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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만 있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복지

[편집장 칼럼]

본문

호주의 장애인복지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짧은 기간 동안 호주에 다녀왔다. 그런데 돌아오는 날 때마침 국내뉴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36개국을 대상으로 소득, 일자리, 주택, 보건 등을 기준으로 국민 행복지수를 조사했는데, 평가 결과 호주가 노르웨이와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었다.

호주에 다녀온 결론을 얘기하면,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명성에 걸맞게 거의 완벽한 장애인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었다.

예를 들면 호주 장애인들은 중증 경증장애를 구분 당하지 않고 모두 또 사실상 소득에 상관없이 우리나라 돈으로 월 150만 원의 장애수당을 받고 있었다. 여기에 이동수당, 주거수당 실업수당 등을 별도로 더해 지원받고 있었고,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도 시간을 제한받지 않고, 필요한 만큼 충분히 받고 있었다.

완벽한 장애인복지 외에도 호주는 기본적으로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혜택을 제공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장애인들과 달리 호주 장애인들은 설령 직업이 없더라도 먹고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호주에서 이런 거의 완벽한 장애인 복지와 무상의료 등이 가능한 건 호주가 자원 부국이기 때문이다. 석탄과 철광석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캐내 수출해서 벌어들이는 돈이 많고 또 국민이 평균 수입의 30%를 세금으로 내고 있기 때문에 최고 수준의 복지가 가능하다는 게 현지인들 얘기였다.

따져보면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고, 그래서 호주와는 국민소득에서 너무 큰 차이가 벌어져 있기 때문에, 양국의 복지, 그중에서도 장애인복지를 대비해서 어떻다고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호주에 갔을 때 정작 부러웠던 건, 완벽한 복지제도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호주 정부의 복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눈에 보였고 그게 더 깊게 인상에 남았다. 가서 보니까 우리나라 정부와 달리 호주 연방정부는 다른 것은 몰라도 국민의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삶은 국가가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의식이 확고해 보였다.

이 점은 호주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알 수 있다. 호주 연방정부는 교육과 치안 보건 등의 업무는 자치단체인 주 정부에 맡기고 있지만, 복지문제만큼은 연방정부가 산하 복지사무소인 센터링크를 통해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이런 호주 정부 시스템은 바로 호주 정부의 최대 관심사가 복지문제라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호주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복지에 최우선적으로 투입하고 있었는데, 호주 국민은 어디에 살든 큰 빈부격차 없이 비슷한 삶을 살아야 하며, 또 어디에 살든 비슷한 복지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게 호주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한다.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정부가 재정을 어디에 투입할지에 따라 국민의 삶의 질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령 우리나라같이 수조 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을 4대강 개발에 투자하면 상대적으로 복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호주 정부는 우리나라와 달리 돈을 쓰는 데 있어 우선순위를 개발이 아닌 사람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완벽한 장애인복지가 가능한 사회였다.

복지와 관련해서 또 하나 호주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호주는 복지를 시혜가 아닌 국민의 청구권적 기본권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호주는 복지가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베푸는 혜택이 아니라 국민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라고 규정하고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다시 결론을 얘기하면 우리가 호주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그건 완벽한 복지제도가 아니다. 우선 먹고 사는 문제인 복지문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호주처럼 정부가 복지문제를 자치단체에 미루지 말고 직접 챙겨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호주처럼 국민에게 우선순위를 두고 국가 재정을 최우선적으로 복지에 투입하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도 복지가 가능하다. 답은 이렇게 간단하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국가 재정을 엉뚱한데 쓰지 않고 복지에 우선 투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국가 재정이 엉뚱한데 쓰이는 걸 방관하고 있는 우리 자신이 복지의 걸림돌은 아닌지, 호주를 다녀와서 한동안 난데없는 자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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