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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네팔이 차집합

[김민혁의 낯선 땅 낯선 사람들]

본문

네팔에서의 삶을 시작할 때였다. 현지에서 살았던 지인에게 네팔에 대해서 묻자 그 사람이 대답했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머~”

정말로 똑같을까? 말 다르고 물 다른 네팔과 한국의 삶을 비교해보면 교집합보다는 차집합이 훨씬 컸다. 가장 피부로 와 닿는 차이점들은 아무래도 생활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것들이다.

우선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은 우측차선이 아닌 좌측차선을 이용한다. 네팔에서 길을 건너려 할 때 우리나라에서 하던 습관대로 왼쪽을 보고 길을 건너게 되면 뒤통수에서 무섭게 들리는 경적 소리에 간이 떨어질 듯한 아찔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카트만두에서는 보행자를 위한 신호등과 건널목을 찾기 어려워서 길을 건널 때는 항상 앞뒤 좌우 발밑부터 머리 위까지 확인해야 한다. 안 믿기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카트만두에서 길을 걷다 머리에 새똥을 맞았던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길에 지뢰처럼 널려 있는 개똥을 보지 못하면 온종일 개똥 냄새를 발에 달고 다녀야 한다.

또 한국에서는 끊임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전기가 네팔에서는 끊어가며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네팔 카트만두의 전력 공급은 구역마다 다르다. 전력량이 현저히 부족하므로 카트만두를 구역별로 나누고, 각 구역이 속한 지역마다 전기를 공급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수력발전과 수입에 의존하는 네팔에서 건기인 겨울에는 전력이 많이 부족해 심할 때는 하루에 단 4시간만 전력이 들어올 때도 있다. 한밤에 카트만두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산에 올라 지켜보면 신기하게도 지역별로 환한 곳과 어두컴컴한 곳이 시간대별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관공서와 회사, 상점에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자가 발전기 소리도 쉽게 들을 수 있다.

 

   
▲ 네팔 카트만두의 야경(사진=최승대)

하지만 이 때문에 좋은 점도 있다. 전기가 끊기는 밤에는 모든 소음도 덩달아 사라지고 사물의 움직임도 둔해진다. 게다가 불빛으로 보이지 않던 밤하늘의 달과 별이 더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에 전기 없는 밤이면 옥상에 올라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한참 동안 영롱한 별들을 볼 수 있다.

물은 또 어떠한가? 한국에서 꼭지를 돌리면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이 네팔에서는 항상 걱정거리였다. 상하수도 시설이 온전하지 못해서 상수도가 없는 집이 태반이고 하수 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상수도가 연결되지 않은 집들은 모터를 이용해서 지하수를 끌어올려서 사용하는데 오염된 지하수는 냄새가 심하고 색깔도 탁해서 생활용수로 사용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마저도 건기가 되면 사용하기 어렵다. 수돗물은 이른 새벽 한 시간 공급되기 때문에 꼭두새벽에 일어나 옥상에 있는 물탱크에 저장해서 사용한다. 빨래라도 하는 날이면 물이 턱없이 부족해서 물을 돈처럼 아껴서 사용한다. 어느 날 내가 샤워를 하려고 비누칠을 잔뜩 했는데 순간 물이 끊겨 버린 적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돈 주고 사 먹는 식수로 대강 샤워를 마무리했었지만,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었다.

연료도 항상 비축해 놓아야 한다. 네팔은 석유와 가스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육지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인접한 나라 인도와 정치적, 경제적 마찰이라도 있을 때면 연료의 수입이 차단되고 만다. 그래서 주유소는 자주 문을 닫고 가격도 심하게 변동한다. 우리나라 가정에 설치된 도시가스처럼 편리한 시설과 달리 가스를 사용하려면 빨간 이동식 가스통을 사야 한다. 대부분 가정이 가스통을 집에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이유인즉 가스 수입이 중단되면 가스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미리 사재기해 놓은 것이다. 한번은 파업으로 말미암아 가스 수송이 중단되기도 했었다. 이 때문에 며칠 동안 가스가 없어 밥도 못하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물도 끓이지 못한 적도 있다. 한국에서 불편 없이 사용하던 것들이 네팔에서는 부족하고 사용이 불편해서 새삼 한국은 참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을 깨달았었다.

한국에서 살아온 나에게는 부족한 것들이 고통이 되고 어려움이 된다. 가진 것이 많아서 가진 것보다 안 가진 것이 더 불만족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팔 사람들은 안 가진 것이 가진 것보다 많지만, 현재 내가 가진 것에 대해서는 더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작은 질병에도 죽을 수 있는 열악한 상황에서 살아남아 건강하게 자라는 자식들. 책상과 의자가 없고 어두운 교실을 밝힐 전등도 없지만, 그래도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는 낡고 헌 학교. 장마철이면 비가 벽을 타고 올라와 실내가 불쾌하게 습하고, 심한 바람에 날려갈 수 있는 한두 평 남짓한 흙집. 이런 환경에서도 네팔 사람들은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감사함을 잊지 않는다. 우리가 함께 가져야 할 교집합이 한국의 발전된 삶의 편익이 아닌, 네팔 사람들이 가진 삶에 대한 자세였으면 좋겠다. 

작성자김민혁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국제개발팀 간사)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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