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가서 싸울 비례대표 아니면 관둬라 > 지난 칼럼


국회 가서 싸울 비례대표 아니면 관둬라

[편집장 칼럼]

본문

돌아보면 18대 국회에서 그나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장애인 관련법은 장애인연금법과,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제도 법 제정이었다. 주관적인 판단이고, 열악한 실정에 놓여 있는 장애인 현실을 고려했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장애인연금법은 법이 제정됐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비록 지금은 빈곤 장애인들이 껌 값 15만원의 연금밖에 받지 못하지만, 어쨌든 이 법으로 장애 소득보장이라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미래가 기대되는 법이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제도는 지적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중증장애인들의 노동권 확보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최근 장애계 한 켠에서 이 법의 근간을 흔들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고, 또 제도가 안착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제도 시행으로 중증장애인들이 작업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 자체를 고무적인 일로 평가하고 싶다.

MB 정권 4년을 평가하듯 국회 4년을 돌아보면, 장애인의 실질적인 삶과 대비해 봤을 때, 이 두 법 말고는 솔직히 떠오르는 법이 없다.

18대 국회에서 중증장애인 활동지원법도 제정됐지만, 이 제도는 전 정부에서 틀이 잡히고 시행됐던 제도이기 때문에 18대 국회가 한 일이라고 보기에는 빛이 바랜다. 

이렇게 개략적으로 평가해 놓고 보면, 객관적으로 봤을 때, 또 장애인 입장에서 봤을 때,  18대 국회에 장애인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여럿 있었던 것 치고는 장애인들이 매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아무튼 그렇게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이제 벚꽃이 반짝 활짝 피었다 지듯 다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장애계에서는 겉으로는 장애인 단체들이 모여 총선연대를 꾸리는 등 움직임이 바쁘고, 물밑에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단체장들과 소위 이름 값 하는 장애인들의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

장애인 중 누가 다가오는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할지는 지금 시점에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뚜껑을 열어봐야 실체가 드러날 터이다. 다만 정치판을 닮아 장애계에서도 어느 단체장 혹은 어느 장애인이 비례대표로 유력하다는 등의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쏟아지는 하마평에 비해 과연 어떤 자격을 갖춘 장애인이 차후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거의 없다.   

원칙적으로, 또 이게 정답이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국회 비례대표는 계층과 계급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자리다. 이 말은 장애인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려면 무엇보다 장애인들이 놓여 있는 처지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이 비례대표가 돼서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장애인 현실은 대다수 장애인들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고 있고, 직업 등의 삶의 수단이 없어 빈곤의 나락에서 고통 받고 있다. 삶에 대한 어떤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장애인들이 놓여 있는 현실이다. 

장애들의 이런 열악한 현실을 감안하면, 그러면 마땅히 장애 비례대표가 되려는 사람은 열악한 삶을 살고 있는 당사자 상징성을 갖고 있는 장애인이 국회에 가던지, 아니면 최소한 이런 열악한 현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가슴 속 뜨거운 분노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이 국회에 가야 한다.

장애인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자격을 놓고, 전문성을 따지고, 단체장 경력을 따진들 모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장애인 비례대표 의원의 지상명제는 누가 뭐라 해도 열악한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장애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그 무엇이 됐든 장애인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다가 또 싸우다가 쓰러져서 들것에 실려 나올 사람만이 진정한 장애인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자격이 있는 것이다. 

18대 국회에서 너무 점잖은 장애인 국회의원들을 목격했다. 그 자리가 체면을 따지고, 의원님 대접을 받기 위한 자리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싸우기 싫으면 애당초 국회에 가지 말아야 한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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