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과 컵 "이렇게 간단한 것도 보조기구?"③ > 대학생 기자단


그릇과 컵 "이렇게 간단한 것도 보조기구?"③

[남세현의 보조공학 이야기]

본문

지난 회에서는 사소하게 표현하면 수저 몇 가지에 대해서, 그러나 거창하게 말하자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보조기구들을 찾아봤다.

이번 회에서는 수저와 짝을 이뤄 좀 더 품격 있는 식사를 도울 수 있는 몇 가지 그릇과 컵을 살펴보고자 한다.

살아있는 동물을 잡아먹겠다고 쫓아가면 사력을 다해 도망가는 것이 일반적인 이치다. 그런데 이미 요리된 밥과 반찬을 향해 숟가락을 들이댔더니 마치 살아 있는 동물처럼 그릇을 타고 도망을 다닌다면, 이것은 순리에 맞지 않는다.

한 손으로 식사를 해야 하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종종 이렇게 순리에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 손 사용자를 위한 몇 가지 종류의 그릇들이 있다.

   
▲ 흡착그릇
바로 흡착판이 붙은 그릇. 유리 같은데 고정하는 고무 빨판과 같이 생긴 흡착판이 그릇 아래쪽에 붙어 있다. 식사를 시작할 때 그저 식탁 유리에 그릇을 한 번 꾹 눌러주는 것으로 식탁 위에서의 추격전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릇은 가만히 있는데 내용물이 숟가락에 올라타는 것을 거부하는 때도 종종 있다. 마지막 한 숟가락, 혹은 약간 미끄러운 음식을 납작한 접시에서 수저로 떠올릴 때 음식이 숟가락에 올라타는 척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접시의 벽을 뛰어넘어서 도망가는 허망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두 손이 자유롭다면 한 손으로 그릇을 잡고 각도를 기울이거나 숟가락과 젓가락의 협공으로 음식을 숟가락 위에 올릴 수 있겠지만, 역시 한 손만으로 식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다.

푸드 가드(Food Guard)라고, 우리말로 하면 음식지킴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볼 수 있는 보조기구도 있다. 평편한 접시나 둥근 그릇에서 음식을 숟가락으로 떠올릴 때 접시 바깥쪽으로 음식이 밀려서 떨어지지 않도록 접시를 감싸는 테두리 같은 제품이다.

   
▲ 푸드 가드(Food Guard)
접시 둘레의 3분의 2 정도를 수직으로 된 5㎝ 정도 높이의 담장으로 둘러놓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제품 아래쪽이 접시 끝 면에 딸각 끼울 수 있도록 클립의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다. 보통 숟가락으로 밀리는 부분이 푸드 가드의 중간 부분이라고 본다면 양쪽 끝 부분에 고정 클립이 있어서 접시에 튼튼하게 고정이 되고, 제품 자체가 유연한 소재로 돼 있어 구부리고 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크거나 아주 작은 접시가 아니면 대부분 접시에 사용할 수가 있다.

처음부터 그릇 자체가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움푹하게 패이도록 만들어 음식을 숟가락으로 떠올리기 쉽게 만든 제품들도 있다. 접시 안쪽에 둥근 홈이 있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음식을 뜰 때 끝에서 걸리게 되어서 밖으로 흘리지 않고 쉽게 뜰 수 있게 된 제품인데, 바닥도 미끄럼 방지처리를 해놓아서 식탁 위에서 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먹는 것만큼 마시는 문제도 중요하다. 손 기능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뚜껑과 빨대가 달려 있고 쏟아지지 않는 컵들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 빨대달린 컵
한 손의 기능, 그리고 손을 둥글게 오므려서 컵을 잡을 수 있는 기능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양쪽에 손잡이를 달아 놓아 손이나 손가락을 걸고 음료를 마실 수 있게 돕는 제품도 있고, 컵의 위쪽에 빨대나 꼭지가 달린 뚜껑을 덮거나 반대로 입구가 넓은 뚜껑을 달아서 음료나 물을 더 편안하게 마실 수 있게 하는 제품들, 혹은 아주 긴 빨대가 달린 물병이 있다.

큰 범주에서는 대부분 지체장애나 뇌병변장애가 있는 분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빨대나 꼭지가 달린 뚜껑은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것은 어렵지만, 입술 모양을 둥글게 해 빨대나 꼭지를 물고 쭉쭉 빨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분들이 사용하기에 좋고, 컵을 넘어뜨려도 물이 쉽게 쏟아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입구가 넓은 컵 뚜껑은 뇌성마비장애 등으로 빨대를 이용하는 것이 어려울 때 좋다. 주로 입을 쩝쩝하면서 물을 마시는 중증장애인의 보조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컵이다. 넓게 벌어진 컵 뚜껑의 한쪽은 입술을 댈 수 있게 되어 있고 반대쪽 코를 향하는 부분은 둥글게 깎여 있어서 사용자가 고개를 뒤로 확 젖히지 않아도 보조자가 직접 입으로 들어가는 음료수를 보면서 컵의 각도를 적당히 조절할 수 있다.

   
▲ 홈이 파인 접시
아주 긴 빨대가 달린 물병은 손으로 컵이나 물병을 들어 올리기 어렵거나, 컵을 입으로 가져가 스스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어려울 때 사용하는 제품인데 물병에 40㎝ 정도의 긴 빨대가 꽂혀 있어 고개를 움직이거나 물병을 들지 않고도 입을 빨대 끝에 대고 물을 마실 수 있다.

긴 빨대로 물을 빨아올리다가 중간에 호흡이 모자라 한두 번 쉬더라도 물이 빨대의 중간에서 도로 내려가지 않도록 물병 안쪽, 빨대가 시작하는 부분에 작은 추가 들어 있다. 이 추는 물을 빨아올리면 살짝 들리면서 물이 빨대의 위쪽으로는 올라갈 수 있도록 해주다가 이용자가 숨을 쉬기 위해 물을 빨아올리는 것을 중단하면 물이 아래로 쏟아져 내려가려는 힘과 함께 추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빨대를 막아줘서 물이 위로는 올라갈 수 있지만, 아래로는 내려갈 수가 없게 해준다. 이 때문에 호흡이 약한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다.

역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수급대상자나 차상위 계층 중에 중증의 지체, 뇌병변 장애인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 보조기구 교부사업에서 1인당 5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작성자남세현 한국장애인개발원 자립지원팀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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