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은 장애인 폭행 > 지난 칼럼


상처만 남은 장애인 폭행

[장애인 인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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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입원 중인 장애인 ㄴ씨가 인권센터로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병원에서 청소 일을 하는 지적장애 남성을 같이 청소 일을 하는 할머니가 각목으로 구타하고 따귀를 때리는가 하면 노예처럼 부려 먹고 있다는 제보였다.

그리고 병원에서 받고 있는 임금은 친형이 관리하고 있으며, 형은 장애인인 동생에게 소액의 용돈만을 주고 있는데다, 수시로 동생을 구타해왔다고 ㄴ씨는 말했다.

ㄴ씨는 할머니의 폭행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 병원 측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병원은 ㄴ씨의 말을 들은 척 만 척 해버렸다. 이에 인권센터는 자세한 상황 파악을 위해 긴급하게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 인근에서 제보자를 만나 그의 진술을 토대로 다시 한 번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대면하기에 앞서 미리 준비를 하고 대응하기 위해 노동청과 구청, 경찰서를 차례로 방문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서로 책임을 떠미는가 하면 종합적인 사례관리체계마저 갖추고 있지 않았다. 결국, 직접 부딪쳐 보기로 하고 홀로 병원을 방문했지만, 오전에만 일하고 퇴근을 하는 탓에 헛걸음만 하고 말았다.

다음날, 휴일임에도 병원을 재차 방문해 가해자와 병원관계자를 모두 물린 후 피해자와 단둘이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새 피해자를 회유했으리라는 예상대로, 누구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이 지적장애인은 “내가 잘못해 맞는 것이며, 최근에 몇 번 일어났을 뿐 대수롭지 않다. 할머니는 나를 돌봐주는 분이다”라고 이야기했고, 형에 관해서도 “임금은 형님이 관리하지만 내가 낭비를 하기 때문에 저축해 주는 것이다. 나중에 주거비로 사용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구타 역시 “내가 잘못을 해서 맞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억울함이 있으면 풀어 드리겠다. 다른 사람들 의식하지 말고 사실대로 이야기해 달라”며 재차 설득했지만 일을 키우고 싶지 않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번에는 가해자로 제보된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는 “나는 시골에서 자란 배우지 못한 할머니일 뿐이다. ㄷ(피해자)은 아들 친구의 동생이어서 데리고 있어주는 것이고 병원에서 내보내려고 하는 것을 사람 만들어 보겠다고 몇 번이나 만류했다.

바쁜데 일을 안 하고 버릇없게 굴어서 몇 번 때렸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병원 측에도 지도·감독 책임에 대해 항의하자 재발방지 약속만 받아 내었을 뿐, 인권센터가 개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폭행죄는 친고죄이기에 본인이 처벌을 원치 않으면 공소 제기조차 할 수가 없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괴롭힘’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지만, 할머니의 말대로 ‘그저 못 배운 할머니’를 처벌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ㄷ씨의 멍든 손등과 쓸쓸한 눈빛이 마음에 남는다.

 

작성자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human536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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