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처제 수차례 성폭행 한 ‘인면수심’ 형부 > 지난 칼럼


지적장애인 처제 수차례 성폭행 한 ‘인면수심’ 형부

본문

 A양은 20대의 젊은 여성으로, 정신·지적 중복장애인이다.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인 A양을 상담하던 병원 측 담당자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A양은 지적장애를 가진 친언니와 역시 지적장애를 안고 있는 어머니, 그리고 언니와 부부관계인 비장애인 형부와 동거 중이었다. 그런데 상담결과 A양의 형부는 어린 시절부터 지속해서 A양을 성적으로 짓밟아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병원 측 담당자에 의하면 형부는 A양의 어머니도 성폭행한 것 같은 의혹을 남겼다.

제보를 접수한 인권센터는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여기고 본격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하자마자 큰 난관에 부딪혔다. 성폭행 여부를 조사하던 중 A양은 형부와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라, ‘좋아서’ 했다고 대답한 것이다. A양의 친언니 역시 지적장애 때문에 친동생과 남편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이럴 때 현행법상 처벌은 거의 불가능하다. ‘화간’, 즉 합의를 본 성관계는 피해자가 만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이거나, 교도소 등에 구금된 사람과 교도관 등의 감호자가 관계를 맺은 경우가 아니라면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소위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더라도, 성범죄에 대해 공소시효가 폐지되고 본인이 고소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게 되는 등 처벌 조건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역시 ‘위계’(속임수)나 ‘위력’(강제력)에 이르지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다.

근친상간은 인륜에 반하는 행위이며, ‘선량한 풍속·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지만,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민·형사상으로 처벌할 수 없다. 처제도 모자라 장모에게까지 검은 손을 뻗친 인면수심의 가해자,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는가? 상담자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본인들이 좋다고 하면, 이러한 금기, 근친 간의 간음을 국가나 사회가 제지할 수는 없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무슨 권리로 당사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할 수 있을까?

그러나 A양이 느낀 ‘좋다’라는 감정이나, 화간에 해당한다는 성관계의 ‘합의’는 정신장애와 지적장애 때문에 올바른 인식과 판단을 수행하지 못한 결과지, 결코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 A양은 개인의 정조와 가정의 소중함, 공동체의 가치관을 지킬 능력이 없었다. 그렇게 장애 때문에 자신을 지키지 못한다면, 당연히 공동체가 나서서 지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처제와 장모의 장애를 악용해 더러운 욕망을 채운 가해자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는 했지만 역시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법원조차 지적장애인에게 가해진 성범죄에 대해 “본인이 저항을 극렬히 하지 않았다거나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았다”며 ‘화간’으로 해석하는 예가 대부분이었고, “본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법원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는 판결을 내리기 일쑤였다. 그리고 저항할 수 없는 사람을 간음할 때 성립되는 ‘준강간’에 대해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을 엄격하게 해석해 피해자가 술에 완전히 취해 잠든 사람 정도로 의식을 완전히 잃은 경우가 아니라면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끈질긴 조사 끝에 지적장애 의붓딸을 간음한 의붓아버지에게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징역형을 선고한 고등법원의 판결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해당 판결의 사건 피해자는 자신에게 휴대전화, 애완동물, 음식을 사주고 용돈까지 주는 의붓아버지에게 정서적, 경제적으로 의지하며 계속 성관계에 응했고, 심지어 출산까지 했는데도 의붓아버지가 가해자라는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고등법원은 “피해자가 성관계의 의미 등에 대해 나름 알고 거절한 적도 있으며, 휴대전화를 사준다고 하자 성관계에 응하는 등 비록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기는 하나 ‘정신상의 항거불능 상태’는 아니다”라고 판단해 준강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의 판결을 뒤집고, “피해자가 성관계 및 임신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성폭행을 타인과의 관계에서 친밀감을 느끼고 애정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등 성적 자기 방어를 할 수 없는 항거불능의 상태였다”며 준강간의 ‘항거불능’의 요건을 완화 해석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비인간적인 성범죄에 철퇴를 가했다. 박수를 받을 만한 판결이다.

위의 판결에 기초해 A양 등 피해자들을 만나 심층적인 상담을 나눈 뒤 후속 절차를 진행하려 한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범죄인 이번 사건을 해결해 A양을 보호해줄 뿐만 아니라 범국가적인 장애인 인식개선과 인권 신장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작성자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human536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연월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 : 함께걸음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