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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size=3/>[기자수첩]</font><br/> ‘아웃사이더 아트’를 아시나요?

“기성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벗어난 풍부한 창작의 세계”

본문

   
 
본지 홈페이지 개편에 필요한 그림 작업이 있어 부탁 차, 한 유명 아티스트를 만났다.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던 중 그는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고, 사실 필자는 표현주의, 사실주의 등의 미술개념은 알고 있었지만 ‘아웃사이더 아트’라는 개념은 생소했다.

'아웃사이더 아트'는 1972년 로저 카디널이 아르 브뤼(Art Brut)라는 프랑스어를 영어로 번역한 것으로, 아르 브뤼란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예술‘이라는 뜻이다. 미술가 장 뒤 뷔페(Jean Dubuffet)가 정신장애인의 그림을 예술적 창작물로 인정하는 말로 1945년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즉, 아웃사이더 아트는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미술제도 바깥에서 창작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필자 또한 고등학교 시절 ‘미술‘을 배웠다. 삼각구도, 원근법, 빛의 방향 등 국내 미술제도(?)에 따라 기계적으로 철저히 입시를 위해 미술을 공부했다. 지원하려 했던 대학이 원하는 그림 스타일을 1년 내내 소재와 구도만 바꿔서 그렸던 것 같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참 씁쓸함을 자아낸다.

‘미술을 왜 하는 것일까.’
‘미술은 정말 배워야만 할 수 있는 것일까.‘
불현듯, 과거 입시를 준비하면서 이런 회의감, 괴리감이 밀려왔던 기억이 난다.

미술에 대한 답답함과 제한적인 생각의 틀에 갇혀 있던 필자에게 아웃사이더 아트라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신선했고,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물론, 미술제도 안에서 배우고 노력한 사람들의 그림도 훌륭하고 가히 천재적인 작품들이 많지만.

극단적으로, 미술제도 안에서 그려진 그림을 모눈종이 위에 만능 가제트 손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면, 아웃사이더 아트는 자신의 마음, 정신, 상상 등을 마치 오염되지 않은 아주 순수하고 깨끗한 백지 위에 처음 붓을 든 손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으로 비유하고 싶다. 이들 대부분은 정규 과정을 밟지 않고 홀로 그림을 그리며 타인을 의식하기보다 자신만의 세계 속에 있기 때문이다.

기자와 만났던 아티스트는 대화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그분들(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의 그림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요. 보통 사람들이 보는 관점과는 확연히 다르고 표현의 영역도 훨씬 넓기 때문이죠. 세상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아 보기 힘든데, 그분들의 작업과정과 작품 활동을 가까이서 꼭 보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어두운 구석, 굳게 닫혀져 있는 그들의 세계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이다.

   
 
사실, 국내에서는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일반인들에게는 필자가 느꼈던 것처럼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수익성의 문제도 있다. 해외의 경우,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그림의 가치만을 보고 투자하는 스폰서들이 많다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소위 ‘돈 되지 않는 그림‘은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을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반갑고 고맙게도, ‘한국아르브뤼’라는 사회적기업이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인식개선을 위해 여러 사업을 펼쳐가고 있다고 한다. 한국아르브뤼는 우리나라 최초로 아르브뤼만을 주제로한 미술전인 ‘Art Brut 소수자 미술전 2009’를 개최하는 등 국내·외 전시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정신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한 인식개선사업, 정신장애인 작가들의 직업재활을 위한 작가발굴사업 등을 펼쳐가고 있다.

이 단체가 발굴한 국내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는 총 5명으로, 단체는 이들의 작품 2~3천여 점을 보유하고 있는데, 예술과 복지를 결합하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작은 작품부터 큰 작품까지 작가들의 생계와 미술활동을 위해 전부 구입했다고 한다. 실제 한 정신장애인 작가는 지하의 어두운 단칸방에 살고 있었는데, 활동비와 그림 판매비를 받게 되면서 빛이 잘 들어오는 다세대 2층으로 이사를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얼마 전, 국내에서는 만성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4명 중 1명일 정도로, 정신장애가 부쩍 늘고 있다는 통계를 접했다. 해외의 경우 정신장애로 판명됐을 때 무조건 장기간 병원 혹은 집에 가두거나 사회와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들을 발굴해주고 최대한 그들을 다시 사회 속으로 이끌어낸다. 한국 사회에서도 재능은 있지만 정신장애라는 이유로 음지에 있는 이들을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처럼 양지로 나올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고통 속에서 꽃을 피우다’

이 말은 한국아르브뤼의 슬로건이다.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표현하는 말인데, 높은 경지의 예술적 가치가 느껴져 감동적이면서도 필자의 코끝을 찡하게 했다.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은 어두움 속에서, 고통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만, 음지에서 오래 빛을 보지 못해 시들어지거나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기성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벗어나 틀 밖에서 사물을 보고 풍부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아웃사이더 아트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작성자이애리 기자  bonbon727@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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