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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여행, 도쿄

[변미양의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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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곳은 오사카지만, 일본의 수도는 도쿄라는 거 아시죠?

오사카와 도쿄는 서울에서 부산만큼 떨어진 곳으로, 일본의 KTX인 신칸센으로 2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 먼 곳, 저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부러 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곳이랍니다. 하지만 지난 5월 12일과 13일, 공동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교류하고 있는 일본의 장애인 연대모임) 주최로 도쿄에서 모임이 있었기에 다녀오게 되었지요.

공동련에서는 한국의 사회적기업육성법 제도와 현황 등의 사례를 배워 일본에서도 하루빨리 사회적 기업 관련법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는데, 제도화시키려면 인식의 저변확대는 물론이거니와 국회의원이나 담당 행정부처인 후생노동성(한국의 보건복지부)에도 제안해야 하기에 이번에 그런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어요. 한국의 사회적 기업을 배우자는 취지로, 소형폐가전제품 리사이클 관련 사회적 기업인 ‘서울SR센터’의 이동현 대표를 초청해 도쿄도청과 국회, 후생노동성에서 학습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모임에 관련한 소식보다 그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이동하는 가운데 제가 느낀 여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는 이동이 불편해 먼 길을 혼자 떠날 때가 드문데다가 모처럼 가는 길이니만큼 약간의 설렘과 긴장감도 있었어요.

한국에서도 서울이 제일 크잖아요? 일본에서도 도쿄가 정말 큽니다. 인구나 면적은 아마 서울과 비슷할 텐데, 오사카와 비교하면 인구는 1.3배, 경제규모는 3배 이상 클 걸요. 2005년도 현황으로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세계 경제규모 1위 도시였어요. 그러니까 어마어마하게 큰 도시에 제가 큰맘 먹고 가는 거지요. 오사카는 일본의 전통적이고 서민적인 분위기로 대표되고, 도쿄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강해요. 에도 문화라고 부르는데,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관서지방의 사람들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방에 라이벌 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답니다. 그 도쿄까지 자, 입성입니다!

저는 짐은 될 수 있는 대로 간단히 배낭에 꾸려서 전동휠체어 뒷손잡이에 걸었어요. 혼자서 수동휠체어로 이동하기에는 어렵기에, 전동휠체어를 빌렸답니다(제가 장애등급을 받을 때 손에 장애가 없다는 이유로 전동휠체어를 발급받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하반신에 장애가 있으니까 전동휠체어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장애인을 지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그 지원의 기준이 참 이해가 되지 않았죠). 수동휠체어에는 없는 배터리와 충전기를 장비해야 하니 짐이 늘고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접을 수 있는 전동휠체어여서 리프트가 없는 차에도 실을 수 있고, 계단이 없는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으니까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것 같았어요.

   
▲ 역에서 승차를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휠체어 승객과 활동자원보조인

집에서 근처 역까지는 남편이 차로 배웅, 거기서부터 저 혼자서 여행. 우선 미도리 창구라는 역무원이 있는 곳으로 가서 목적지를 말하고 승차권을 부탁했습니다. 그 역에서 목적지까지는 신칸센을 타는 곳까지 두 번 갈아타야 하고, 도쿄에서 신칸센을 내린 다음에도 또 두 번 갈아타야 하는 복잡한 여정입니다. 역무원은 휠체어를 탄 제가 안전하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각 역에서 도와주는 담당자가 나오도록 연락해 놓겠다고 했습니다. 개찰구를 통과할 때 표를 보이니 역무원이 엘리베이터 방향을 알려 주면서 올라가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역무원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탈 차 시간에 맞춰 나오겠다고 하며 잠시 기다리라고….

   
 
   
 

 

 

 

 

 

 

 

자, 시간이 되자 역무원이 뭔가 들고 나왔는데, 역무원이 손에 들고 있었던 게 뭔지 아시겠어요? 그것은 열차와 승차장 사이의 틈을 메워주기 위한 슬로프(경사판)였어요. 열차가 들어오면 다른 승객이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이 경사판을 깔아주는 거지요. 그리고 휠체어의 탑승을 도와주고, 승차안전을 확인한 후에 휠체어 승객이 내리는 역에 연락을 넣어 다시 그 역에서 마중 나오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마중 나온 역무원은 갈아타는 곳에서의 엘리베이터 안내, 그리고 승차장 안내, 출구 안내까지 합니다. 아래에 소개한 사진이 그 흐름인데요.

이것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 고령자가 요청하면 어느 역에서나 역무원이 대처하게 되어 있답니다. 그렇게 역무원의 도움을 받으며 저는 오사카에서 도쿄까지의 여정을 아무 문제 없이 이어 나갈 수 있었는데요. 물론 많은 역에서 많은 역무원이 대응을 해주니까, 때로는 태도가 퉁명스러운 사람도 있고, 승객이 많을 때는 다음 차량으로 안내할 때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리라고 할 때도 있고, 전부가 100% 쾌적한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 만난 역무원 중에서 오사카역에서 신칸센을 타는 신오사카역까지 안내하신 분, 목소리로는 중년 남성 같았지만, 정말 친절했어요. 다음 순서에 대한 안내는 물론,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사이, 아무 말 없이 그분이 발로 제 휠체어의 바퀴 앞을 고정해 주시더라고요. 브레이크가 걸렸어도, 혹시 바퀴가 미끄러지는 걸 막기 위해서 말이에요.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안전을 지켜주려는 그 태도, 그리고 헤어질 때 저에게 “다시 또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인사를 해 주셨는데 정말 한 사람의 고객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피곤할 때도, 불쾌할 때도 있었지만, 여행을 떠날 때 배웅해 주던 그분의 그 밝은 목소리가 참 상쾌하게 들리던 여행이었습니다.
 

작성자변미양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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