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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는 생존의 문제다

[조원희의 법으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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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실업이 확대되면서 일자리의 문제는 이제 세대 간의 갈등으로까지 비화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일자리를 두고 아버지와 아들이 다투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장애우들에게 일자리의 문제는 더욱 혹독합니다. 다른 이슈에는 너그럽던 비장애우들도 실업 문제만 나오면 빡빡해집니다. 장애가 없는 나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데 왜 장애가 있는 너까지 나서서 분란을 만드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장애우에게 있어 일자리는 생존 그 자체의 문제라는 심각성을 이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뇌병변장애가 있는 후배 한 명을 만났습니다. 얼굴이 밝았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집에만 있다며 힘들어했는데, 비록 4개월짜리 임시직이지만 일자리를 구했다고 좋아했습니다. 4개월 이후에도 몇 개월은 더 연장될 수 있다고 했다며 크게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사실 후배의 장애는 아주 가볍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배울 만큼 배웠습니다. 그러나 시절이 시절인지라 뇌병변장애를 가지고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임시직이라도 일할 곳이 생겼으니 얼마나 기뻤겠나 싶었습니다.

저는 요즘 여기저기서 장애우의 일자리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장애우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 정말로 인생을 걸었는데 막상 교육이 끝나고 나니 갈 곳이 없어 너무 허무하다는 것입니다. 교육이야 어떻게든 도와줄 수 있었지만, 직업은 어떻게 도와줄 수도 없으니 너무 답답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에만 있다 보니 그렇게 힘들여 가며 배웠던 것들을 하나둘  잊어버리는 것 같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점점 더 자신감을 잃어가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하면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에서는 소속 근로자의 2.5%를 장애우로 고용해야 합니다. 정부나 공공 부문의 의무고용률은 3%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최소한의 의무고용률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장애우 고용현황을 보면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의 사업장의 장애우 고용률은 2.28%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의무고용 사업장의 절반가량은 의무고용을 달성하지 못해 부담금을 내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상황은 더 열악한데 1천 명 이상 대기업은 1.78%, 30대 기업집단은 1.80%의 의무고용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 장애우의 고용문제가 개선되지 못하는 것일까요? 물론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문제가 근본적일 것입니다. 막연한 거부감과 이로 말미암은 차별이 장애우의 사회 진입에 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시설이나 환경적인 요인도 있을 것입니다.

장애우를 고용하고는 싶지만, 막상 고용하게 되면 겪게 될 다양한 문제들에 지레 겁을 먹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애우를 고용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사업장을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쉽게 장애우를 고용할 수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장애우를 위한 합리적인 배려가 법률상 의무이기도 하다는 점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배려는 자선 차원에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사용자로 하여금 장애우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비장애우와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편의에는 시설·장비의 설치 또는 개조, 재활이나 치료 등을 위한 근무시간의 변경 또는 조정, 직무수행 장소까지 출입 가능한 출입구 및 경사로, 훈련 보조인력의 배치, 높낮이 조절용 책상의 제공 등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의무는 현재 상시 고용 근로자 수 100명 이상의 사업장에 적용되나, 2013년 4월 11일부터는 상시 고용 근로자수 30명 이상의 사업장에까지 확대 적용됩니다. 이제 곧 웬만한 규모의 사업장에서는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는 장애우 등 취약계층에게 9만 개의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서울시 신규공무원 채용 시 장애우 채용비율을 10%로 정하고 매년 85명 정도를 채용하겠다고 합니다.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를 통해 장애우 고용이 확대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러나 이런 시혜적 조치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양한 사기업에서도 일자리를 얻고 정당한 편의를 받으며 근무하는 삶. 그러한 삶을 앞당기기 위해서 장애우의 권리가 권리로서 제대로 인식되고 정당하게 실현되기를 기대합니다.

 

작성자조원희 변호사 (태평양 공익활동위원회 장애인팀장)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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