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에 대한 주거지원정책이 필요하다 > 대학생 기자단


중증장애인에 대한 주거지원정책이 필요하다

[기고]"주거권은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인권이다"

본문

1. 들어가며

과거와는 다르게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는 인식이 늘어가고 있다. 장애인은 산 좋고, 물 좋은 공기 맑은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사회와 분리했던 정책에서 사회통합으로의 변화는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장애인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인식만 바꾸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이 수반되어야 하므로 사회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의 교육을 예로 든다면 먼저 학교의 물리적 장벽을 제거해야만 한다. 교문에서부터 1층 이상의 교실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하며, 장애인 화장실, 점자 독서대, 음성지원 컴퓨터 자막, 수화서비스 등 장애유형에 맞는 시설설치와 인력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중증장애인들은 이동권, 교육권, 활동보조서비스 등 투쟁을 통해 기본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 왔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

중증장애인들이 이제 필요한 것은 주거권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립생활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공간, 자립생활을 통해 지역사회 속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 권리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주거권에 대한 담론이 형성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물론 중증장애인의 주거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시기는 꽤 오래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장애인의 주거확보 문제를 권리의 문제로 제기한 것은 2006년 11월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개소기념토론회 ‘장애인주거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였다.

이후 장애인주거권이 장애계 이슈로 등장하면서 관련 토론회, 기자회견, 집회 등이 이루어졌고, 급기야 2009년 7월 신영수·곽정숙 국회의원이 ‘장애인주거지원법(안)’을 대표 발의하기까지 이르렀다.
여기서 밝혀두고자 하는 것은 곽정숙 의원 안은 2008년부터 2년간 전국을 순회하면서 장애인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필자가 건의하고 의원실에서 다듬은 안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장애인당사자가 참여해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안이었으나 안타깝게도 3년이 지난 2011년 12월 30일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지원에 관한 법률안(대안)’(이하 장고법) 본회의를 통과하여 제정되었다.

이 법의 문제점은 장애인과 고령자를 한데 묶어 주거약자로 규정한 데 있다. 2008년 8월 1일 김소남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령자 주거안정법안’, 2008년 12월 26일 이병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령자 주거안정법안’, 2011년 9월 15일 백재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임대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함께 병합되어 만들어진 법이라는 것이다.

장애인과 고령자의 삶의 주기, 목표, 행동양식 등이 전혀 다름에도 같은 법에 함께 다루고 있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만일 법안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주거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령자를 대상으로 주거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각 장으로 구분했었다면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고법에서는 주거약자라는 것으로 뭉뚱그려져 주거지원에 대한 목적성을 상실했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필자는 현재 장애인의 주거현실을 말하고, 올 7월부터 시행될 장고법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2008년 12월 1일 열린 토론회 ‘장애인 주거정책 전달체계의 현황과 개선방안’

 

2. 현실
장애인의 주거현실을 살펴보기 전에 지금까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주거정책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둬야 한다. 물론 영구임대아파트 입주 시 장애인 가구에 가산점을 주어 우선 입주하게 하거나, 장애인 전세자금지원 시책을 두고 장애인 주거정책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그것은 장애인주거정책이기보다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에 장애인을 끼워 넣은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저소득 장애인 대상 주거정책의 문제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저소득 중증장애인 전세자금 지원 프로그램 대상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으로, 세대주가 장애등급 1급 또는 2급인 중증장애인 가구여야 하며, 전세주택 자금 신청 당시 월세에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전세주택자금 지원은 생애 1회로 한정되며 지원기간은 2년이고 3회 연장이 가능해 최대 6년까지 지원된다. 서울의 전세보증금은 2인 이하 가구에는 6천만 원, 3인 이상 가구에는 7천만 원에서 8천만 원까지 지원되며, 전세기간 종료 시에는 원금(보증금)을 구청에서 환수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 서울에서는 6~7천만 원짜리 전세를 얻기는 매우 어렵다. 조건에 맞는 집을 발견하더라도 담당 구청이 그 집에 대해 설정을 하므로 집주인들이 꺼려 계약도 쉽지 않다. 또한, 시기와 신청방법 등이 적극 홍보되지 않고 있어 정말 필요한 대상자는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하나의 제도로 임대아파트 분양이 있지만, 공급은 적은데다 수요자는 국민기초생활수급 장애인, 비장애인, 철거민, 이주노동자, 국가유공자 등으로 대상층이 다양해 장애인 가구의 입주는 절대 쉽지 않다. 또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6년 동안 대기해야 하므로 현재 주거가 불안한 장애인 가구는 그림의 떡이다.

세 번째 문제는 주택 외부로부터 내부 접근이 열악할 뿐만 아니라 내부 공간이 협소하다. 따라서 집안에서도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척수장애인들은 아예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네 번째는 임대(전·월세)를 위해 부동산을 방문하더라도 대부분 공인중개사는 돈에 맞추어 집을 소개하기 때문에 중증장애인이 접근 불가능한 턱이나 계단이 있는 집을 소개받게 되는 등 집을 얻기 어렵다.
이와 같은 문제의 원인을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장애라고 하는 특수성 때문이며, 두 번째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주거지원 시책이나 민간 건립 주택에 대한 정보 접근의 단절이고, 세 번째는 장애유형을 고려하지 않는 현재의 주택 구조다. 이는 비단 저소득 장애인의 주거확보라는 측면에서의 시각보다는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장애인의 주거확보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3.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지난해 12월 제정된 장고법은 여러모로 보나 장애인의 주거지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한국장애인주거지원연대(이하 장주련) 등 장애인단체들은 이 법을 근거로 ‘장애인주거 확보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한 TFT’ 구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지난 4월 26일 국토해양부 홈페이지에 시행령,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하고 6월 4일까지 의견수렴 기간을 거친다고 발표했다. 이에 장주련 등 장애인단체들은 지난 5월 9일 TFT를 구성하고 회의를 거쳐 수정안을 만들어 5월 25일 제출하였다.

정부안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그중 특히 법 제2조(주거약자용 주택)에서는 주거약자에게 임대할 목적으로 ①건설하는 건설임대주택(공공임대, 국민임대, 영구임대) ②개조한 주택, ③매입임대주택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 제10조(주거약자용 주택의 의무건설) 및 시행령(안) 제4조(주거약자용 주택의 의무건설 비율)에서는 30년 이상의 임대주택으로 규정하고 있어 저소득 장애인들이 비교적 선호하는 장기 전세주택을 포함한 매입임대주택 및 5년짜리, 10년짜리 공공임대주택 등은 제외됐다.

형식적으로는 50년 공공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30년), 영구임대주택이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 지방자치단체 또는 국민주택기금으로 건설하여 임대하는 임대주택 중 실질적으로는 국민임대주택(보금자리주택)만 해당한다. 또한, 영구임대주택을 대체할 목적으로 건설하는 50년 공공임대주택은 현재 건설 예정이 없다는 것 역시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또한, 법률 제정으로 오히려 공급률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 이유로는 시행령 제정안 제4조(주거약자용 주택의 의무건설 비율)를 보면 의무건설, 그러니까 국민임대주택 비율을 수도권은 100분의 5, 그 밖의 지역은 100분의 3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 비율 자체가 너무 적다. 현행 주택공급규칙 32조(국민임대주택 입주자선정에 관한 특례) 5항에 의하면 국민임대주택은 장애인, 고령자 등에게 건설량의 20% 범위에서 우선 공급하고 있는데 법이 시행되면 그 비율이 4분의 1수준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수도권에서 장애인, 고령자 등에게 우선 공급하고 있는 국민임대주택의 평균 입주비율은 약 8%로 정부안보다 높으므로 이번에 마련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4. 독립적 장애인주거지원법 제정
장주련에서는 전국 6대 시·도를 대상으로 한 장애인주거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4월 6일 ‘독립적 장애인주거지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 여전히 중증장애인의 주거환경은 열악할 뿐 아니라 불안정하며, 외출이 자유롭지 않아 자립생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끝으로 한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글을 마치려 한다.

주거는 인간이 그 무엇보다도 누려야 할 최소한의 인권이며, 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절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계층마다 주거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은 각 계층 안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2중의 고통을 당하는 특수성이 있다. 따라서 ‘장애’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독립적 장애인주거지원법’ 제정으로 사회 전체가 현재 장애인이 겪고 있는 고통을 줄여주고 인권을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작성자김동희·한국장애인주거지원연대 대표  bonbon727@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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