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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짓, 장애인 인신매매를 근절시키자

[편집장 칼럼]

본문

지금 이 순간도 그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는 잊혀진 지적장애인들이 고기잡이배에 태워진 채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다.

최근 대규모 장애인 인신매매 사건을 적발한 해양경찰청 수사관의 설명에 따르면, 비장애인의 경우 일이 고되면 꾀를 부리는데, 지적장애인들은 지능만 모자랄 뿐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시키는 대로 무조건 일을 다 하고, 그것도 몸이 으스러지도록 일을 하기 때문에, 선주들이 앞다투어 지적장애인들을 배에 태우고 있단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지적장애인들이 인신매매범들의 손에 이끌려, 자신은 한 푼도 쓰지 못하는 얼마의 돈에 넘겨진 다음, 20년 30년 긴 세월 동안 혹사당하고, 죽어야지만 그 힘든 노역을 끝낼 수 있는 인신매매 현장은 비단 고기잡이배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해안가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양식장과 염전 등에서 팔려간 지적장애인들이 겨우 밥만 먹고 혹사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여성 지적장애인들은 역시 시키는 대로 일을 하고 절대 반항하지 않는다는, 포주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장점을 지녔기 때문에, 유흥가나 윤락가에 팔려가서 성노리개로 혹사당하고 있는 실정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명천지에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지, 사회적으로 소리 높여 장애인 인권을 얘기하고, 무엇보다 장애인 인권 침해에 대해 가차 없는 처벌을 강조하는 이 시기에, 가장 심한 인권침해에 속하는 장애인 인신매매가 왜 횡행하고 있는지 그 이유는 자명하다.

이유는 단 하나, 성인 지적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반적인 지적장애인 인신매매 범죄의 양상을 보면, 우선 동물이 아닌 이상 성인 지적장애인들을 집안에 가둬둘 수는 없다. 그래서 지적장애인들은 집을 나와 거리를 배회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역 근처 등에서 인신매매범들이 쳐놓은 덫에 걸려들게 된다.

인신매매범들은 과자와 사탕 그리고 몇 푼의 돈으로 지적장애인들을 유혹하고, 지적장애인들은 정작 몇 푼의 돈 보다는 누구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데, 관심을 갖고 말이라도 붙여주는 것이 고마워 선뜻 인신매매범을 따라 나선다.

문제는 지적장애인 인신매매의 양상이 과거와는 달리 지능화해서 적발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선주들과 양식장 업주들은 처벌을 우려해서 지적장애인들과 형식상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또 얼마간의 임금도 지급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에게 준 임금을 즉시 인신매매범이 모두 갈취해 간다는 사실을 선주도 알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외견상으로는 어쨌든 근로계약서가 있기 때문에 합법적인 고용 계약이라는 틀을 갖추고 있다, 그 결과 혹 인신매매가 적발되면 선주와 업주는 모두 빠져나가고, 수 십, 수 백 명의 지적장애인을 선주 등에게 넘긴 인신매매범 한 명만 겨우 약취 유인 등의 혐의로 가벼운 처벌을 받고 끝나게 된다.

지적장애인 인신매매 실태에서 정작 더 큰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침묵의 카르텔이다.

선주들과 양식장 업주들은 모두 지역사회 유지들이다. 이들은 지역 경찰과 공무원들과 긴밀하게 결탁하고 있다. 그래서 누가, 어느 곳에서 지적장애인들을 혹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지만 지역사회 전체가 모른 채 그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지적장애인 인신매매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이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 한다.

물론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지적장애인들이 거리를 배회하지 않도록 어떻게든 갈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발달장애인법제정 움직임 등으로 지적장애인들의 갈 곳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인 만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전에 지적장애인 인신매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지적장애인들은 흑인 노예가 아니다. 그리고 인신매매는 장애인 성폭력보다 더 극악한 범죄다. 현재 합법의 틀을 쓰고 벌어지고 있는 지적장애인 인신매매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인신매매 방지법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설령 단 한 명이 됐더라도 지금 이 순간도 사실상의 감옥에서 혹사당하고 있는 지적장애인을 구해내려는 장애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성자이태곤 함께걸음 편집장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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