠. 나가면 더 힘들어질 뿐이에요”라며 주저 없이 무능력하다고 말한다. 사람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는 그 용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들은 무슨 권리로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 평가만 일삼는 걸까? 도무지 사람에 대한 예의와 조심스러움이란 보이지 않는다. 

진심 어린 걱정인지, 아니면 장애가 심하면 ‘자립’이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가졌는지, 여하튼 시설 종사자와 운영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함께 자립을 고민하고 지원해주기는커녕, 기대와 희망에 초를 치기 일쑤였다.

첫 단계인 상담부터 어기적거리니 주거복지사업은 숨을 고르고 고르며 가야 한다. 자기 인생의 선택을 눈앞에 두고 사람이 받는 번뇌와 고통, 힘겨움, 상처, 설렘, 방황 그리고 존재감에 대한 새로운 인식.

새로운 출발에 모두 기쁘게 지지하고 연대하면서 갈 수는 없을까?

 

나에게 집을 달라!

지난 12월 7일 ‘서울시 탈시설 장애인 주거권 대책’을 촉구하면서 기자회견을 진행했었다. 무려 50명이 넘는 휠체어 군단이 참여해서 기자회견인지 집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는 현안 중의 현안이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시 산하 서울복지재단에 ‘장애인전환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하면서 탈시설지원정책을 만들었다. 2008년 마로니에의 8인이 한 달 넘게 천막노숙투쟁을 진행하면서, 집을 달라 요구한 후, 시설이 아닌 자립생활을 선택한 이들에게 조금씩 기회를 주고자 마련되었다. 서울시는 아직 공적인 체계 속에 탈시설 지원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 산하 출연기관에서 수행하는 탈시설 지원정책은 법, 제도와는 상관없기 때문이다.

주거복지사업이 올해 12월에 만료가 되면서, 현재 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내던 17명의 탈시설-자립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이제 갈 곳이 없다. 가족관계도, 수중에 가진 돈도 없으니, 서울이란 이 비싼 집값 구조의 도시에서 내몰리게 된 것이다. 게다가 대상자가 서울시 관할 생활시설 거주인으로 한정되어 있어, 서울지역으로 탈시설한 장애인은, 다른 지역 생활시설거주인들은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있는 지원체계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모금회 주거복지사업으로 자립생활을 하는 17명 중 50% 넘게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주거복지사업 당사자들은 ‘서울시탈시설장애인주거권쟁취애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서울시에서 체험홈과 자립생활가정의 입주자격을 확대한다면 시설에서 자립생활을 원하는 더 많은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살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추운 겨울, 연말이라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그 여유와 즐거움을 느낄 새도 없이 다시 거리로 나온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백 마디 설명보다 더 가슴을 후벼 파는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님께 바랍니다 >

마음의 보금자리가 필요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은평재활원에 23년 동안 살다가 2년 전에 자립한 32살의 신진수입니다.
저는 시설에서 독립하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시설에 있으면 마음대로 못하고 뭘 하든지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싫어서 자립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2010년 10월 27일 중랑구에서 주거복지 사업을 통해 집을 지원받아 자립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수급자입니다. 지금의 수급비만으로 생활하기가 빠듯해 돈을 모으지 못했습니다. 걱정은 지금 지원받고 있는 것이 올해까지라는 것입니다.
저는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싶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엔 아무나 살 수 있게 해주세요.
국가가 정한 엄격한 기준에 맞는 사람만 선택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대궐 같은 80~90평 아파트보다 내 마음의 보금자리 15평이 더 행복한 따뜻함이 있기에 저에게 저만의 공간을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꼭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 신진수 올림


집이 너무 그립습니다

   
 
저는 시설에서 나온 지 벌써 1년 6개월이나 지났습니다. 시설은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제 미래도 불투명하고, 가족은 없고, 아파도 내 몸 하나 제대로 쉴 곳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집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저는 시설에서 30년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와 보니 경제적으로 집값이랑 물가는 하늘을 치솟는데 집 하나 얻을 돈조차 없다는 점이 힘들었습니다. 지금 사는 집도 제가 있던 시설이 관악구로 본적이 되어 있는 까닭에 자립과정으로 관악구청에서 도와집도 제가장 싼 보증금으로 2년 계약으로 사는 중입니다. 그런데 오는 5월 14일이면 이 집도 비워줘야 합니다. 서울시장님 저는 집이 꼭 필요한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한번 돌아봐 주시고 방도를 좀 생각해 주십시오. 이러다가 저 같은 처지에 있는 장애인들 집단으로 죽을 것 같습니다.
서울시장님께 서투른 글이지만 이렇게 몇 자 적어 올립니다. 어려움에 부닥친 저와 저희 모두를 봐주시고요. 방도를 꼭 좀 부탁합니다.
“하느님! 오늘도 당신께 매달리는 저희 자녀를 돌아보시고 도와주십시오.” 매일 잠들기 전 이렇게 간절히 요구합니다.

- 김미경 올림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서울시를 바라며

   
 
안녕하십니까?
추운 겨울,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관심을 둬주셔서 감사드리며 시장님께 거는 기대가 큽니다. 저는 가평 꽃동네라는 생활시설에서 8년간 살다가 2010년 11월에 서울 송파구로 자립하러 나온 전신마비장애인 송용헌입니다.
지금 사는 집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이라는 단체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주거복지사업으로 후원을 받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주거복지사업이 올해 11월이면 종료되므로 앞으로 11개월 후면 지금 사는 집을 비워주어야 합니다.
저는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책임지며 사는 것이 한 인간으로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며 자립생활 하는 데 있어서 주거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와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으로 지역 사회로 자립하러 나온 중증장애인들이 18명가량 됩니다. 이분들이 다 저와 같은 처지이므로 시장님께서 정책적으로 해결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서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서울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송용헌 올림

 

저희에게 주거 공간을 주세요

   
 
저는 중랑구에 사는 김동필입니다.
저는 30년 동안 시설에 살다가 3년 전에 자립하고 싶은데 아는 분도 없고, 집이나 활동 보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생각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2010년 4월에 센터에서 주거복지사업을 알리기 위해 제가 있던 시설에 왔습니다. 다행히 체험 프로그램이 통해 제가 선정 돼서 자립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올해 연말에 끝났을 때 선정된 17명의 주거가 제일 문제입니다.
저희에게 주거 공간을 주세요.
시설 선생님들은 저에게 “시설에 있으면 편하고 따뜻하고 먹을 것을 주고 재워 준다. 여기 있는 게 행복이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저에게 “너는 왜 자립을 하느냐”고 “이게 행복인 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시설에 계시는 선생님이 하는 말이 맞아요. 하지만 제 자유가 없었어요.
저에게 앞으로 주거를 제공해 주시면 제 방도 꾸미고 활동 보조인하고 컴퓨터로 일도 하면서 살고 싶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김동필 올림
 

작성자여준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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