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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의 눈]금밥 똥밥

우리는 밥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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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일본식당 아리아께가 3월 한달간 봄 특선 정식을 선보인다. 전복조림, 훈제연어초밥, 생선회, 가루비조개, 굴튀김으로 구성된 메뉴의 가격은 2만원,서교 뷔페식당, 스카이부페는 식단을 보강, 즉석 암소갈비살구이, 상어지느러미스프, 호박죽, 쇠꼬리찜, 달팽이, 팬케잌 등을 선보인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단 한번도 맛보지 못할 이름조차 낯선 음식들이 우리 주위에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쪽에서는 점심시간에 남몰래 교실을 빠져나가 수돗물만 벌컥벌컥 들이키고 양지 바른 곳에 쪼그리고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수만의 어린이가 매일 아침 도시락 없는 책가방을 둘러메고 지옥같은 학교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마치 동전의 양쪽면처럼, 빛과 그림자처럼 한족의 주체할 수 없는 풍요로움과 맞물려 돌아가는 다른 한쪽의 절대적 빈곤은 이제 같은 당위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서로 공유할 수 없다는 그리고 한 쪽이 독자치하고 잇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풍요로움이 결국은 다른 한쪽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댓가를 가로채서 이룩된 것이라는 적대감과 분노로 소리없이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얼마전에는 서울 구치소에서"옥중투쟁위원회"가 제소자 3천여명의 "건강실태와 진료 문제점 및 개선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해 충격을 준 바 있다. 문규현신부등 양심수로 구성된 조사반 60여명이 식사시간이나 운동시간에 교도관 모르게 잠깐씩 만나 수집한 이 보고서에 의하면 재소자가 4천여명이 넘는 서울 구치소에 항시 근무하는 의시가 단 1명뿐이고, "일주일전 관절염 약으로 받은 것은 사실 축농증약이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높고 두터운 담안에서 벌어지는 이런 비인도적인 처사가 교도소가 구치소에서만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는 지난해 몇몇 장애우 수용시설에서 일어난 어린 아이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있다. 이들 일부 복지시설의 가면을 쓴 수용소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과 탈법적 운영은 이미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인하고 비참하며 또한 뿌리깊고 조직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일부 수용시설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전체시설 운영비의 80%에 이르는 정부보조금을 횡령해 당연히 원생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피복비, 부식비, 복지미 대신 맨발에 헤진 옷, 그리고 짬밥에 소금국으로 결국은 이들 원생들을 서서히 죽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를 감독해야 할 일부 관계공무원들은 정부보조금의 10%정도의 뇌물을 정기적으로 상납받으며 오히려 이들을 비호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한마디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썩어빠진 상태로 도저히 더 이상 내팽개 쳐 둘 수 없는 극한적인 파행성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원생 1인당 의약품 국고보조비가 한해에 단돈 천 6백5십원밖에 안된다거나, 원장이 어린 원생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아 성폭행을 가했다든지 하는 일을 우리는 정말 몰라서 가만히 있었던 것인가. 아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체념하고, 방관하고, 외면하는 것이다. 혼자서 아무리 분노해 보아도, 혼자서 아무리 땅을 쳐보아도 되지 않기 때문에 아니 오히려 전혀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로만 여겨서 그저 그렇게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과 파출부로 맞벌이 하던 부부가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을 방에 다 가두고 자물쇠로 채워 불이나도 대피하지 못하고 끝내 타 죽어도 어느 누구 하나 눈 깜짝하지 않는 세상. 우리는 참으로 소름끼치는 끔찍한 세상에서 내 한목숨, 내 가족의 안전만 보장되기를 전전긍긍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바로 보지 못하는 개인적, 가족적 이기주의로 치달아 사태를 개선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러한 인권 폭력은 그 뿌리가 사회구조적 모순에 있으므로  단순히 눈에 보이는 몇몇 비리를 폭로하고, 몇사람을 잡아 넣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모순된 사회구조를 바로 잡는 근본적인 개혁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개별적인 비위나 비리를 척결해야 제2, 제3의 범죄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전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에서 21명의 선원을 구하고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함께한 어느 선장의 소식을 들으면서 눈시울을 붉힌 일이 있다. 사상최초의 어민장이라는 거창한 장례식에는 각계 고위 인사들이 보낸 꽃다발이 마치 잔치집같이 널려있었지만 살아 돌아온 선원들의 표정은 무겁고, 분노에 차 있었다. "그놈의 구명보트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선장님은 돌아가시지 않아도 됐을텐데…" 눈시울을 붉히는 주름진 그들은 망가진 구명보트에 선명하게 찍혀있던 "검사필"도장이 떠오를 때마다 몸서리를 치게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내가 탈 것도 아니니까."………


어두운 밤바다에서, 두텁고 높은 담안쪽 교도소에서,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수 많은 장애우 수용시설에서 그리고 아이를 타죽도록 만든 도시빈민의 비참한 삶까지 우리 사회 모든 부분에 걸쳐 철저하게 자행되는 이 인권말살의 폭력앞에 우리가 숨 죽이고 고개를 떨어 뜨릴 때 우리는 더 이상 살아있으면서도 산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전 세계 정치범의 인권유린 방지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국제사면위원회』에서는 유신때에 뒤이어 또다시 한국을 "1990년 인권 개선을 위한 제1차 지명국"으로 선정해 우리의 얼굴을 들지 못하게 했다. "대한민국에 양심수란 단 한 명도 없다"고 호언하는 대통령과 제일 먼저 인권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외부의 엇갈린 평가는 단지 시각 차이에서 오는 단순한 것인가 아니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올해 예산을 살펴보면 수용시설의 경우 하루 주식이 7백 42원, 부식이 5백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하루에 천2백 42원. 정부에는 지금 국민의 혈세를 걷어서 쓰고 남은 돈이 몇 조원이나 남아돌고 있다. 끝내 이 모든 것들을 외면한다면 ……… 빼앗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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